[행정척척박사] 43. 민관 거버넌스의 비전과 희망

발행:
전시윤 기자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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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시골 면사무소에서 호병계장님의 책상이 엄청 커 보였다.


책상 위에는 "기결/미결/보류"라는 글자가 새겨진 나무로 만든 서류함이 놓여있었던 것이 50년이 더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뚜렷하게 떠오른다. 그 자체가 당시 20대 초반인 내겐 매우 권위 있게 보였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당시 4급 을류(지금의 7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을 보았는데 공교롭게도 면접시험일정이 군복무를 위한 입영일자와 겹쳤다. 나로서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고 나의 사정을 편지로 구구절절이 쓰고 용기를 내어 큰 형님과 함께 면사무소로 찾아갔었다. 사정을 얘기하고 군대 입영을 며칠만 연기해주실 것을 요청하였다. 당시 호병계장님은 나중에 알고 보니 고향의 고교 선배이기도 하였다. 나는 이런저런 거 따져볼 마음의 여유도 없고 절박함으로 호소하였다. 1주일간 어렵사리 입영의 연기를 허락받았다. 그것이 나의 인생에서는 공직자로서 두 번째 단계로 진입하는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되었다.


만약 입영연기가 불가능하였다면 어렵사리 필기시험에 합격한 공채의 기회를 그냥 날리는 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한 단계 한 단계가 바로 인생의 계단을 밟아 나아가는데 결코 놓칠 수 없고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이때 나에게 힘이 되어주신 분이 바로 큰형님이었다. 함께 면사무소에 가 주신 것만으로 나에겐 큰 빽이었다. 그게 바로 거버넌스 구조에서 강조하는 함께 (참여)함과 협력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관청에서의 도움과 나의 노력과 형님의 동행이 합쳐져서 작은 역사를 이룰 수 있었다.


이를 예로 든 것은 민관 거버넌스에서 관의 문턱을 밟고 민원이나 개인의 희망 사항을 해결하고자 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있어서 관청과 공무원은 여전히 대하기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투영됨이 십상이라는 점이다. 이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관청에 가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일을 돕는 일이 곧 민관 거버넌스의 출발이요 이를 통하여 정부 혹은 공공기관과 시민 혹은 기업 등 민원인의 가교로서 행정사법인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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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9시간제 정책안에 대한 반응에서 나타난 민관 거버넌스의 중요성

민관(民官) 거버넌스라고 말함은 거버넌스가 본질상 정부가 장(場)을 펼치고 시민과 관련 단체 및 기업이 참여하여 정책을 입안하거나 정책현안을 논의하고 협력하는 과정과 절차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여기서 민의 참여의 핵심이 시민과 기업이다. 오늘날 민관 거버넌스의 비전은 본질상 정책참여를 구현함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대부분의 국민이 고등교육을 받은 국가사회에서는 민의 정책 감응성(policy sensitivity)이 매우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대안에 대한 구성원의 사전적인 참여는 정책의 성패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절차라 하겠다.


그것은 얼마 전 정부가 제시하였던 주 당 노동시간의 탄력운영제도가 좋은 취지는 다 사라지고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점만 부각 되면서 모든 국민이 정책발표에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던 데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국민 대부분은 노동시간과 관련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새로운 정책대안의 여러 좋은 점과 유익함은 사라지고 오로지 "나를 주 69시간을 일하게 만든다고?"라고 하는 특정 부분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때부터 SNS에서 무수한 의견이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정부정책대안의 발표의 장은 급격히 정부 성토의 장으로 돌변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신중히 재검토하겠다고 하기까지 이르렀다. 주무관청인 고용노동부 장관의 입장이 영 아니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원인이 무엇일까? 단적으로 거버넌스 인식의 부재라고 말할 수 있다.


정책형성의 초기 단계는 대체로 정부의 담당 부서 공무원이 초안을 만들고 보고계통을 거치면서 전문가 견해도 반영하여 정책안을 완성한다. 그러나 대부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반영하는 데는 소홀하거나 미흡한 게 사실이다. 특히 현장을 가보거나 관계자를 만나고 의견을 경청하기는 웬만한 성의를 지니지 않으면 잘 하기 어렵다. 그만큼 어찌 보면 공직사회가 경직되어있거나 관성적으로 관의 우월적 지위에 대한 생각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민의 의견을 소홀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초격차를 이루는 우리나라와 같은 첨단 기술 선도국가에서 모든 국민과 기업과 이해관계 단체들의 정책 민감성은 웬만한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고 빠르다. 이 점을 간과하면 공직사회는 늘 국민의 민감성을 쫓아가기 바쁘며 정책은 뒷북치기 아니면 겉돌게 되는 모양새로 떨어지기가 십상이다.


여기서 민관 거버넌스의 비전을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첫째로 우리나라의 시민 사회단체의 교양과 지식이 고도화하고, 각자의 전문성과 최신지식으로 무장한 기업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이만큼 민관 거버넌스의 토양은 잘 준비되어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이 민관 거버넌스로 정책 감응성을 고도화할 수 있는데, 이를 정부는 잘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이다.


둘째로 공직사회는 잘 훈련된 우수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국가의 기간 조직이므로 당연히 안정화 보수화를 지향하고 따라서 신중한 판단과 규정에 따른 행동을 취한다. 그것은 강점이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 기반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신뢰 자본인 안정·보수·신중함을 시민의 교양과 기업의 전문성과 접목함으로써 그 미래지향적인 정책개발과 집행에 큰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정치권은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높은 지식과 전문성과 관심을 지닌 유권자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정치 분야에 매우 우수한 인재들이 지망하고 있다. 그들이 거버넌스 인식을 지니고 이를 정치적 의사결정에 잘 활용할 수 있게 폭넓은 인식확산이 된다면 대한민국의 21세기 정치와 정책은 세계 일류 선도국가그룹에서 당당히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넷째로 대통령의 "자유" 인식이다. 절대왕권을 제치고 근대민주주의를 확립한 핵심가치가 바로 자유였다. 그 자유의 글로벌 전도사를 자청하는 대통령을 지닌 대한민국과 국민은 자랑스러워해서 마땅하다. 그 "자유"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바, 이를 지키고 보호하며 확장해온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것이야말로 민관 거버넌스의 가장 자랑스러운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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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거버넌스의 희망을 피력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주체성이다. 민관 거버넌스의 구성원 즉 시민과 기업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행동하여야 한다. 다음은 전문성이다. 민관 거버넌스 참여 주체들이 각자 자기분야의 잘 다듬어진 전문성을 가지고 정책대안에 대해서 진지한 협의와 대안의 탐색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각자 대표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대충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참여와 협력과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참여 주체들은 각자 성실한 역할을 통하여 대안의 탐색과 정책 결정에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민관 거버넌스의 구성원은 과정과 결과에 대하여 상당한 책무성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최종 책임은 정부가 무한책임을 진다는 의지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투표로 뽑은 대통령과 그 대통령이 구성한 정부에 대하여 국민이 정책의 형성과 국가의 보위와 국민의 안녕을 위임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하여 민관 거버넌스를 완성하고 역사 속에서 자랑스럽고 든든한 정부, 자랑스러운 국민, 세계로 향하여 거침없이 도전하는 기업이 위대한 업적을 남기며 대한민국의 새역사를 써 나갈 것이다.



-박광무 행정사법인 CST대표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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