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45. K-LCC에 대한 거짓말 ⑩폐급 회사

발행: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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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LCC를 '작고 영세한 항공사' 쯤으로 여기는 인식이 있다.


그같은 인식의 바탕에는 LCC의 반대개념인 기존항공사가 '대형항공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부터 항공사를 구분하는 분류방법으로 '대형항공사'와 'LCC(저비용항공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국적항공사(혹은 국적기)'와 'LCC'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등 항공관련 국제단체가 발표하는 보고서는 이미 항공사를 FSC와 LCC로 대별해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FSC는 '규모'로, LCC는 '업태'로 나누어 부르고 있는 셈이다. 도통 일관성이 없다. 규모로 구분해서 FSC를 '대형항공사'라 하였으면 LCC는 '중형항공사'나 '소형항공사'로 하든지, 업태로 구분해서 LCC를 '저비용항공사'라 하였으면 FSC는 '풀서비스항공사'라 하는 게 일관성 있는 규칙적 구분방법일 텐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로 말미암아 LCC는 '대형항공사'의 반대개념인 '작은 항공사'이거나 '영세항공사'라는 잠재적 인식을 주고, 더 나아가 '국적항공사'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채 K-LCC는 국적항공사가 아닌 '다른 나라 항공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도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라는 구분법이 종종 쓰이고 있다.


/사진제공=pixabay

전 세계 항공산업의 동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대표적인 항공전문 웹사이트 CAPA는 FSC와 LCC를 구분할 때 ▲비즈니스클래스나 퍼스트클래스 등 좌석 구분이 없는 단일좌석 등급 운용 ▲기내식 등 다양한 부대서비스 유료 제공 ▲항공기 가동률을 극대화하는 방식 등으로 운영하는 항공사를 따로 구분해서 LCC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낮은 운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기존의 FSC와는 다른 운영방식, 즉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항공사의 형태를 구분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LCC 도입 초기에 '저가항공사'로 불렸을 때 어감이 주는 부정적 감성 때문인지 작고 영세한 항공사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뿐만 아니라 엄연히 우리나라에 등록된 항공법인임에도 불구하고 '국적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떠올리는 소비자가 의외로 많다. 국적항공사는 그 나라에 등록되어 있는 항공사를 가리키기 때문에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모든 K-LCC들도 당연히 국적항공사이자 국적기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FSC와 LCC는 규모의 차이에서 정말 FSC는 대형항공사이고 LCC는 대형이 아닌 걸까. 어느 항공사가 대형인지 중소형인지를 따지는 지표에는 매출이나 탑승객수, 서비스, 브랜드 등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숫자로 평가한다. 그래서 전 세계 항공사와 기관 등이 보유한 항공기 정보제공 커뮤니티 플레인스포터스넷(planespotters.net)에서 전수조사를 해봤다. 조사는 가장 최근 시점인 2023년 11월초로 잡았다.


/사진제공=pixabay

우리나라에서 '대형항공사'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는 대한항공은 159대, 아시아나항공은 79대로 나와 있다. 이번에는 각 대륙별로 대표적인 LCC들의 항공기 보유대수를 찾아봤다. 1967년에 설립된 미국 최대 LCC 사우스웨스트항공은 812대였다. 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유럽의 LCC 라이언에어는 298대였다. 라이언에어와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또다른 LCC 이지젯은 영국법인, 유럽법인, 스위스법인을 합해 총 330대였다. 그리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LCC 에어아시아는 100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에어아시아X 및 계열항공사 제외)


전수조사 결과, 우리나라 대형항공사의 5배 이상 되는 LCC가 존재하고 있다. 일찍이 LCC가 성장한 미주와 유럽에서는 LCC가 이미 그 나라를 대표할 만큼 대형항공사로 성장했다. 이들은 대형항공사가 아니라 초대형급이다.


물론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라이언에어, 이지젯 등이 우리나라 대형항공사들과는 지리적 외부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규모와 성장속도 등을 단순비교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로 운항하고 경쟁하는 항공업계에서 'FSC는 대형항공사, LCC는 작고 영세하다'는 단순구분은 많이 잘못됐다. 바꿔 말하면, LCC도 대형항공사가 될 수 있고, FSC도 작은 항공사일 수 있다. FSC와 LCC는 사업모델의 차이일 뿐 규모의 차이가 아니다.


-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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