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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과 1학년] 02.노래는 정말 재능으로 하는 걸까

발행:
채준 기자
스타뉴스가 보컬트레이너에 관한 칼럼인 '보컬과 1학년'을 보컬트레이닝 전문가 리브가 선생님과 함께 진행한다. 리브가 트레이너는 보컬트레이닝의 세계에 대해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연재되는 칼럼의 내용은 저자의 의견임을 밝힌다.( 편집자주)
스타뉴스가 보컬트레이너에 관한 칼럼인 '보컬과 1학년'을 보컬트레이닝 전문가 리브가 선생님과 함께 진행한다. 리브가 트레이너는 보컬트레이닝의 세계에 대해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연재되는 칼럼의 내용은 저자의 의견임을 밝힌다.( 편집자주)


/사진제공=리브가

"선생님, 저는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요?"


레슨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고음이 잘 안 될 때, 음정이 흔들릴 때, 혹은 남들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다고 느낄 때 학생들은 이 질문을 꺼낸다. 질문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 문장은 이미 하나의 결론에 가깝다. 노래를 계속해도 될지 말지, 스스로에게 내리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노래의 재능을 타고난 음역, 특별한 음색, 한 번에 되는 감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요소가 보이지 않는 순간, '나는 재능이 없다'는 말로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버린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런 감각을 '재능'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결과 중심의 토너먼트형 오디션 프로그램, 단 한 곡으로 수백·수천 명을 걸러내는 국내 입시 실기 시스템 역시 이런 인식을 강화해 왔다. 하지만 그 판단은 과연 얼마나 공정했을까.


예전에 한 방송에서 명창 안숙선 선생님에게 리포터가 "저도 노래 좀 잘하게 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묻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선생님은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나는 있는 것을 꺼내 줄 수는 있어도, 없는 걸 만들 수는 없지." 역시! 대가의 한마디. 나는 이 말을 '재능의 한계'가 아니라 '끌어내는 방식의 문제'로 읽었다. 그러나 이 말은 종종 '재능이 없으면 안 된다'는 증거처럼 오해되기도 한다.


현장에서 '재능'이라는 단어는 다르게 읽힐 필요가 있다.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나 역시 수없이 많은 사람을 '재능 있다', '없다'고 판단해 왔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학생이 다른 선생님을 만나 전혀 다른 소리를 내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순간 깨달았다. 그 학생에게 재능이 없었던 게 아니라, 내가 그 가능성을 꺼내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라는 사실을.


'재능의 문제'라는 말은 어쩌면 가장 쉬운 설명일지도 모른다. 어디가 막혔는지, 왜 안 되는지를 끝까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불리는 순간, 문제는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판결이 되고, 가능성은 설명되기도 전에 닫혀버린다.


현장에서 보면 재능은 결코 결과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여러 조건이 어떻게 조합되었는가에 가깝다. 음역이나 성대 두께, 공명 구조 같은 신체적 조건이 있고, 자기 소리를 얼마나 정확히 듣고 구분할 수 있는지와 같은 감각의 조건이 있다. 어떤 언어와 방식으로 설명을 받아왔는지는 학습의 조건이 되고, 불안이나 비교, 위축 같은 심리 상태 역시 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언제부터, 어떤 음악에 노출되어 왔는지라는 환경적 조건까지 더해진다. 우리는 이 모든 결과를 한 단어로 묶어 '재능'이라고 부른다.


/사진제공=리브가

그래서 재능은 결코 단일한 값이 아니다. 어떤 세계에서는 정확함이 재능이고, 어떤 장르에서는 개성이 재능이며, 어떤 전통에서는 깨끗함보다 지워지지 않는 세월의 흔적이 재능이 된다. 이비인후과 발성 스터디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한 판소리 소리꾼이 심한 성대결절로 수술을 받았는데, 의학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인 수술이었지만 이후 그 사람만의 소리 결이 사라졌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는 정답에 가까워졌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그 사람다운 소리'는 함께 사라진 것이다. 이 장면은 묻게 한다. 재능이란 완벽함일까, 아니면 지워지지 않는 흔적일까.


보컬 트레이너의 시선에서 보면 노래에는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오답은 있다. 몸을 망가뜨리는 방식, 지속되지 않는 발성, 사람을 무너뜨리는 연습법이다. 우리는 정답을 주입하기보다 오답을 하나씩 지워가는 일을 한다.


그래서 나는 재능을 이렇게 다시 정의하고 싶다. 재능은 타고난 한계치가 아니라, 자기 몸을 이해하는 능력이고, 무너지지 않고 반복할 수 있는 구조이며, 오래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시도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만들어진다.


미국의 한 음대 실기 오디션을 국내에서 진행하는 자리에 참관한 적이 있는데 지원자 한 명에게 약 30분간 같은 곡을 여러 방식으로 부르게 했다. 템포를 바꾸고, 반주를 달리하고, 밴드와 함께, 무반주로 반복했다. 그들이 보려는 것은 한 번의 완성도가 아니라, 어디까지 변형되고 어디서 막히는지였다. 재능을 판별하기보다 가능성이 작동하는 구조를 보려는 방식이었다.


노래는 한순간의 기술이 아니다. 관리, 반복, 회복, 적응의 총합이다. 그래서 재능은 점점 '얼마나 높이 뜨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의 문제로 바꾸어 생각해야 한다. 노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연습량이 아니라 가능성을 막는 판단을 섣불리 하지 않는 태도다. 아직 이 방법을 써보지 않았을 뿐이고, 아직 이 경로를 몰랐을 뿐이다.


방법은 항상 있다.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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