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텔란티스가 유럽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던 디젤차 라인업을 부활시킨다. 이는 그간 탄소 중립을 향한 자동차 산업의 흐름 속에서 현실적인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각) 스텔란티스는 최근 유럽 전역에서 자사 주요 브랜드의 디젤 모델 판매를 재개하거나 생산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탈내연기관(Dare Forward 2030)' 슬로건을 외치며 전기차 올인 전략을 펼쳤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유럽 내 전기차 판매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부족, 그리고 고금리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 맞물리면서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식어버린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스텔란티스의 이번 결정은 특히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을 다시 공략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푸조, 시트로엥, 피아트 등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들은 소형차와 상용차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 차급에서는 여전히 높은 연비와 장거리 주행 효율을 갖춘 디젤 엔진에 대한 수요가 견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 내 많은 운전자가 전기차의 높은 초기 구매 비용과 주행 거리 불안감으로 인해 다시 내연기관차로 문의가 현장에서 빗발치고 있다.
스텔란티스의 이런 움직임은 다른 완성차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유럽 연합(EU)은 환경 규제에 따라 디젤 엔진을 점차 퇴출로 내몰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 확대에 따라 자동차 산업 위기감이 높아졌고, 유로 7 등 최신 배출가스 저감 기술이 규제를 충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개발에 많은 은비용이 들고 점유율을 늘리기 어려운 전기차보다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통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당장의 판매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그간 스탤란티스는 스스로 전기차 전환을 슬로건까지 내걸면서도 다른 방면으로는 전기차 전환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일례로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그동안 정치권의 급진적인 전기차 전환 강요가 자동차 제조사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디젤차 부활은 그러한 그의 신념이 투영된 결과물로도 해석된다. 그는 전기차 기술이 성숙하고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디젤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병행 유지하는 '멀티 에너지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 단체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어렵게 일궈온 모빌리티 전환의 흐름이 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디젤차가 다시 도로를 점령할 경우 도시 대기 질 개선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장기적으로 전기차 경쟁력 강화에 투자해야 할 재원이 내연기관 유지에 분산될 경우 향후 테슬라나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냉정하다. 판매 실적이 곧 생존인 자동차 기업 입장에서 전기차 재고가 쌓이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텔란티스의 이번 결정은 이상적인 환경 목표와 냉혹한 시장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유럽 시장에서 디젤차의 귀환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새로운 과도기적 생존 모델이 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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