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노하우'. 비즈니스의 큰 두 축이다.
하지만 동업자가 떠나며 핵심 기술을 가져가거나, 공들여 키운 직원이 바로 옆에 유사한 가게를 차린다면 경영자로서는 존립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이때 가장 강력한 방어기제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경업금지(競業禁止)'이다.
경업금지란 특정인이 일정 기간 특정 지역에서 동종 영업을 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의무는 상법상 당연히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법정 의무')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서 생기는 경우('약정 의무')도 있다. 실무에서는 이 '약속'의 유효성을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지곤 한다.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사용자의 '영업권 보호'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영업양도와 경업금지: '권리금'에 숨겨진 법적 무게
영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할 때 흔히 간과하는 것이 상법 제41조이다. 별도의 약정이 없더라도 영업을 양도한 사람은 10년간 동일하거나 인접한 시·군에서 동종 영업이 금지된다. 만약 약정까지 했다면 그 기간은 20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영업양도'의 실질을 갖추었느냐 여부이다. 판례는 단순히 자산만을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 인적·물적 조직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기능적 재산'이 이전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 판결에서는 노래방의 시설과 종업원 고용을 승계한 경우 영업양도를 인정하면서, 양수인이 영업을 폐업했다면 폐업한 시점 이후에는 양도인의 경업금지의무도 소멸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근로관계에서의 경업금지: '전직 금지 약정'은 만능인가?
가장 분쟁이 잦은 분야는 단연 퇴직 근로자의 전직 문제이다. 많은 기업이 입사 시 '퇴직 후 n년간 동종업계 취업 금지' 서약을 받지만, 이것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경업금지약정이 근로자의 생존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경우 민법 제103조(사회질서 위반)에 의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유효한지 여부에 관한 핵심 체크리스트
①보호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는가? 단순한 숙련도가 아닌, 해당 기업만의 특수한 노하우나 고객 관계가 있어야 한다.
②경업금지 약정에 대한 대가가 제공되었는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경업을 금지하는 대신 별도의 수당이나 보상을 지급했는지가 유효성 판단의 가늠자가 된다.
③금지범위가 합리적인가? 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통상 1~2년 내외가 적정), 지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등 광범위하다면 법원은 이를 감액하거나 무효화한다.
실제로 기술 집약적 산업인 발전 사업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술 보호를 위해 약정의 유효성을 폭넓게 인정한 사례가 있는 반면, 일반 영업직원의 인적 네트워크는 보호 가치가 낮다고 본 사례가 존재한다.
가맹계약(프랜차이즈)의 특수성: 근로관계와는 다른 잣대
가맹점주와 본사 사이의 경업금지는 근로관계보다 조금 더 본사 측에 유리하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상표권과 통일된 영업방식 자체가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한 판결은 찜닭 가맹점주가 계약 종료 후 바로 동일 장소에서 동종 영업을 한 사건에 대해 위약금 4,000만 원의 지급 의무를 인정했다. 가맹본부의 노하우가 유출될 위험과 상권 침탈 가능성을 높게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맹점주라면 계약 종료 후 업종 변경 시 반드시 지역적·시간적 제한 범위에 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위반 시의 구제와 손해배상의 예정
경업금지 약정을 위반했다면 상대방은 경업금지 가처분을 통해 영업 중단을 강제할 수 있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계약서에 명시된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는데, 법원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등을 고려해 이를 감액할 권한이 있다. 실제로 3년의 경업금지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고 배상액을 깎아준 고등법원 판례도 존재한다.
경업금지는 양날의 검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산을 지키는 방패이지만, 개인에게는 직업의 자유를 옥죄는 창이 될 수 있다. 약정의 유효성을 주장하는 측(사용자, 양수인)이 보호 가치를 증명해야 하므로, 계약 체결 단계부터 보호 대상을 구체화하고 합리적인 보상을 설계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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