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산업연합포럼(KIAF)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2월 25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노동 유연성의 재정의 - 주요국 노동법제 비교와 한국 기업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제83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의 경직된 노동법제가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근로시간·해고·파견 등 전 영역에 걸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정만기 KIAF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과 대만의 경제 성과 격차를 언급하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차이를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IMF 등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1.0%에 그친 반면 대만은 8.6%를 기록했으며, 1인당 명목 GDP에서도 대만이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은 대만이 변형근로제와 월 단위 연장근로 한도 설정을 통해 노동시간 유연성을 확보한 점을 강조하며, 첨단 및 R&D 업종을 중심으로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 확대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소득 유럽 국가들이 유연한 근무시간을 통해 높은 노동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교훈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은지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자체 평가 모델을 통한 국가별 노동법제 유연성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한국은 100점 만점에 43.0점을 기록해 미국(99.25점), 싱가포르(86.5점), 독일(74.0점), 중국(65.25점) 등 비교 대상 9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김 변호사는 한국이 주 52시간이라는 '절대적 상한'에 묶여 있는 반면, 미국은 법정 상한 없이 가산임금 체계를 운영하고 일본은 R&D 업무에 대해 연장근로 상한을 제외하는 등 주요국은 유연한 관리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고 및 파견 제도에서의 격차도 두드러졌다. 한국은 엄격한 해고 절차와 사유를 요구하지만, 미국은 '임의고용(At-Will)' 원칙이 지배적이며 싱가포르는 통지만으로도 계약 종료가 가능할 만큼 고용 유연성이 높다. 특히 비정형 근로와 관련하여 한국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파견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를 고수하고 있으나, 독일과 일본은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과 싱가포르는 파견 기간 상한조차 없다. 규제 위반 시 한국은 징역형 등 강력한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반면, 주요국은 민사적 책임이나 과태료 위주의 경제적 제재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정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사법부의 엄격한 해석과 국제 기준에서 이탈한 국내 제도의 한계를 비판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일본보다 임금 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부재하며, 관리·감독자 예외 규정마저 법원이 극히 좁게 해석해 현장소장이나 비등기 임원조차 근로시간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파견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도급 계약이 불법파견으로 판단될 경우 직접고용의무와 형사처벌 등 막대한 리스크를 부담하게 되는 구조를 지적하며, 근로시간 한도를 월 또는 연 단위로 유연화하는 전환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경영계를 대표해 참석한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3월 개정 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대체근로 전면 금지 규정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위해 대체근로 허용 등 법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박기홍 충북대 교수는 노동 유연성 정책이 단순히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직 성공률 중심의 성과 기반 재교육과 실업보험 사각지대 축소 등을 포함하는 '패키지형 노동시장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진기 성균관대 교수는 노동법제가 민법의 고용계약 원칙을 무시한 채 과도한 보호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능동적인 노동시장 실현을 강조했다.
이처럼 포럼 참석자들은 한국 노동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순한 시간 총량 규제를 넘어 업종별 현실을 반영한 차등 설계와 형벌 중심 제재의 정비가 필수적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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