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최근 국내 시장에 'FSD(Full Self-Driving) 슈퍼바이즈드(Supervised)' 버전을 공식 출시하며 자율주행 기술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번에 도입된 FSD v12는 기존의 자율주행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적 진보를 보여준다.
과거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개발자가 직접 수만 줄의 코드를 작성해 수천 가지의 규칙을 입력하는 '규칙 기반(Rule-based)' 방식이었다면, v12 버전은 이 거대한 약 30만 줄 이상의 제어 코드를 과감히 삭제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 빈자리를 방대한 주행 영상을 학습한 단일 '엔드 투 엔드(End-to-End)' 인공지능(AI) 신경망이 대신하게 되면서 차량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주행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코드의 간소화를 넘어 주행의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방식은 예측 불가능한 도로 상황에서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기 쉬웠으나, v12는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대신 스스로 판단한다. 레시피를 따르는 대신 직관을 따르는 셈. 특히 복잡한 서울 도심의 도로 환경에서도 법규에만 의존하지 않고 교통의 흐름과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확률적 판단'과 '눈치 주행'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한국 도로 데이터 100만 km 이상을 학습하며 철저한 현지화 과정을 거친 결과로, 현재는 최신 v14 버전까지 진화하며 인간보다 높은 안전성을 목표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국내에 도입된 FSD 슈퍼바이즈드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 2 수준의 주행 보조 시스템이다. 가속과 감속, 조향 및 차선 변경 등을 차량이 스스로 수행하지만, 운전자는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테슬라 코리아는 공식 채널을 통해 국내 도로에서 직접 주행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성능을 과시했는데, 영상 속 차량은 한강공원 인근의 복잡한 교차로와 좁은 골목길, 톨게이트 등을 운전자의 개입 없이 매끄럽게 통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내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시선과 주의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주의가 분산될 경우 경고를 보내는 안전 장치도 강화되었다.
이번 FSD의 한국 상륙은 전략적 의미도 크다. 한국은 도로 환경이 매우 복잡하고 5G 통신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으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용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테슬라는 이를 통해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는 동시에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체와의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최근 불거진 전기차 배터리 안전 논란 등으로 위축된 시장 신뢰를 압도적인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실제 테슬라는 올해 10월까지 국내에서 약 4만 8천 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법적, 제도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안전 기준을 충족한 차량은 연간 5만 대까지 별도의 국내 인증 없이 수입이 가능해 FSD 도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으나,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현재 국내법상 FSD는 자율주행차가 아닌 주행 보조 시스템으로 분류되므로 사고 책임은 100% 운전자에게 있다. 향후 테슬라가 목표로 하는 '무인 로보택시'나 '오너 공유 모델'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과 보험 체계 정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신경망 기반의 FSD v12가 보여준 기술적 혁신은 이동의 미래를 앞당기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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