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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와 클래식의 충돌, 영화 '콜래트럴'

발행:
이규창 기자

영화는 스크린을 통해서만 이야기해야 한다. 주인공이 어떤 성격인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옆에서 누군가 설명해주어야 한다면 그 영화는 이미 영화로서의 가치를 잃은 것이다. 특히 할리우드라면 더욱 그렇다.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극장을 가더라도 다시 그 문을 나설 때부터 관객은 영화가 의도하지 않은 어떤 의문도 품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할리우드 영화의 미덕이다.


그나마 상황은 보여주면 그 뿐이지만, 인물의 성격과 성장 배경 등을 화면과 대사로만 설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화를 통해 관객들은 그 인물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상당한 근거들을 얻게 되지만, 만약 "나는 이러이러한 성격이고, 이러저러한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자연스럽게 대사를 던질 상황이 아니라면 어찌할까.


그 해답을 영화 '콜래트럴'(감독 마이클 만)은 음악에서 찾았다. 낡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택시 안, 나름대로 휴가를 즐기는 방법으로 몰디브 섬의 사진도 붙여놓았다. 닫힌 창문 안에서 잔잔히 흐르는 음악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클래식 선율이 평온하게 흐르는 택시 안은 살아오는 동안 일탈이나 모험 따위는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을 택시 운전수 맥스(제이미 폭스)가 안주한 세계다.


작고 평온한 이 세계에 침입한 살인 청부업자 빈센트(톰 크루즈)는 맥스가 안주한 그 세계를 파괴하려 든다. 고집스런 억양과 내뱉는 듯한 시니컬한 발음의 빈센트의 모든 행동은 맥스에게 일탈이자 불안이다. 그날 그날 오는 손님만 받으면 그 뿐인 맥스에게 택시를 전세 내겠다는 그의 제안부터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험이었다.


클래식 음악, 고요한 가운데 미래의 꿈인 벤츠 카달로그를 보며 샌드위치를 먹는 그의 머리 위로 시체가 떨어지고, 그 강력한 파열음은 맥스가 쳐놓은 작은 세상의 울타리가 깨졌음을 알리는 신호음으로 작용한다.


맥스의 영역을 완벽히 장악한 빈센트. 이제 음악은 재즈로 바뀐다. 분 단위로 거리를 재며 항상 예측 가능한 운전을 하는 맥스에게 빈센트는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게 대응하라"는 주문을 하고, 맥스는 조금씩 변화와 돌발의 재즈 선율로 휩쓸리기 시작한다. 이 때 마일즈 데이비스의 '스패니시 키'가 흐른다.


재즈광인 빈센트가 청부 대상인 트럼펫 연주자에게 총을 겨누고 생사를 결정할 질문을 던진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어디서 음악을 배웠나?" 틀린 답이 나오자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긴 빈센트에게 맥스는 묻는다. "만약 그가 답을 맞췄으면 살려줬을까?" 빈센트는 대답 없이 택시에 오른다. 이 때 그가 삼킨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라는 대답은 재즈의 선율이 대신해준다.


클래식은 너무도 쉽게 깨지는 얇은 유리판 위의 평화, 그리고 재즈는 하룻밤의 모험이다. 네 번째 타겟을 향해 가는 길에 격렬히 충돌한 뒤 침묵하는 두 사람. 이 때 늑대 한 마리가 도로를 가로지르고, 함께 흐르는 몽환적인 음악은 클래식과 재즈의 세계가 충돌한 뒤의 공진 상태를 나타낸다.


이후에는 액션과 총성만이 가득하게 되지만, 둘의 감정선을 따라 영화의 절정 부분까지 내러티브를 이끈 주인공은 바로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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