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시장에 한국만화 진출의 교두보를 열었던 윤인완(사진오른쪽)·양경일 콤비의 '신암행어사'가 한일합작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개봉된다.
'신암행어사'는 원래 조선시대 암행어사 박문수를 모델로 주신이라는 가상의 시공에서 팬텀솔저를 거느린 주인공 문수와 여검사 산도가 벌이는 활약상을 묘사한 만화. 독특한 스토리와 유려한 필체로 많은 만화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일본 만화주간지 '선데이 GX'에서 연재되면서 일본에서만 단행본 150만부, 한국에서는 5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히트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5일 부천 국제학생에니메이션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선정된 '신암행어사'의 상영을 앞두고 원작자 윤인완과 양경일을 만났다. 글을 담당하고 있는 윤인완은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을 봤지만 그림을 맡은 양경일은 오늘이 처음이란다. 요청한 대로 포스터가 나오질 않았다며 투덜투덜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기대와 긴장이 함께 묻어났다.
뭐라고 해야되나…. 책이 좀 나가니까.(웃음) 애니메이션을 염두에 두고 그린 만화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걸렸다. 그래서 만화와 추구하는 바가 달라질 지도 모르겠다.
결정 내리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다 픽션이다. 이미지를 차용하는 거고. 이름은 같고 설정은 비슷하지만 내용이 전혀 다른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내용 자체는 역사랑 겹치는 게 있어서 만화적인 건데 역사랑 겹치는 게 있어서 부담이 되기는 한다.
나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역사를 소재로 해서 사극 '이순신'이나 '대장금' 같은 걸 만들었다면 부담이 될텐데 우리는 역사물도 아니고 판타지물이니까.
약간은 염두에 두고 스토리를 쓰곤 한다. 하지만 사실을 그대로 소개하는 게 아니라 오리지널 스토리를 갖고 가는 만화니까 거기에 초점을 맞춰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굉장히 민감한 얘기다. 매우 일부긴 하지만 역사 왜곡 아니냐 하는 사람도 있고. 얘기하기 좀 찔리기도 하고 어렵다. 그만큼 관심을 갖고 지적해주시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정말 주목받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처음엔 없었다. 우리는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거기서 주목을 받고 있는 데는 우리가 한국 작가라는 게 이유가 된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작품에 관한 부담감과 한국인으로서의 책임감을 함께 느낀다.
하다보면 우리가 한국만화 한국 작가의 이미지가 된다. 모델이 되니까 책임감이 생긴다. 처음엔 우리뿐이었지만 이제 일본에 연재하는 만화가가 더 생겨난다. 우리가 길을 잘 닦아놔서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해주시는데 책임감을 느낀다. 처음보다는 많이 부담스럽다.
원작자가 할 수 있는 건 캐릭터 감수, 스토리 감수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말을 못한다. 애니메이션 만드는 분들도 나름대로 크리에이터니까. 관여하는 걸 안좋아한다. 시간도 없고.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걸리면 다 죽었다.(웃음)
특히 캐릭터에 신경을 썼다. 오늘 보면 알겠지만 얼마나 나올지 궁금하다. 얼굴 각도는 어딜 어떻게 잡고 눈썹은 얼마나 올라가야 되고, 나름대로 설명은 잘해줬다.
나는 원작자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 경일씨 그림이 워낙 세밀하고 퀄리티가 높아 일본에서도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라고 들었다.
'카우보이 비밥'에서 스파이크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구자형씨에게 따로 문수 역을 맡아달라고 요청을 드렸다. 사실 '카우보이 비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성우 자체가 오마주다. 그래서 특히 주인공 성우는 부담이 없다.
굉장히 많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을 꼽자면 '아키라'의 오토모 가츠히로일 거다. '베르세르크'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장르가 판타지인데다 취향이 비슷해서가 아닐까. 공간을 활용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 건 오토모 가츠히로의 영향이 가장 크다. 사실 그때그때 좋아하는 게 있으면 나도 해보게 된다. 좋아하는 분 모두가 내게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모두 다.
판타지 작품으로 설정을 했으니 마패로 소환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회탈은 우연히 떠오른거다. 어느날엔가 '좋은 생각이 났어' 이런 식이다. 하회탈이 웃는 표정이지 않나. 처음엔 아주 광대처럼 할까 하다가 조금 수정을 가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TV에서 '어사 박문수'란 드라마를 할 때 따라다니던 사람 이름이 아마 상도였을 거다. 그대로 썼는데 일본에선 '상도'나 '산도'나 발음이 같은지라 번역하면서 산도가 됐다. 크라운 산도? 일본에서도 먹는거냐는 얘기가 있다.(웃음)
취향이 아니냐 이러시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아니다. 산도가 몸을 많이 움직이는 캐릭터인데 무엇보다 가벼운 몸놀림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서 금속같은 것도 모두 덜어내고 가죽만 남은거지. 절대 내 취향이 아니다.(웃음)
애니메이션은 만화와는 또 다르니까 나름대로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만화 선상에서 비교하지 마시고. 아, 보러가야 되는데 쪽팔린다.
재미있는 판타지 만화영화라고 생각해 주시고 부담없이 봐달라. 형, 나도 그랬는데 그래도 끝까지 다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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