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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vs '태극기'..뭐가 같고 뭐가 달랐나

발행: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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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의 한국영화 최다관객 기록이 2년도 안되어 깨졌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신기록의 주인공은 2006년초 극장가 돌풍의 핵 '왕의 남자'다. 지난해 12월29일 개봉한 '왕의 남자'는 67일째인 5일 오후 5시 현재 1175만명을 돌파하며 '태극기 휘날리며'의 종전 기록 1174만명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1200만명까지도 너끈히 돌파할 태세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점을 제외하면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태극기 휘날리며'와 조선조의 폭군 연산 통치기를 소재로 삼은 사극영화 '왕의 남자' 사이의 공통점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당시 한국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를 들이며 개봉 전부터 세몰이를 했던 '태극기 휘날리며'와 입소문이 꼬리를 물며 관객을 불러모은 '왕의 남자'는 흥행 추이는 물론 태생도 성격도 판이하게 다른 작품이다.


'왕남' VS '태극기'.. 44억 vs 147억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쉬리'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서막을 알린 강제규 감독은 빈틈없는 기획으로 차기작을 진행했다. 사전계획기간만 1년3개월, 시나리오 준비에 2년5개월, 촬영에 9개월이 걸렸다. 순제작비는 당시로선 사상 최고인 147억원. 마케팅비를 더하면 약 170억원에 이른다. '과연 제 값을 했다'는 평가도 얻었다.


이같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성공은 '들인만큼 번다'는 믿음을 충무로에 확산시키며 이후 '태풍', '청연' 등 100억대 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데 일조했다.


반면 '왕의 남자'의 순제작비는 44억원이다. 30억에 조금 못미치는 최근의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에 비해 적지 않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와 비교한다면 초라한 수준이다. 사극에 추가되는 미술비 등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는 제작비를 알뜰하게 집행해 집중할 것에만 집중한다는 이준익 감독의 원칙이 반영된 결과다. 카메라가 스쳐지날 곳에 수백 수천만원짜리 소품을 두는 대신 시선이 머물기 마련인 주인공들의 의상에 갑절의 공을 들이는 식이다. 부안세트의 적극적 활용 등도 제작비를 줄인 요인. 영화 관계자들은 내실있는 성공을 거둔 '왕의 남자'가 한국형블록버스터의 개념을 바꿨다고 평가한다.


'왕남' VS '태극기'.. 중반 고조 vs 초반 폭발


두 영화는 흥행 추이에 있어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장동건 원빈 등 톱스타를 내세운 '태극기 휘날리며'는 개봉 4일만에 177만을 모았고 개봉 5일만에 200만, 11일만에 400만, 13일만에 500만 등 개봉 39일만에 1000만관객을 모을 때까지 모든 기록이 최단시간이었다.


이는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았다. 감독과 스타에 대한 믿음과 최고 제작비에 대한 호기심, 여기에 확실한 물량공세가 더해진 까닭이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443개관에서의 와이드 릴리즈 방식을 썼고 그 이후엔 개봉관이 더 늘어나 최대 513개에 이르렀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초반 폭발적인 기세로 모든 최단시간 기록을 갈아치웠다면 '왕의 남자'는 천천히 불이 붙었다. 영화는 연말 블록버스터의 열풍 속에 256개관을 잡는 데 그쳤다.


그러나 입소문이 늘면서 개봉 첫주보다 2주째와 3주째 오히려 관객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관객은 좀처럼 줄지 않았고 1100만 관객 돌파 시점에서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추월했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57일만에 1100만을 넘어선 반면 '왕의 남자'는 54일만에 기록을 달성했다. '왕남폐인'을 자처할 정도로 많은 영화팬들이 스스로 촉발시킨 능동적인 열기가 오래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왕남' VS '태극기'.. 사극영화 vs 전쟁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의 스펙터클과 비극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흙이 튀고 총알이 빗발치는 거친 전투신은 막대한 제작비가 제대로 빛을 발한 부분. 그 속에서 피어나는 형제의 우정을 주제로 삼아 드라마를 강화하는 동시에 외국 관객도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끌어냈다.


남북문제가 영화의 흥행코드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앞서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가 증명했고 지난해에는 '웰컴 투 동막골'이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를 재확인했다.


'왕의 남자'는 사극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옛 이야기 속에 요즘의 관객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현대적인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점은 '왕의 남자'의 주요 흥행 요인 가운데 하나다.


연산과 녹수 등 실존 인물에 대한 재해석 역시 호기심을 자극했고, 동성애 코드를 임금에게 적용하는 등 사극의 틀을 빌려 더욱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쳤다. 남사당 놀이와 한복, 조선 왕실 등이 새로이 각광받으며 관심을 얻게 된 것은 사극영화 히트가 낳은 2차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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