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딧불의 묘' '추억은 방울방울'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감독전 개최를 기념해 25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카하타 감독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웃집 야마다군'의 시사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내가 연출한 영화들이 필름으로 상영하게 돼 홍보차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하나 하나 성실하게 답했다. CJ CGV는 오는 6월8일부터 28일까지 강변, 용산, 상암에서 '이웃집 야마다군' '반딧불의 묘' '추억은 방울방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상영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인데 소감이 있다면.
▶한국을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서울 외에 다른 곳에도 가봐야 할텐데 이번에도 서울을 찾게 됐다. 내가 연출한 영화가 정식으로 개봉되는 만큼 홍보에 힘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 만드는 3D 애니메이션의 공세가 거센데, 2D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생각이 있다면.
▶3차원 애니메이션이 더 좋다든지, 2차원 애니메이션이 더 좋다든지, 하는 생각은 안한다. 차이가 있다면 선으로 그린 그림을 보고 사람들은 그것을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고 상상을 한다. 반면에 3D 애니메이션은 보는 그대로를 믿게 된다. 평면적인 표현이든 입체적인 표현이든 결국 어떤 감정을 전해 주느냐가 중요하다. 평면적인 표현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안한다.
-4작품이 이번 감독전에 상영되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각각 틀린 이야기일 뿐더러 표현하는 방법도 틀리다. 나는 애니메이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고 그것을 실현하려 한다. 내용적인 부분은 내가 보통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동안 느낀 것을 표현하려 했다. 각 이야기들이 다 다른 내용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보통 일상을 보내며 느끼는 것을 담으려 했다. 이것이 철학이라면 철학이다.
-'이웃집 야마다군'를 TV용이 아니라 극장용으로 만든 이유는.
▶'이웃집 야마다군'처럼 4컷 만화를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사례가 일본에는 많다. '사자에상'처럼. 하지만 4컷 만화를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4컷 만화의 특징인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게 된다. 나는 하이쿠(일본의 단시형 문학)처럼 짧은 일화를 나열해 전체를 보았을 때 뭔가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비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강점이 있다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강점이랄지 특징이라면 보는 사람이 주인공 옆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해 모험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요소가 흥행에 작용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경향이고 나는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만들려 한다. 보는 사람들을 작품 속에 빠져들게 하는 것도 중용하지만 나는 객관적으로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도록 한다.
-한국영상물을 본 적이 있는지.
▶한국영상 작품은 일본에서 무척 유명하다. 나도 몇 작품을 봤다. 열광적인 팬은 아니지만 이해할 만큼 보았고, 우수한 것도 많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마리이야기'다. 감독과 대담도 했고, 홍보에도 협력했다. 2년 동안 도쿄필름 페스티벌 심사위원을 맡았는데 응모하는 것 중 한국 작품이 꽤 많다. 30 작품에 우수상을 주는데 그 중 한국 작품이 꽤 들어있다.
-자신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게 있다면.
▶내가 어릴 때는 애니메이션이 별로 없었다. 극 영화가 많았는데 다시 영화는 인간에 대해 표현한 게 많았다. 그게 영향을 준 것 같다. 디즈니 영화나 소련 애니메이션도 있었지만 그게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한 프랑스 장편 애니메이션을 보고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느껴 이 직업을 택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의 관계는.
▶미야자키 감독과는 길게 우정을 돈돈히 해온 사이이다. 내가 만난 사람 중 최고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처음 만날 때부터 그랬고, 그런 사람과 같이 일해서 기쁘다. 하지만 서로 연출과 감독을 번갈아 가면서 하면서 경향이 달라졌다. 경향이 달라지면서 그것을 서로 인정하면서도 비판도 한다. 친구이긴 하지만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생각의 차이는 있지만 좋은 친구 관계 유지하고 있다.
또 한가지 미야자키 감독이 지브리 미술관을 만든 것에 감사한다. 당시 미술관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을 때는 만들어서 뭐하나 싶었는데 현재 미술관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무척 크다고 생각한다.
-'이웃집 야마다군'외에 다른 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데.
▶애니메이션 외에 집필 활동과 연구를 하고 있다. 또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향과는 다른 것을 하려 한다. 프랑스 장편 애니메이션 2편에서 그런 것을 느껴서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려 한다. <사진=최용민 기자 lee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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