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전국 누적관객 1000만명을 돌파함으로써 한국영화는 모두 4편의 1000만영화를 보유하게 됐다. 2003년말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1000만의 문턱을 넘어선 지 채 3년이 되지 않아 이룬 성과다.
2003년의 '실미도', 2004년의 '태극기 휘날리며', 2005년의 '왕의 남자' 그리고 2006년의 '괴물'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1000만 영화는 어느덧 한국 영화의 저력과 한국 관객의 선호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들 1000만영화는 어느 하나로 뭉뚱그려 설명하기 힘들 만큼 강한 개성과 뚜렷한 매력을 각기 지니고 있다. 이름하여 다시 보는 '한국의 1000만영화'. 각각의 흥행 요소와 특징을 살펴본다.
◆ '왕의남자'.. (1230만명. 역대 흥행 1위)
감독 이준익. 제작 이글픽쳐스 씨네월드. 개봉 2005년 12월 29일. 45일째인 2006년 2월 11일 1000만 돌파.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자유만은 남부럽지 않은 광대와 모든 것을 가졌으나 자유만은 얻지 못한 왕을 대비시킨 한국 영화 최고의 흥행작이다. 순제작비는 46억원으로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 수준인데다 당시 이름난 톱스타도 하나 출연하지 않았지만 탄탄한 구성과 신명나는 볼거리, 배우들의 호연 등이 조화를 이루며 뚝심을 과시, 1000만 영화는 곧 블록버스터라는 흥행 공식을 뒤엎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젊은 여성관객은 여자보다 아름다운 광대 공길 역의 이준기에 열광하고, 중년 관객은 조선조 폭군 연산 중심의 정치드라마에 주목하는 등 보는 이들마다 다른 재미를 느끼는 다층적 텍스트도 큰 매력. 덕분에 수십번 영화를 관람하며 열광하는 '왕남 폐인'까지 등장했다. 동성애에 대한 관심 증가, 조선 역사에 대한 재조명, 예쁜 남자 신드롬 등은 '왕의 남자'가 불러온 2차 효과다.
◆ '태극기 휘날리며'.. (1174만명. 역대 흥행 2위)
감독 강제규. 제작 강제규필름(현 MK픽쳐스). 개봉 2004년 2월 5일. 39일째인 같은해 3월 14일 1000만 돌파.
한 민족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 피를 흘린 비극 6.25 전쟁을 끈끈한 형재애와 가족애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쉬리'로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새로운 장을 연 강제규 감독은 147억원이란 한국영화 초유의 제작비로 승부수를 던지며 실감나는 전쟁신과 대규모 스케일을 선보였다. 영화는 "한국판 '라이언 일병 구하기", "할리우드 전쟁영화 같은 한국영화가 나왔다"는 애국 마케팅 및 입소문에 힘입어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의 영문 제목(Tae Guk Gi: The Brotherhood of War)이나 일본어 제목(Brotherhood)가 증명하듯 형제애란 보편적인 정서를 다룬 점 때문에 해외 관객에게도 어필했다는 평가. 형제로 열연한 장동건과 원빈은 최고의 한류스타로 자리매김했다.
◆ '실미도'.. (1108만명. 역대 흥행 3위)
감독 강우석. 제작 시네마서비스. 개봉 2003년 12월 24일. 58일만인 2004년 2월 19일 1000만 돌파.
실미도의 684부대 북파특수부대원들이 1971년 8월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앞에서 버스에 탄 채 군경과 총격전을 벌이다 끝내 자폭한 자폭한 실제 사건을 그려냈다. 영화 제작 전에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현대사의 비극에 렌즈를 들이댄 점 때문에 시사적인 관심도 컸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북파공작원 문제가 더욱 주목받았다.
묵직한 소재와 더불어 강우석 감독의 우직한 연출 스타일,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 정재영 등 선굵은 남자배우들들의 안정된 연기가 한데 잘 어울렸다. 한국영화 최초의 1000만 영화의 탄생을 소망한 관객들의 지지가 더해져 영광의 타이틀을 안았다.
◆ '괴물'.. (1000만∼. 현재 상영중)
감독 봉준호. 제작 청어람. 개봉 2006년 7월 27일. 21일만인 같은해 8월16일 1000만 돌파.
한국형 SF영화, 한국형 괴수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동시에 받으며 파죽지세의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한강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독창적인 설정과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등 '봉준호 사단' 배우들의 호연, 흠잡을 데 없는 만듦새가 어우러졌다. 50억을 들여 만든 실감나는 괴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해외 언론의 호평이 전해지면서 관심이 폭증했고, 국내 언론의 호의적 평가 속에 국내 전체 스크린의 40%에 달하는 620개관을 잡으면서 흥행 폭발력이 더해졌다. 최다 예매 및 최다 전야제 관객 기록을 시작으로 1000만 관객 돌파까지 100만 단위 관객 최단 시간 돌파, 개봉일 및 주말 평일 일일 최다관객 등 흥행에 관련한 거의 모든 신기록을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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