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우는 모호한 위치에 있는 배우이다. '혈의 누'를 통해 충무로에서 재발견된 이래 올 초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달콤 살벌한 연인'에 이어 '호로비츠를 위하여'까지 줄곧 다양한 색깔을 드러냈다.
박용우는 1994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래 가장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아직은 주무기가 없다. 난생 처음 형사 역을 맡은 '조용한 세상'(14일 개봉ㆍ감독 조의석ㆍ제작 LJ필름)에서 박용우의 모습은 어찌보면 전형적인 형사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양성에 대한 욕구가 지글지글하다는 박용우를 만났다.
-말랑말랑한 역을 계속 맡다가 '조용한 세상'과 '뷰티풀 선데이'에서 연속으로 거친 형사 역을 맡았다.
▶말랑말랑한 역을 했으니 센 걸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이야기와 어떤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물론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난생 처음으로 형사 역을 한다는 것에도 매력을 느꼈다.
-'조용한 세상'에 사진작가로 나오는 김상경과 배역이 바뀐 게 아니냐는 소리도 있다.
▶그 때 당시 내가 김상경 역에 캐스팅됐으면 투자가 안됐을 것이다.(웃음) '달콤 살벌한 연인' 전에 캐스팅됐으니,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이다. 조의석 감독이 '일단 뛰어'를 할 때 인연을 맺었다. 어찌보면 스트레오 타입일 수 있지만 남성적이면서도 둥글둥글한 캐릭터인 게 끌렸다.
-제작보고회에서 대학 동문인 김상경이 부러웠다고 했는데.
▶김상경이 부러웠다기보다 내 자신에 대한 배고픔이 크다는 뜻이다. 어렸을 적에는 자기 의지가 없이 살았다. 상상하고 공상하는데 익숙했지 현실적인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편이었다. 거기에 대한 반발이랄까, 30대에 내 자신을 찾으려 강하게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독불장군을 싫어하지만 독불장군처럼 나 혼자 결정하는 편이 됐다.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큰 인기를 누린 터라 비슷한 캐릭터에 대한 애착도 있을텐데.
▶'달콤 살벌한 연인'이 성공한 게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이제 배우의 티켓 파워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그 작품 안에서 얼마나 잘 녹아나는지가 중요하다. 물론 객관적인 테이터를 왜 생각하지 않겠나. 현실적인 부분인데. 하지만 그런 걸 다 고려한다. '달콤 살벌한 연인' 전부터 내 나름대로 소신이 있었다. 다양성에 대한 욕구 같은 것들.
-다양성에 대한 욕구라고 한다면.
▶아직도 내 무기가 뭔지 잘 모르겠다. 무기를 내세우고 싶지도 않다. 확실한 장점이 없는 게 내 장점인 것 같다. 잘못하면 뭘해도 안된다가 되겠지만 잘하면 뭘해도 되는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이 나에게 있어서 기로에 선 시기인 것 같다.
지금 내가 하이틴 역을 할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20대에는 나도 그런 역을 해보고 싶었다. 놓쳤던 역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차기작에 대해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여건 안에서 작품을 골랐다면 이제는 다양한 캐릭터로 내 모습을 드러내고 싶다.
-'조용한 세상'에 대한 만족도는.
▶난 좀 냉정한 편이다. 내가 선택한 작품이라도 내가 만족해야 한다. 알록달록한 영화들 속에서 시커먼 남성 영화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겨울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이 영화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김상경과 배역이 바뀌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무리없이 소화해 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캐릭터를 제의받는다.
▶그런 편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이후 그런 캐릭터가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참 다양하다. 게이 멜로부터 액션물, 소심남, 사기꾼에 포주까지. 말했듯이 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나쁜 그런 철면피 역이 탐이 난다.
-캐릭터를 위해 많은 관찰을 한다는데.
▶요즘 컴플렉스 중 하나가 직접적인 경험이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접 경험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지켜본다. 특이한 캐릭터일 경우 집에 가서 적어놓기도 한다. 누군가를 잘 알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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