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식은 지난 해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배우로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해준 영화(구타유발자들)에 출연했으며, 주연을 맡은 영화가 내리 두 편(형사 공필두, 플라이 대디) 개봉했다. 난생 처음 드라마(101번째 프러포즈)의 주연을 맡아 멜로 연기도 펼쳤다.
하지만 성적들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구타유발자들'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참당한 흥행을 기록했으며, '형사 공필두'는 최악의 영화라는 평을 들었고, '플라이 대디'는 '괴물'에 눌려 기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했다. '101번째 프러포즈' 역시 '주몽'의 위세에 시청률에서 고전을 금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런 이문식을 보고 기로에 놓여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문식은 "지금도 영화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영화를 할 텐데 언론에서 그렇게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 같다"면서 손사레를 쳤다.
어수룩해서 당하고, 잔돈 한 푼에 벌벌 떠는 소시민으로 한 해를 보냈던 이문식. 오는 18일 개봉하는 '마파도2'(감독 이상훈ㆍ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에서 예의 이미지를 드러낸 그와 만났다.
-지난 해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낸 것 같다.
▶작품을 계속 하면서 뒤돌아 볼 시간도 없이 보냈다. 특히 '구타 유발자들' 촬영이 늦어지면서 '플라이 대디'와 '101번째 프러포즈'가 본의 아니게 겹치게 돼 정신 없었다. 열심히 살았지만 흥행에서는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았다.
-주인공을 계속 맡았지만 흥행 부진이라는 오명도 따랐다.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영화를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할 생각이니깐. 다만 언론에서 그렇게 낙인을 찍어서 사람들이 의식하는 게 아닌가 싶어 괴로웠던 적은 있다.
-전편에 이어 '마파도2'에 출연한다. 부담이 없지 않을텐데.
▶처음에는 거절했다. 속편에 대한 부담도 있고, 똑같은 캐릭터를 한다는 게 연기자로서 도전할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을 만나서 신뢰를 갖게 됐고, 무엇보다 선배들과 함께 하면서 짐을 덜고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전편에 이어 화장실 유머가 뒤따른다. 연기하는 데 힘들지는 않았나.
▶화장실 유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연기도 다 어렵다. 하지만 시나리오에 표현돼 있고 필요한 게 분명한 데 꺼린다면 배우로서 직무유기다.
-'마파도' 3탄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과거로 간 마파도 이야기부터 여러가지 버전이 있더라. 어사인 내가 마파도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좋은 이야기와 기획이 있다면 또 참여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어설픈 조폭이나 소시민 캐릭터가 이미지처럼 됐다.
▶그런 게 사는 이야기인 것 같다. 홍상수 감독 스타일이라고 할까. 일상을 그린 것 같은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물론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도 있다. '구타유발자들' 같은 경우 남들은 생각 안하는 내 모습을 끌어내줬다. 그런 작품이 들어온다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작품을 보면 젊은 배우들보다는 선배들과 함께 한 작품이 많다.
▶'플라이 대디'를 찍을 때 이준기와 술을 딱 3번 밖에 먹지 못했다. 그만큼 정신이 없었다. 내가 시골에서 살아서 그런지 어른들과 함께 하는 게 더 편하기도 하다.
-드라마 시청률이 낮았는데 다시 도전해볼 생각은 없나.
▶언젠가 꼭 복수하고 싶다. (웃음) '주몽'에 월드컵까지 겹쳐서 조기종영의 수모를 겪었다. 사전제작되는 드라마가 있다면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
-'야심만만'에 출연한 뒤 네티즌들로부터 고초를 겪기도 했는데.
▶강호동과 맞서는 구도가 형성됐는데 그걸 보고 엄청난 댓글이 붙었더라. 어떤 글에는 이문식이 강호동 MC 자리를 노리고 그렇게 덤빈다는 내용도 있었고, 어떤 글에는 이문식이 전라도 출신이라 경상도 출신인 강호동에게 덤비는 것이다라는 것도 있었다. 충격을 받았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신현준에게 상담을 하기도 했다. 신현준이 '신경쓰지 말라'고 한 마디로 정리해주더라.
-2007년을 맞아 각오가 있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최근에 읽고 있는데 거기에 20대의 열정이 식어 가고 있다는 글귀가 있었다. 뜨끔했다. 다모폐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초심'이라고 새겨진 열쇠고리를 받았다. 충격이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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