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3', 메리제인이 영화에서 한 일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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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 기자
[김관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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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와 예상대로 한국에서 흥행폭발 중인 '스파이더맨3'. 확실히 1, 2편보다 볼거리(날아라 슈퍼보드부터 영화 막판 2대2 태그매치까지), 생각할거리(피터 파커의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 많은 작품이지만, 한가지 석연찮은 점은 있다.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종횡무진하는 동안 도대체 여자 주인공 메리 제인 왓슨(커스틴 던스트)이 한 일이 뭐지?


물론 나름대로 한 일은 많다. 스파이더맨 닮은 안티 히어로 베놈에게 납치돼 바쁜 애인 스파이더맨 달려오게 하기, 옛 친구 해리(제임스 프랑코)에게 협박받아 순정남 피터 파커에게 상처 주기, 왕거미줄에 폭신폭신 누워 피터 파커와 사랑 나누기..하지만 이는 본의 아니게 저질러진 일일 뿐이다. 뭐 하나 자기 힘으로 고민하고 해결하며 한발짝 나아간 게 없다. 급박했던 위기탈출은 물론 실타래처럼 꼬인 사랑마저도 피터 파커(스파이더맨)가 다 했다.


사실 '스파이더맨3' 같은 남성 히어로물에서 여자 주인공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건 예민한 관객 또는 페미니스트들의 욕심이자, 옛 TV영화 '원더우먼'에 너무 심취한 올드팬의 하소연일 뿐이다. '슈퍼맨 리턴즈'에서 슈퍼맨의 연인 로이스(케이트 보스워스)도 이렇다할 존재이유를 보여주지 못했고, '본 아이덴티티'나 '본 슈프리머시'에서 본(맷 데이먼)과 CIA의 연결고리 역을 맡은 니키(줄리아 스타일즈)도 본의 슈퍼맨적인 활약상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배트맨 비긴스'의 레이첼(케이티 홈즈)도 마찬가지. 남자 주인공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의 소꿉친구이자 검사보로 명목상의 비중은 높지만, 사실 배트맨 탄생비화를 그린 이 프리퀼에서 없어도 그만인 역이다. 앞으로 개봉할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오션스 13' '다이하드 4.0' 역시 조니 뎁, 맷 데이먼, 조니 클루니, 브루스 윌리스 등 만능의 남자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다 하리라는 것도 뻔하다.


다시 '스파이더맨3'로. 이 영화에서 활약한 '남성'은 피터 파커만이 아니다. 피터 파커는 외계에서 온 검은 아스팔트 같은 물질에 의해 감염돼, 선과 악을 오락가락하며 전편보다 더 좌충우돌했다. 또한 잘 생긴 남자 해리도 슈퍼보드를 타고 맹활약하다 영화 막판 극적으로 변신하며, 피터 파커에게 공개망신당한 사진기자(토퍼 그레이스)도 강력한 베놈으로 변신했다. '판타스틱4'의 한 캐릭터 같은 샌드맨(토마스 헤이든 처치) 역시 가공할 괴력과 덩치를 자랑한 남자였다.


결국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상업적 출발점이자 치명적 편견은 이것이다. 위기에 빠진 세상과 사랑을 구하고, 전복시켜버리고 싶은 세상과 사랑에 도전한 주체는 정녕 알게 모르게 남자라는 것. 쌈박한 CG와 가공할 액션, 횡행하는 캐릭터, 그리고 무엇보다 선과 악을 뛰어넘은 듯한 진보적인 영화철학 뒤에는 고루한 성(性)역할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 그리고 향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도 메리 제인이 세상사와 사랑을 주도하는 일은 아마 없으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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