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렬한 이미지의 배우 허준호(44)가 이번에는 순정한 남자로 돌아온다.
오는 2월5일 개봉하는 영화 '마지막 선물…귀휴'(감독 김영준·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좋아했던 친구의 아내(하지원 분)와 그 자식까지 거두는 형사 조영우 역이다. 기른 딸(조수민 분)의 친부인 무기수 강태주(신현준 분)와 대비돼 '착한남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좋아서 한번에 한다고 했죠.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데 허준호한테 이런 캐릭터를 준 것도 고맙고.(웃음) 배역을 맡게 되면 그에 대한 사례 조사를 하는데, 의외로 기른 자식에게 낳은 자식 못지않게 정을 주는 이들이 많아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이들이 올린 글을 보면서 그 심정을 느낄 수 있었죠. 그 감정을 연기하는데 많이 참고했어요."
배우는 배역을 따라가는 걸까. 지난해말 종방한 SBS '로비스트'에서 특전사 출신 로비스트 제임스 리 역을 맡아 보여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냉혹한 모습과는 전혀 딴 판이다. 얼굴에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언론시사 때 우는 소리가 나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인 듯 싶네요. 나도 내가 나온 작품은 냉철하게 보는 편인데, 눈물이 절로 나더라구요. 이 영화를 '신파'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는 본인이 '신파' 아닌가요?"
불치병에 걸린 7살 딸을 살리기 위해 낳아준 아빠와 길러준 아빠가 그야말로 눈물 나는 부정의 대결을 벌인다. 자신의 것과 바꿔도 아깝지 않을 딸의 목숨을 구하려는 이들의 절절한 부성애에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렇게 눈물샘을 자극한다고 해서 '신파'라고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 허준호의 일갈이다.
"사람들이 옷, 헤어스타일, 인테리어, 이런 트렌드에 집착하다보니 촌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을 '신파'라고 하나본데, 얼마나 세련됐으면 그런 말을 하나요? 그러려면 외국 가서 살던지 해야죠. 근데 그게 진짜 사는 얘기에요. 바로 우리 얘기죠. '미워도 다시한번'도, '엄마 찾아 삼만리'도 신파가 아니에요. 내 친구 중에 하나는 15년전 아버지가 친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줘 마흔 넘은 지금도 '엄마 찾아 삼만리'를 하고 있어요."
선친의 이름을 딴 장강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뮤지컬 기획자로 변신하기도 한 그는 워낙 '보물섬', '사운드 오브 뮤직', '피터팬' 등 어린이 뮤지컬 무대에도 많이 올랐는데. 그 덕붙에 아역 조수민 양과 친해지는 것도 금방이었고, 그를 통해 기른 정도 낳은 정 못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시작하며 낳은 정은 100%지만 기르기만 한 부모의 사랑이 과연 100%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어요. 수민이와 부산에서 3,4개월을 함께 생활하면서 중반쯤 넘어가니 정말 극중 인물이 아닌 수민이를 진짜 딸 같이 사랑하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이 작품을 통해 "어른들의 싸움에 희생되고 있는 아이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는 허준호는 마지막으로 가족끼리 함께 '마지막 선물'을 관람할 것을 당부했다.
"설에 고스톱 치는 것 보다는 100배 재밌을 거에요. 한국 영화 많이 봐주시고, 될 수 있으면 우리 영화 봐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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