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시인은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읊었지만 한국영화계는 5월이 잔인한 달이다. 5월은 대학 중간고사가 끝나고 연휴가 많아 극장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시점이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이 시기에 한국영화는 눈물을 머금고 뒤로 뒤로 전선을 미뤄야 했다.
5월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계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006년 '다빈치코드'와 '미션 임파서블3', 2007년 '스파이더맨3' '캐리비안의 해적3' '트랜스포머' 등 어마어마한 규모의 외화들이 쏟아지면서 극장은 차고 넘쳤다. 그러나 한국영화들은 개봉을 8월 이후로 재조정하기에 급급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스파이더맨3' 이후 13주 연속 할리우드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영화 위기론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올해도 예년과 다를 바 없을까?
일단 지난해보다 눈에 띄는 프랜차이즈 작품이 없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다. 지난해에는 '스파이더맨3' '슈렉3' '캐리비안의 해적3' '다이하드4.0' 등 유달리 속편 영화들이 많았다.
반면 올해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제외하고는 속편 영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 마블 코믹스가 자부하는 '아이언맨'과 비가 출연하는 '스피드 레이서'가 4월말과 5월초 개봉할 예정이지만 지난해에 비해서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올해 5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게 '스필버그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디아나 존스4'를 수입하는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할리우드에서도 스필버그가 올해 5월 '인디아나 존스4'를 개봉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에서도 이 시기 영화 개봉을 기피했다"고 설명했다.
'인디아나존스4'가 5월22일 개봉하는 것도 호재라면 호재이다.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 등 공휴일이 5월초에 몰려 있어 관객들을 그만큼 더 모을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5월을 기피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이 시기를 노리는 굵직한 한국영화들이 제법 있다.
한석규와 차승원 주연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당초 3월 개봉을 준비하다가 4월말로 개봉 시기를 조정했다. 김혜수 박해일 주연의 '모던보이'도 4월말 개봉해 5월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3,4월 보릿고개를 간신히 넘기고 풍요로운 5~6월을 외화에 내주며 7,8월에서야 승부를 봤던 예년과 달리 올해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가 전면승부를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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