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그리나의 아버지는 갓 태어난 딸이 그린 것처럼 예쁜 아이로 자라기를 바랐다. 그래서 소망을 담아 딸의 이름을 순 한글로 '그리나'로 지었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박그리나는 그린 듯이 예쁘게 자랐다. 하지만 예쁜 외모와는 달리 그녀는 엉뚱한 행동으로 종종 부모의 골치를 썩였다. 한 번은 술을 마시다 심장이 멎어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박그리나가 배우가 된 것은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지금도 촬영이 없으면 여행을 떠난다. 지금까지 여행을 갔던 세계 각국의 도시가 40여개가 넘는다.
박그리나는 "평소에는 주위에서 사고를 칠까 걱정하는데 작품을 찍으면 오히려 마음을 놓아요"라고 깔깔 웃었다.
6일 개봉한 '소년은 울지 않는다' 촬영을 마친 지 2년, 박그리나는 뉴욕으로 일본으로 유럽으로 여행을 다녔다. 한국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한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 박그리나는 살아남기 위해 다투는 두 남자 사이에서 홀로 서있는 여인을 연기했다.
살아남기 위해 남자여인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여인, 박그리나는 영화 속 인물을 털어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 소년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다"며 "개봉이 늦어져도 영화의 힘을 믿었기에 조금도 불안하지 않고 2년을 기다렸다"고 했다.
하지만 촬영을 끝낸 지 2년이 흘렀는데 조금도 못미더운 구석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박그리나는 시사회에서 영화를 볼 때까지는 주위에 말을 제대로 못했다. 그러다 영화를 보자마자 자신있게 친구들에게 "내 영화 개봉한다. 꼭 봐라"고 연락했다.
촬영하면서 이완과 송창의와 17살 때로 돌아가 마음껏 뛰놀던 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박그리나는 "뉴욕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봤더니 마침 영화를 찍었던 강원도 양양에서 봤던 하늘이 떠오르더라"며 "세계가 이어져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항공사 기장이라 여행을 마음껏 떠나는데 큰 도움을 얻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그녀는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그녀의 독특함을 담기에 한국은 보는 눈이 많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취해서 벤치에서 잔 적도 있다. 음 그런 경험도 새롭지만 무엇보다 출발할 때와 돌아왔을 때, 내가 달라지는 것 같아 좋다."
'바보' 등 다양한 작품을 찍었지만 아직 스타덤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고 한다. 박그리나는 "주위에서는 초조하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하지만 전혀 그런 마음이 없다"면서 "뭔가 안에서 터질 것 같을 때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좋을 뿐"이라고 말했다.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달리다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순간을 즐기고, 연기를 할 때도 그런 기분을 맛본다고 했다.
박그리나는 "작품을 할 때만 안정되는 것 같다고 주위에서 말하더라"면서 어린 시절 부모님 몰래 술을 먹다가 심장이 멎어 응급실에서 전기충격을 받았던 일화를 깔깔대며 소개했다.
이기우와 찍은 '스토리 오브 와인'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박그리나. 영화를 찍으면서 와인 맛도 알게 됐다며 생글 거리는 이 남다른 배우는 착한 배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두 시간 동안 내가 울면 관객도 울고, 내가 웃으면 관객도 웃게 하는 직업. 이 배우란 직업을 좀 더 잘 할 수 있으려면 더 착해야 할 것 같다."
그녀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 홍보가 끝나면 이번에는 브라질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사진이나 글을 남들처럼 남기지는 않은 채 가슴 속에만 담아올 생각이라고 한다. 그녀의 여행이, 좋은 배우의 길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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