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음악은 영화의 감정을 극대화시켜주는 숨은 공신이다. 2008년 한국 영화음악의 트렌드는 '복고'였다. 액션, 코믹, 멜로 등 장르는 다양했지만 음악은 모두 '복고' 바람으로 친숙함을 더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옛 가요 또는 팝송을 벽장에서 꺼내 먼지를 털어 리메이크함으로써 관객에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올해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음악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OST인 '돈 렛 미 비 미스 언더스투드'(Don`t let me be misunderstood)다. 산타 에스메랄다는 1977년 이 곡으로 데뷔, 디스코 열풍에 라틴의 이국적 정서를 혼합해 큰 인기를 얻었다. 당시 발매 1년 만에 판매량 1500만 장의 신기록을 수립했다.
'놈놈놈'에서 극중 긴장감을 유쾌하게 대변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음악은 인터넷에서 '빠삐놈'으로 새롭게 재탄생했고 최근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그룹 빅뱅이 이를 패러디한 무대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1971년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영화 '님은 먼곳에'는 당시 한국의 히트곡을 다수 등장시켰다. 영화는 남편 상길(을 찾아 위문공연단으로 합류해 베트남 전쟁 한복판에 뛰어든 순이(수애 분)를 그렸다. 수애는 극중 김추자의 '님은 먼곳에'를 비롯해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간다고 하지 마오' 등을 불러 관심을 모았다.
김추자의 음악은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소울의 영향과 베트남 전쟁과 맞물린 시대상을 보여준 곡이 많았다. 영화 '님은 먼곳에'는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배우 수애를 재평가시키는 계기가 됐다. 수애는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주최한 올해의 최우수예술가 영화부문을 수상하는 등 올해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고고70'도 1970년대의 분위기를 대변한 음악으로 화제를 모았다. 1970년대를 달궜던 소울 밴드의 감성을 기본으로 지금 세대가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음악을 선사했다. 영화는 당시 청춘들의 억압된 감정을 내뿜을 수 있었던 클럽문화를 소울 뮤직과 함께 젊음의 열정을 폭발시킨다. 뮤지컬 스타로 알려진 조승우가 극중 음악을 직접 불러 가창력을 뽐냈다. 극중 '청춘의 불꽃'을 포함해 '위 아 데블스' '신이 나는 청춘' 등을 모아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차태현 박보영 주연의 '과속스캔들'에서는 90년대 히트곡을 사용해 가족관객을 유혹한다. 극중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 모자이크의 '자유시대' 등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영화 '과속스캔들'이 가족 코미디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30-40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곡들을 10-20대에게 얼굴을 알린 신예 박보영이 불렀기에 가능했다.
이외에 영화 '멋진 하루'도 복고적인 감성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살렸다. 영화음악 13곡은 제목이 모두 시간이다. 오전 10시 12분부터 시작해 밤 11시 59분까지 영화 전체의 서사 흐름을 따라 구성됐다. 영화음악은 뉴올리언즈 스타일의 재즈를 현대화해 복고적 느낌의 클라리넷으로 낭만을 더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