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 "이제야 억압에서 자유로워졌다"(인터뷰)

발행:
전형화 기자
ⓒ송희진 기자 songhj@
ⓒ송희진 기자 songhj@


문성근은 하나의 상징이다.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 '그것이 알고 싶다'로 얻은 지식인 이미지, 참여정부 출범에 대한 기여도...그는 어느 사이 연기자 문성근보다 정치색으로 기억됐다.


연우무대에서 시작해 25년간 연기를 해왔지만 문성근을 바라보는 세인의 시선에는 배우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문성근은 이런 시선에 초연할 수 없었다. 어떤 행동을 하고 무슨 말을 해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산으로 갔다. 영화 '수' 이후 2년여 동안 문성근은 연기를 폐업하고 산을 탔다. 그는 산을 타면서 억압에서 자유로워진 자신을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연기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문성근이 참여정부가 끝나고 MB정부가 들어선 뒤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재개한 것은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실종'이 19일 개봉한다. 예상보다 빨리 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앞당긴 경우다. 원래 4월에 할 예정이었다. 4월에는 한국영화들이 몰려있더라. '자명고'를 함께 하는 려원이 그런 것을 걱정하더라. 한국영화끼리 꼭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활동을 오래 쉬다가 지난해 드라마 '신의 저울'을 하고 연이어 '실종'을 선택했는데.


▶개인적으로 '수'가 끝나고 2년 여 동안 칩거를 했다. 언론에 안비치는 게 최선일 것 같더라. 참여정부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듣기도 싫고 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정권이 끝나고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산을 다니면서 수양을 했는데 그동안 내가 많이 놓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하면서 가졌던 사회적인 책임감이랄지, 여러 일들에 대한 것들에게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나를 보는 시선에 스스로가 억압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 마침 '신의 저울' PD가 산 친구라 함께 작품을 하게 됐다. 스스로도 열심히 연기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실종'은 그동안 했던 연기 중에서 가장 지독한 역인데. 여자를 납치하고 추행하고 죽이는.


▶'신의 저울' 할 때쯤 김성홍 감독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도 연기를 하고 싶고 그 사람도 하고 싶을 때였으니 목마른 사람끼리 사고치자고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니 고민이 들더라. 사이코패스니깐. 그래서 단순화하자고 생각했다. 오직 나 밖에 없는 인물로 만들자고 했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함을 절로 일으키는 역인데.


▶연기를 하는 나는 불쾌하지는 않았다. 그 인물이 됐으니. 하지만 이성적으로는 감정에 지옥이었다. 촬영장에서 나오면 지옥에서 해방된 느낌이었으니. 범인을 미화하지 말고 완전 날 것으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산을 타다가 찍다보니 체력이 절정기에 있을 때 찍은 것이라 에너지도 넘치는 것 같고.(웃음)


-문성근의 이미지가 '신의 저울'과는 부합됐지만 '실종'에서는 철저히 배반한다.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봤는지.


▶원래 이미지 관리에 대한 생각이 없다. 연기자의 존재 의무는 다양한 역을 관객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지 관리를 한다는 것은 연기자 존재 의무를 방기한 것이다.


난 관객을 믿는다. TV 드라마는 공짜로 보기에 배역과 실제 인물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영화는 돈을 내고 보기 때문에 배우와 배역을 구분할 것이라 믿는다. 하정우도 '추격자' 할 때 그런 생각을 했겠지. 그 친구는 5년 했지만 난 25년을 했으니 관객에 대한 믿음이 더 큰 것이지.


-지식인 역과 이미지에서 어느 샌가 영화에선 악역을 주로 맡고 있는데.


▶주어진 역이 악역이어서 그런다. 나이가 들수록 맡을 수 있는 역의 한계가 분명해진다. 지금 어떤 역을 맡을 수 있고, 어떤 역이 매력이 있겠나.


-참여정부 시절 불필요한 오해를 많이 샀다. 스크린쿼터 문제로 영화계와 등을 돌렸다는 시선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이창동 감독이 장관 시절 스크린쿼터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그래서 영화계 인사들과 정부와의 테이블을 만들었다. 정부 단일안을 달라고 했다. 한국영화 98일 플러스 알파안을 받았고. 그런데 영화계 이견이 갈렸고 결국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런 뒤 스크린쿼터가 더 축소되는 것으로 발표가 되고 투쟁이 벌어졌다. 이런 안이 있었는데 그랬다고 밝힐 수도 없고, 같이 투쟁하자니 화도 났다. 그래서 아예 빠지기로 한 것이다.


-참여정부와 친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오해도 샀는데.


▶그런 모든 편견 때문에 산으로 갔다. 논란 자체가 싫었기 때문이다.

ⓒ송희진 기자 songhj@


-MB정부가 들어선 뒤 연기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는 게 역설적인데.


▶어떤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이 아니라 참여정부가 끝났다는 게 중요하다. 난 어떤 혜택을 받지도 않고, 직업을 바꾸지도 않겠다고 했다. 그런 말에 대한 신뢰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런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나.


▶후회하냐고 물으면 답을 할 수가 없다. 어떤 식으로도 곡해할 수 있으니. 다만 소회를 물으면 뿌듯하다고 할 수 있다. 상업영화 배우로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은 애초에 알고 시작했다. 다만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는데 시민으로서 참여했다는 게 자랑스러울 뿐이다.


-문성근은 하나의 상징이기도 한데. 그런 상징에서도 자유로움을 얻었다는 뜻인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내가 살아온 결과일 것이다. 그런 것에서 벗어난다거나 신경을 안쓴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압박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를 하고 싶다는 뜻이다.


-또 다시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면 할 의향이 있는지.


▶그런 것을 잊고 지금처럼 사는 게 달콤하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선언을 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 의무를 방기한 것일 수도 있고, 참여했던 나에 대한 부정일 수도 있으니. 지금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후배 연기자를 보고 아직도 질투를 느끼나.


▶물론이다. 질투도 느끼고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우아한 세계'의 송강호, '오아시스' 설경구도 그렇고. 내가 연우무대에서 연극을 할 시절 사실적인 연기가 대세가 아니었다. 연우는 사실적인 연기를 추구했지만. 지금 송강호 설경구 김윤석 박희순 이런 친구들을 보면 동년배에 좋은 연기자가 가득하다. 동료이자 라이벌로 경쟁하면서 연기가 더욱 좋아지니 정말 부럽고 자랑스럽다.


-'자명고'로 사극에 도전하는데.


▶TV 드라마를 안했던 이유는 '그것이 알고 싶다' 때문에 시청자가 충돌을 가질까 우려해서 그렇다. 또 연극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연습을 많이 하고 싶고 속도에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오래하다 보니 연기는 처음 한 게 가장 좋더라. '신의 저울' 때 확인하기도 했고. 문제는 사극인데 '자명고'는 퓨전사극이라 다른 사극처럼 한문 번역투 연기를 안해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실종'이 관객에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 같은가.


▶잘 모르겠다. 왜냐면 이 영화는 사람들이 있는데 없다고 착각하는 본성을 날 것으로 드러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법이나 규율, 도덕이 없다면 드러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을 지금 관객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나도 궁금하다.


-모든 아들은 모든 아버지를 넘어서고 싶어하는 법인데.


▶아버지는 차원이 다른 존재다. 아버지는 59살에 처음 감옥에 들어가 작고하실 때까지 17년 중 12년을 감옥에 사셨다. 가끔 아버지가 출소했을 때 언론에서 나와 대담을 시키려 했는데 단호하게 거절했다. 차원이 다른 사람을 섞지 말라는 게 이유였다. 늘 아버지처럼 살 수 없는 게 죄송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


난 배우로서 의미 있게 내 일인 것 같다. 올해부터는 독립영화부터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많은 일을 하고 싶은 게 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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