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의 명절 추석이 약 1달 앞으로 다가왔다. 극장가에서 추석은 여름과 연말 사이에 위치한 대목. 각 배급사들이 일찌감치 추석 시즌을 위해 마련한 기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는 때이기도 하다. 특히 전통적으로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엔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미디들이 강세를 보이는데, 짧은 올 추석 연휴엔 그런 코미디를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
올해 추석의 대표 영화는 역시 수애 조승우의 '불꽃처럼 나비처럼'(감독 김용균·제작 싸이더스FNH)과 하지원 김명민의 '내 사랑 내 곁에'(감독 박진표·제작 영화사 집),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 '페임' 등이다. 모두 추석을 열흘 가량 앞둔 오는 24일 개봉을 앞뒀다. 모두가 웃음보다는 감동과 볼거리에 방점을 찍은 작품들. 최근 몇 년 간 명절 코미디들의 연이은 부진 속에 '코미디 없는 추석 극장가'가 도래한 것이다.
야설록의 동명 무협소설을 영화화한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조선의 국모이자 열정적인 여인이었던 명성황후 민자영을 내세웠다. 그녀와 호위무사 무명과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가 시대적 상황과 어울린 팩션 영화다. 총제작비가 100억에 육박하는 대작으로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여인의 삶, 화려한 액션 등이 드러날 예정이다.
'내 사랑 내 곁에'는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와 그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아내의 이야기를 담아낸 멜로 영화다. '해운대' 천만의 주역 하지원이 출연했고, 20kg 이상을 감량, 앙상한 몸을 드러낸 김명민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너는 내 운명'으로 멜로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박진표 감독이 새로운 멜로도 관심사다.
'날아라 펭귄'은 따스하고도 유쾌하게 오늘의 문제를 조명해보는 작품으로 문소리 박원상 등이 출연했다. '페임'은 뉴욕예술학교를 배경으로 열정적인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원작이다. 지난해 가을 최고 흥행을 기록한 '맘마미아'를 잇는 작품이다.
올해 추석 코미디가 사라진 데는 수년째 이어진 명절 코미디의 부진이 한 몫을 했다. 2001년 '조폭 마누라'가 이래 2002년 '가문의 영광', 2003년 '오! 브라더스', 2004년 '귀신이 산다' 2005년 '가문의 위기'가 히트하는 등 추석에는 코미디가 대세였다. 그러나 2006년 '타짜'의 대박 속에 250만을 모은 '가문의 부활'을 마지막으로 코미디는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다. 2007년 '상사부일체',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두 얼굴의 여친' 모두가 흥행에 실패했고, 지난해에도 '울학교 이티'가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추석 코미디가 내리 실패를 한 데서 보듯 '추석은 곧 코미디'라는 공식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며 "오히려 코미디는 연말에 더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영화 관계자는 "장르보다 중요한 게 완성도"라며 "특정 장르의 작품보다 잘 만든 작품을 알아보는 게 요즘 관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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