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1년 만이다. 연기자이자 사업가였던 김영애는 지난해 어느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8월 경영하던 참토원의 황토팩 중금속 검출 방송으로 극심한 절망에 빠졌고 2003년 재혼했던 남편과 이혼까지 했다. 1년 만에 김영애는 영화 '애자'의 억척스러운 엄마 영희로 돌아왔다.
"한 번 내린 결정은 후회하지 않는다. 이제는 편안히 이야기할 수 있다. 겪을 만큼 겼었고 충분히 힘들어해 상처가 되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더 이상의 슬픔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힘든 사건은 연기 인생 38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김영애는 "38년 동안 쉬어본 적이 없었다. 이제는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도 떤다. 즐겁게 노는 방법을 이제야 깨달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늦바람이 났다.
원하는 대로 가지는 것도 아니고 계획대로 세워지는 게 인생이 아니기 때문에, 밑바닥까지 내려갔지만 다 얻거나 다 잃은 것이 아니란다. 김영애는 말한다.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라고."
-어떻게 영화 '애자'에 출연하게 됐는지. 힘든 시간들이 있어 컴백이 늦어질 줄 알았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스스로도 이렇게 일을 빨리 시작하게 될지 몰랐다. 당시에는 너무 답답했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극중 영희와는 많이 닮았는지 궁금하다.
▶비슷한 점이 많다. 성격이 불같고 급한 것, 억척스러운 면이 비슷하다. 사실 강한 느낌도 있고 철없는 애 같은 면도 있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완벽하려고 노력했다.
-극중 영희는 철딱서니 없는 애자라는 딸이 있다. 실제로는 아들만 있지 않나?
▶아들이 1명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결혼해 딸 같은 며느리가 생겼다. 아들은 프랑스 음식을 하는 요리시다. 아들이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좋다. 또 아들이 요리를 하면 내가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좋지 않나. 나와 억척스러운 게 닮았다. 며느리는 정말 상냥하고 착한 애다.
-극중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무엇인지?
▶희망이 없는 걸 알고 수술하지 않는 모습에 공감했다. 1-2년 더 살아서 뭐하겠나. 극중 영희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 엄마다. 엄마는 힘이 없는 자식에게 더 마음이 간다. 난 아들이 한 명밖에 없지만 극중 영희가 다리가 불편한 아들을 더 신경 쓰는 걸 이해한다.
-'애자'에 출연하면서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누구보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영화를 딸의 입장에서 보게 됐다. '애자'는 영희의 이야기가 아니라 딸 애자가 아이에서 어른이이 되어가는 성장 드라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김영애는 어떤 딸이었는지 궁금하다.
▶고집 세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근사근하지 않은 딸이었다. 극중 애자처럼 불량하지는 않았다. 항상 엄마가 전화를 하면 "엄마 왜? 빨리 바빠"를 연발했던 것 같다. 시어머니한테는 사근사근하게 하면서 엄마한테는 기분 좋게 해드린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친정엄마는 가깝고 허물이 없지 않나.
-지난해에는 힘든 일이 많았다. 참토원 사건도 있고 이혼도 했다.
▶지난해 일로 인해 겁이 없어졌다. 정말 힘들었다. 아마도 내가 용기가 있었으면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이제는 무서울 게 없는 것 같다. 또 겪을 만큼 겪었고 힘들만큼 힘들어했기 때문에 상처가 안 된다. 가령 왜 이혼을 했는지 누구한테도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 10년 가까이 사랑하지 않았나. 최선을 다했고 결과가 이렇게 된 거다.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는데, 정말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
▶원래 한번 결정하면 후회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팔자라고 생각하는데,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가져지는 것도 아니고 계획대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대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다 얻거나 다 잃는 것이 아니다. 또 잃는 것 가운데 얻는 것도 있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게 아닌가?
바닥까지 떨어지면 결국 올라올 일밖에 없다. 그것만 이겨내면 또 새로운 세상이 있다. 또 원래 주변 사람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다. 집에서 편안한 옷을 입고 평소에 일이 없으면 화장도 하지 않는다. 인터넷 댓글도 보지 않는다.
-힘든 일을 겪으면서 인생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했을 것 같다.
▶새 출발을 하고 있다. 이제는 일을 하더라도 행복하게, 나를 위해서 좋은 것만 하고 싶다. 나를 위해주고 즐겁게 해주고 싶다. 최근 9월 10월에는 놀겠다고 생각해 연기 제의를 고사하기도 했다. 이제 3달만 있으면 60살이 된다. 이제 나를 위해줄 시간이지 않겠나.
-사업을 다시 할 생각은 없는지.
▶연기를 중단할 때도 사업을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업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해 끝까지 올라갔다. 영업사원 없이 김영애 혼자 1800억 매출을 만들어냈다. 이제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인생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사업을 하면서 들여다본 연기는 온실 속의 화초 같았다. 당시 연기를 그만 둔 것은 두 가지을 못했기 때문이다. 연기를 부업으로 하는 배우들 중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어느새 내가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연기를 잠시 그만뒀던 거다.
-요즘에는 운동을 하는 등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고 들었다.
▶나를 위해 한 일 중 가장 잘한 게 운동이라 생각한다. 헬스 골프 등 다양한 운동을 한다. 골프는 1년 만 만에 다시 시작했다. 골프가 이렇게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데뷔한지 38년이 됐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쉬면서 무엇을 할까 하다가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여름에 땀띠가 나도 운동을 하러갈 정도로 골프가 재미있다. 골프는 운동이라기보다 놀이라 생각하고 한다.
-일을 쉬어보니 어떤 점이 가장 좋았는지.
▶사실 놀 줄을 몰랐다. 친한 동료가 2-3명 있는데 항상 바쁘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모르다가 골프를 하면서 사람을 새로 사귀었다. 골프를 안 칠 때도 만나서 수다를 떤다. 정말 재미있다. 늦바람 난 것 같다. 얼마 전 방송국에서 친한 분을 만났는데 어떤 때보다도 즐거워 보인다며 샘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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