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한일 합작영화의 형태는 꾸준히 발전해왔다. 한국과 일본 모두의 정서에 맞는 영화를 개발하기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해결점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어느 곳에서 투자 수익을 거둬야 하는지 불명확했다. 영화 '피안도'는 일본의 미코토&바사라와 한국의 크라제픽처스가 모여 만든 영화다.
마츠모토 코지의 동명 베스트셀러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이번 영화는 김태균 감독을 필두로 전부 일본 스태프와 배우를 기용했다는 특징이 있다. 왜 '피안도'는 그 같은 선택을 했을까? 그 흔한 한국인 배우가 없는 건 어떤 이유일까?
미코토&바사라의 스미지 미야케 대표는 "정확한 타깃이 필요해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원작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한국인이 등장하는 캐릭터를 배제했다. 하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한국영화로 인정받기 위해 제작단계부터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한일 합작을 어떻게 생각하게 됐는지?
▶영화 '보트'를 만든 크라제픽처스 이준호 대표와 미팅을 했었다. 당시 이준호 대표가 내 수첩 밑에 있던 '피안도' 만화책을 보게 됐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품이라며 함께 제작할 것으로 이야기했다.
-일본 내에서도 함께 투자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한국과 합작을 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피안도'의 제작비는 60억엔(약 74억원)이다. 일본 시장에서만 제작비를 회수하는 것은 힘들다. 함께 제작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에서 화제가 될 수 있지 않나? '피안도'는 뱀파이어 소재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0세기 소년'의 경우도 일본에서 큰 흥행을 했지만 한국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다. 한국 시장에서 일본 영화는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 영화는 제작단계부터 한국의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외화가 아닌 한국영화로 인정받기 위해 준비했었다. 때문에 시나리오 구성부터 마케팅까지 다양한 부분을 회의했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타깃은 한국이 아니다. 한국에서 개봉하는 것은 비즈니스로서 고려하는 수준이다.
-한국영화 시장이 주 타깃이 아니라는 것인지.
▶이 영화는 감독을 제외한 스태프 배우들이 모두 일본인이다. 이것은 기존의 한일 합작 영화 시스템과는 큰 차이가 있다. 기존에는 투자금이 50:50이면 배우와 스태프도 적절히 섞었다. 하지만 그것이 시너지효과를 내지 않고 어설펐던 것 같다.
가령 그동안 한일 합작 영화의 특징은 한국배우와 일본 배우를 섞었다는 점이다. 한국배우와 일본 배우를 조합시켰을 때 1+1은 3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1+1은 0.5가 됐다.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이다. 이번 작품에도 재일교포나 한국인 유학생을 넣을까 고민을 하지만 원작 그대로 완성시켰다.
-일본 시장만을 타깃으로 하는 데 있어 한국과 합의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영화제작 단계부터 타깃을 일본을 중심으로 했다. 투자금을 회수하는 메인 시장을 일본으로 했다. 두 번째 시장으로 월드 와이드, 마지막 시장을 한국으로 생각했다.
쉽지 않았던 것은 투자금을 모으는 단계였다. 한국은 펀드 위주로 제작비를 모으지만 일본은 DVD 제작사 등 부가판권 회사를 중심으로 제작비를 모은다. 펀드 수수료 등 일본에 없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김태균 감독을 선택한 것은 한일 합작영화이기 때문인가?
▶'피안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이었다. 고단샤 출판사에서도 실사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당황해했다. 이에 김태균 감독을 떠올렸다. 김태균 감독은 8년 전 '화산고'를 통해 일본에 얼굴을 알렸다. 8년 전에 일본에는 이 같은 영화를 만든 사람이 없었다.
이 영화는 액션을 잘 찍는 게 중요하지만 드라마가 약해질 우려도 있다. '화산고'와 '크로싱'을 통해 액션과 드라마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수익 배분은 어떻게 되는지. 일본 시장은 일본 제작사가, 한국은 한국 제작사가 수익을 가지고 가는 시스템인지.
▶이 영화는 제작단계부터 공정하게 50:50으로 나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마켓을 중심으로 한 것이다. 투자하는 금액을 단일 계좌로 만들어 관리했다.
-원작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기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원작에는 슈퍼 뱀파이어가 있고 부하들이 있다. 하지만 중간 보스가 없어 영화로 제작할 시에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 이에 중간 보스를 새롭게 추가시켰다.
-원작자는 영상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너무나 놀라했다.
-특히 CG 부분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만화 그대로 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되지 않는다.
▶'피안도'는 일본에서 중학생도 보는 만화다. 영화를 학생들도 볼 수 있게 15세 관람가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시시하면 안되기 때문에 임팩트를 주면서 원작을 살리려고 했다.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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