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5월이 되면 '칸 효과', '칸 마케팅'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영화계 사람들 사이에서 돌 정도다. 칸 영화제 진출작들의 연이은 흥행 때문에 생긴 말이다.
올해 63회를 맞은 칸 국제영화제는 자타공인 최고 권위의 국제영화제. 해외 유명 감독들이 연출한 칸 영화제 수상작, 진출작이 국내 극장가에서 별다른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칸에 진출한 국내 영화들은 톡톡히 그 효과를 누려 왔다.
2007년 전도연을 칸의 여왕으로 등극시킨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뒤늦은 칸의 후광을 입었다. 칸 영화제 기간 중 개봉한 '밀양'은 전도연의 칸 여우주연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주말 관객 수가 2배로 뛰었고, 영화는 묵직한 주제와 무거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최종 161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2008년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역시 성공 케이스. '놈놈놈'은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톱 배우 3인방이 모은 화제작이었지만 높은 제작비 등은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칸 공개 이후 기대감을 이어가며 660만 관객을 동원, 그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됐다.
지난해에도 칸 효과는 계속됐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박쥐',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마더' 모두 흥행에서 성공을 거둔 것.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 김혜자가 열연을 펼친 '마더' 모두 다소 대중성이 낮지 않느냐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각각 222만, 300만 관객을 모았다.
그러나 업계에서 칸 마케팅의 최고 성공작으로 꼽는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다. 2007년 칸 감독주간에 진출한 '괴물'은 '칸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며 기대감을 한층 높였고, 1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 됐다. 지난해 '아바타' 전까지는 한국영화 역대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괴물' 이후 '칸 기립박수 마케팅'이 뒤이은 칸 영화제 진출작들의 필수 마케팅 포인트가 됐을 정도다.
물론 칸 입소문이 성공을 거둔 예는 그 전에도 있었다.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과 함께 나란히 칸에 초청받았던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 등은 화제 속에 흥행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2004년 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올드보이'는 '괴물' 전까지 칸의 후광을 가장 제대로 입은 작품으로 꼽혔다. '올드보이'는 강한 폭력성, 강도높은 수위, 18세이상 관람가 등에도 불구하고 칸 후광을 톡톡히 업으며 무려 400만 관객을 모았다.
외화도 칸효과를 등에 업는 것은 마찬가지. 2006년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다빈치 코드'는 원작의 유명세에 특별한 마케팅으로 대대적인 홍보효과를 냈다. 당시 '다빈치 코드'는 신비 마케팅을 위해 특별기차편으로 필름을 칸에 공수했다.
'다빈치 코드'는 원작에 못미치는 얼개에도 불구하고 당시 330만 관객을 동원했다.
2007년 비경쟁부문에서 공개된 '인디아나 존스4'도 흥행에 성공했다. 시리즈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깜짝 공개 효과도 상당했다. 국내에서만 413만명이 관람했다. 지난해 개막작이었던 '업'도 103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렇다면 과연 올해 개봉작들은 관객과 얼마나 소통할 수 있을까?
이창동 감독의 '시'는 윤정희라는 원로배우에 시라는 문학적인 코드로 이뤄졌다. 칸에 초청됐다는 게 예술영화란 주홍글씨가 될지, 기대감을 부풀릴지 아직 미지수다.
'하녀'는 외견상으론 흥행에 성공할 키워드가 많다. 칸의 여왕 전도연의 복귀작에 충무로 기대주 서우의 연기 맞대결, 주인집 남자와 하녀 사이의 불륜과 파국이라는 설정,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농염한 베드신 등은 벌써부터 화제다.
다만 임상수 감독의 전작인 '오래된 정원'이 29만명이라는 참담한 흥행성적을 기록한 게 변수다. 홍상수 감독은 지난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칸 감독주간에 초청됐지만 국내 흥행은 4만 여명에 그쳤다. 예술영화라는 낙인이 악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올해 칸에 초청된 한국영화들이 국내에서도 웃을 수 있을지, 5월이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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