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팍팍한 세상살이. 언제나 쿨한 남자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몇 푼 안되는 돈,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속이 뒤집어지고, 얼굴 표정이 굳는 순간 '쿨하지 못한' 인간으로 낙인이 찍히기 십상. 영화와 드라마 속 인물들도 다르지 않다. 집요한 성격과 지나간 사랑에 대한 미련 등 이들이 쿨할 수 없는 이유도 제각각. 스크린, 브라운관 속 '쿨못남'들. 나름의 사정은 이렇다.
◆벨라의 어장 속 늑대인간…'이클립스' 제이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트와일라잇' 시리즈 3편 '이클립스'의 늑대인간 소년 제이콥이다. 전편인 '뉴문'에서 인간소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던 그는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 분)와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시리즈의 핵심 스토리를 이끈다.
하지만 벨라의 선택은 에드워드. 제이콥은 마음 속으론 벨라를 원하면서도 정작 연락이 오면 피해버리며 쿨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증과 철천지 원수 뱀파이어에 대한 질투. 강제로 시도한 키스는 주먹이 되어 돌아오고,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을 어장관리하는 희대의 요물 벨라 앞에서 늑대인간의 체면은 철저히 구겨진다.
그가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은 신생 뱀파이어 군단의 등장 이후다. 빅토리아(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분)는 라일리(자비에르 사무엘 분)를 통해 신생 뱀파이어 군단을 조직함으로써 연인을 앗아간 에드워드와 벨라에 대해 복수를 감행하고, 제이콥은 벨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맞서 함께 싸울 것을 선언한다. 뜨거운 키스를 통해 벨라를 무장해제 시키며 짐승남의 매력을 전한 제이콥. 쿨못남의 '도끼질'이 통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집요한 성격의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끼' 유해국
영화 '이끼'의 유해국(박해일 분) 역시 쿨한 남자는 아니다. 그는 사소한 송사로 얽힌 박민욱 검사(유준상 분)를 지방으로 좌천시키고, 그 스스로도 직장도 잃고 아내와도 이별하는 아픔을 맛봤다. 그리고도 모자라 틈만 나면 박민욱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해달라고 요구하는 이 남자. 징그럽게 집요하다.
한 번 '아니다'라고 생각한 일에 대해서는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는 천용덕 이장(정재영 분)에 맞서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찾은 마을의 분위기는 어딘가 수상하고, 뭔가 더러운 기분이 그를 마을에 머물게 한다. 그의 분석 벽과 치밀한 성격이 쿨하게 마을을 떠나버리는 사태를 막은 셈이다.
유해국은 이끼처럼 조용히 바위에 달라붙어 살지는 못할 '모난 인간'이다. 현실에선 돌부리처럼 턱턱 걸리며 사람을 피곤하게 딱 좋은 부류.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런 모난 성격이 마을과 이장의 비밀을 캐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또한 마을을 찾은 계기가 '아버지의 죽음'이었단 점도 그의 집요한 추적에 한몫했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20년간 의절하다시피 한 아버지의 죽음이었더라도 말이다.
◆드럽게 달라붙어도 안 미안해 하는…'커피 하우스' 한지원
SBS 월화드라마 '커피 하우스'의 한지원(정웅인 분)은 이별의 미련에 시달리는 쿨못남이다. 바람을 피우다 서은영(박시연 분)에게 파혼당한 그는 3년 만에 돌아와 아무 일 없단 듯이 다시 은영에게 뻔뻔하게 매달린다. 징그럽게 들러붙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그룹 UV의 히트곡 '쿨하지 못해서 미안해' 가사가 절로 떠오른다.
그렇다고 그에게서 '이별 후에도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하다'는 자조어린 고백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의 징그러운 구애는 자신의 영혼의 짝은 은영이며 그녀 또한 아직 자신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대단한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기름 바다에서 수영하다 나온 듯한 느끼함과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그는 매번 후배 진수(강지환 분)와 은영의 장난에 골탕을 먹으면서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지원은 '커피 하우스' 곳곳에서 코믹 연기로 극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미워할 수 없는 느끼남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지난 9회 방송에선 은영에게 준 아픔을 깨닫고 제법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지난 13회에서는 드디어 소원이던 은영과의 결혼을 앞두며 드라마 4각 애정라인의 중심에 섰다. 극강 찌질의 매력을 보여주며 진수와 은영 사이를 누볐던 한지원. 은영이 점점 더 용기를 내고 있는 진수와 애증의 느끼남 지원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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