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은 출연배우들의 색다른 모습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다. 탐정극으로 돌아온 김명민은 알고 보면 웃긴 '허당' 매력을 발산하고, 한객주로 분한 한지민은 의외의 섹시함과 카리스마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청순미의 대명사로 꼽혔던 한지민의 변신은 감히 파격이라 불러도 좋을 법하다. 짙은 스모키 화장과 가슴골이 노출된 과감한 의상, 도도한 눈빛까지. 공개된 몇 장의 스틸 컷은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기 충분했고, 그녀의 변신은 '반전 몸매'라는 연관 검색어와 함께 숱한 화제를 뿌렸다.
한지민은 배우로서 새로운 변신과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기존의 이미지를 지킬 것인지, 깰 것인지는 늘 고민이 되는 지점이지만, '안 어울린다'는 평가가 두려워서 변신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연기자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닌 것 같다고. 섹시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주로 부각됐지만, 비밀을 감춘 한객주의 신비로운 매력에 끌렸다는 그녀다.
"기존의 이미지 때문에 늘 비슷한 역할만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게 제가 가진 이미지가 싫어서 탈피하고 싶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요.(웃음) 당연히 제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 많이 반영된 역할이 더 표현하기는 쉽겠죠. 하지만 결국 연기를 할 때는 인물이 처한 상황과 성격에 대해 제 스스로 납득하고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저 저는 주어진 역할에 녹아들도록 노력할 따름이고, 그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는지는 또 제가 만들어가야 하는 몫이겠죠."
그녀는 변신에 대한 주위의 반응 또한 즐기고 있었다. 몇 장의 사진을 두고 벌써부터 어울린다, 안 어울린다 이야기도 많고 지인들이 "지민아 너는 좀 가리는 게 예쁘다고 했지?"라고 장난을 치곤 한다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 영화 속에서의 모습에 대한 관심인 것 같아 기분은 좋단다.
"저도 여자다보니 예쁘게 꾸미는 게 재미있고 좋았죠. 이제까지 액세서리 같은 것도 제대로 못하고 나왔던 것 같은데 이번엔 그냥 한복도 아니고 예쁘고 좋은 의상도 마음껏 입어보고요. 다만 기존 작품들하고는 워낙 기본 베이스부터 다른 인물이다 보니 대사 톤 같은 건 고민을 좀 했던 것 같아요. 간드러지면서도 상대방이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서려 있달까? 한객주의 그런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늘 청초하고 순수한 매력을 뽐냈던 그녀는 '조선명탐정'에서만큼은 조선 최대 상단을 호령하는 미스터리한 여인이 됐다. 김명민과 오달수 탐정 일행은 한참을 숲과 저자거리를 내달리고 나서야 그녀를 겨우 '알현'하게 된다고.
"두 분이 정말 땅바닥이랑 산 속을 헤매면서 고생고생하시다가 저를 잠깐 만나고 또 실컷 고생하다가 만나고 하거든요. 현장에서도 '지민아 열흘 만에 나와서 벌써 가냐' 만날 그러셨어요. 감독님도 먼저 찍어주면 간다고, 추가 컷 같은 게 생기면 제 장면을 제일 마지막에 찍겠다고 막 그러시고요. 저 실제로는 엄청 차도녀(차가운 도시의 여자)라니깐요.(웃음)"
82년생 한지민은 올해로 꼭 서른이 됐다. 여배우로서 서른이라는 나이는 그녀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녀는 "결국 생각의 차이인 것 같다"는 말로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 성숙하는 것이든 늙어가는 것이든 결국 표현과 생각의 차이인 것 같다고.
"뭐 어제랑 오늘, 일주일 전하고 이번 주가 확 달라지진 않듯이 30대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뭔가 특별히 바뀐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연기를 하면서 나이가 빨리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뭔가 꼭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겪지 않아도 나이가 들면서 생각도 자라고 보다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것 하나하나가 제게 도움이 되는 것 같구요."
그렇다면 연애와 결혼은 어떨까. 아직 주위에 결혼한 친구들은 많지 않지만 최근 조카를 낳은 언니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는 그녀다. 이제는 좀 더 노력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30대에 접어드니까 결혼 질문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웃음) 언니가 결혼을 했고, 조카를 낳았는데 워낙에 아기를 예뻐하다 보니까 많은 생각이 들어요. 예전엔 기다리다보면 만나지겠지 했던 거 같은데 이젠 기다리기보다는 인연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노력은 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2005년 '청연', 2007년 '해부학교실' 이후 4년만의 영화 출연.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기존의 이미지를 훌훌 벗고 과감한 도전에 나선 그녀는 도전 자체에 이미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드라마가 됐던 영화가 됐던 사실 늘 생각하는 부분이죠. 공개 날이 다가올수록 긴장도 되고 떨리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너무 흥행에만 목을 매고 싶지는 않아요. 일단 '이 작품을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도전한데 대해서 달려가는 거고, '더 많은 분들이 보시고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죠. 역할에 제 연기가 잘 녹아있으면 좋겠다란 부분이 제겐 더 큰 것 같아요.
서른 살 여배우의 변신과 욕심. 얌전한 사극을 하는 줄 알았던 친 할머니를 깜짝 놀래켰다는 그녀의 새로운 매력이 탐정극에 어떻게 녹아들었을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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