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이젠 '투캅스 파이널' 찍자네요"(인터뷰)

발행:
김현록 기자
"편안하게, 그러나 무디지 않게"..영화 '체포왕'의 박중훈 인터뷰
ⓒ이기범 기자 leekb@
ⓒ이기범 기자 leekb@

'투캅스'의 강림? 박중훈이 형사로 등장하는 '체포왕'(감독 임찬익·제작 씨네2000)을 보면 불현듯 그런 기시감이 든다. 아옹다옹하는 두 형사의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물에, 박중훈이 주연을 맡았다.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팝콘무비로 손색없다.


그러나 1993년 '투캅스' 이후 무려 18년의 시간을 지나 온 박중훈의 모습은 다른 느낌이다. 변화무쌍한 표정과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웃음을 자아내던 신참은 어디로 갔는지, 두 딸을 둔 가장이자 경험 많은 선배이기도 한 그의 모습이 코미디 곳곳에 여운을 남긴다.


박중훈은 말했다. 배우가 변하는데 연기하는 인물이 변하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내 깡패같은 애인'에 이은 '체포왕'은 박중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한결 편안하게, 결코 무뎌지지 않은 모습으로, 그가 다가왔다.


-형사 역할이 6번째다.


▶미국에 그런 농담이 있다더라. 연기 못하는 남자 배우를 가리켜서 '저 남자 배우는 형사 역을 줘도 못할 거야.' 형사는 역할 자체가 연기를 한다. 정의감 있고 사건이 있고 액션이 있고 하니 못 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형사에게 워낙 형사에 대한 정보가 많아 잘 하기도 힘들다. 영화마다 다르니까 6번째라고 의식은 안 했다. 배우로서 야심을 가졌다기보다 유쾌하고 따뜻한 작업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전작 '내 깡패같은 애인'도 그렇고, 필요없는 힘을 빼고 편안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과장한 게 별로 없었지 않나. 2000년대 들어와서 '투가이즈' 말고는 개그식 연기를 하지는 않았다. 1990년대 과장된 연기를 해서 관객들도 피로감을 느낀 것 같고, 내 자신도 피로감을 느꼈다. 해서 근 10년 사이는 사실적인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작품마다 변하는 거다.


배우가 연기하는 건 배우가 사는 것과 관련이 많다. 예전에 비해 시간도 흘렀고, 실제로 사는 데 과잉같은 걸 안 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런 게 자연스러워지는 거다. 연기가 변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본인이 변하는데 연기하는 인물이 변하지 않으면 그게 사실 이상한 거다.


-직접 보니 어땠나.


▶내 영화는 항상 부끄럽다. 이번 영화는 코미디 영화로서의 폭소가 터진다기 보다 아주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에 가깝다고 본다. 포복절도한 코미디보다는 경쾌하고 흐뭇하게 보여지지 않나. 추격도 좋지만 맨 마지막에 따뜻하게 끝난다는 점이 좋았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사랑스러운 팝콘무비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성들이 성폭행에 대한 분노가 굉장히 크다는 걸 이 영화를 하며 새삼 느꼈다. 삼형제 사이에서 자라 잘 몰랐는데, 그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다. 딸 둘을 둔 아빠라 더 절실히 느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기범 기자 leekb@

-영화에선 경찰들이 실적주의에 고심한다. 어쩌면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경쟁이라는 건 저 역시 피해갈 수 없다. 늘 경쟁작이 있고 또 상대 배우가 있다. 영화상만 해도 다른 후보가 있고, 캐스팅 될 때도 경쟁 속에 선택되지 않나. 그러나 과거를 반추하면 어쩔 수 없었던 경쟁 외에도 지나치게 사서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가 많지 않나. 그걸 상대평가라 생각하면서 너무 나를 몰아넣었던 게 아닌가 싶다.


-라이벌이라 생각한 배우가 있다면?


▶과거사를 쭉 돌이켜 보면 남들이 말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1980년대 중반에는 최재성씨와 라이벌이네 했었는데, 아까 한 이야기처럼 그 사람을 라이벌이라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그와 내가 같은 걸 두고 뺏는 게 아니고 서로 잘하면 되는 건데. 관객이 좋아하는 배우는 1명일수도, 20명일수도 있다. 예전엔 그런 걸 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생각들이 고스란히 연기에 묻어나나 보다.


▶아마 연기하는 배우 본인과 연기를 해낸 역할 자체가 밀접할 수밖에 없으니까. 편안하다는 건 무디다는 말이 아닐 거다. 남에게 상처주는 날카로움을 드러내지 않고 나를 안으로 감출 수 있게 됐다는 게 아닐까. 이끼 낀 돌멩이 이야기를 자주 한다. 겉은 부드럽지만 안은 단단한 차돌. 예전엔 건드리면 상처가 나는 뾰족한 화강암이었던 거다.


-'투캅스'를 같이했던 선배 안성기는 영화를 보고 뭐라던가.


▶선배님과 지나온 세월이 26년이다. 영화를 4편을 찍었다. 시사회 끝나고 '투캅스' 생각난다고 하시더라. '투캅스 파이널'을 찍자고들 하시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되나 모르겠다. 시간으로 치면 형사반장은 고사하고 경찰서장은 돼야 하는데.


-엔딩곡을 직접 부르고 랩까지 했다. 도전의 연속인데 더 도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 혹 할리우드 진출이나 연출 생각은 하지 않는지.


▶할리우드도 가고 싶다. 이야기되는 건 있는데 마땅하지가 않다. 또 계속 배우로만 살 수도 있지만 언젠가 감독이나 제작을 할 수도 있을 거다. 준비도 하고 있다. 시나리오 아이템은 하나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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