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화가 6년째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이 불발에 그쳤다.
28일(현지시간) 제 6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공식부문 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영화제 사무국 측이 발표한 올해의 경쟁부문 초청작 라인업에는 앞서 오리종티(호라이즌) 부문에 초청된 김경묵 감독의 '줄탁동시' 외에 한국영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조지 클루니가 감독하고 직접 주연까지 맡은 '더 아이즈 오브 마치'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가운데 경쟁부문에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댄저러스 메소드', 아벨 페라라 감독의 '4:44 라스트 데이 온 어스', 스티브 맥퀸 감독의 '쉐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카니지',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워더링 하이츠' 등이 초청됐다.
중국 허안화 감독의 '심플 라이프'와 일본 소노 시온 감독의 '히미쯔', 대만 웨이 더솅 감독의 '시딕베일' 역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영화는 한편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영화는 이날 발표한 비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 이벤트에도 단 한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비경쟁부문에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전'과 마돈나의 두 번째 연출작 'W.E.' 등이 초청됐다.
지난해 오리종티 부문 폐막작에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가 선정된 것에 비하면 올해는 한국영화가 더욱 외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영화의 베니스 경쟁부문 진출은 지난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후 명맥이 끊겼다. 그러나 그 전까지 베니스 영화제는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한국영화제와 가장 깊은 인연을 자랑했다.
한국은 1987년 제 4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에 출연한 강수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주요 부문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한국영화가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12년 뒤, 1999년 열린 제 56회 영화제에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 경쟁부문에 초청돼 높은 관심을 얻었다.
이때부터 한국영화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7년 연속 메인 경쟁부문 진출작을 배출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2000년 57회에는 김기덕 감독의 '섬'이 경쟁부문에 진출해 주목받았다. 이후 김기덕 감독은 2001년 '수취인 불명'으로 2년 연속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각광받았다.
2002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2003년에는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이,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의 '빈 집'과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이 경쟁부문에 연이어 진출했다. 2005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그 뒤를 이었다.
수상 성과도 이어졌다. 2001년 송일곤 감독의 '꽃섬'은 '현재의 영화'라는 또 다른 경쟁부문에 초청돼 젊은 평론가 및 언론인들의 모임 ARCA가 주최하는 관객들이 뽑은 데뷔 감독상을 받았다.
2002년 '오아시스'는 뇌성마비 장애인 역할로 열연을 펼친 문소리에게 신인연기상을, 이창동 감독에게 특별 감독상의 영예를 안겼다. 그 해 홍콩 트루프 챈 감독이 연출한 합작영화 '화장실 어디예요'는 '현재의 영화'가 이름을 바꾼 '업스트림' 부문에 초청돼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
2004년부터는 한국영화의 주요부문 상 수상이 이어졌다. 2004년 김기덕 감독의 '빈집'이 경쟁 부문에 진출해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수상했고,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젊은 사자상, 베스트베이션상, 미래영화상을 수상했다.
이후 한국영화 베니스 경쟁부문 초청은 맥이 끊겼다.
이는 마르코 뮐러 집행위원장의 중국영화 선호 탓도 있지만 한국영화가 베니스영화제보다 칸영화제를 선호한 탓도 크다. 최근 몇 년간 한국 감독들이 연출한 주요 영화들은 가을에 열리는 베니스의 초청을 거절하고 여름을 앞두고 상반기인 5월에 개막하는 칸 영화제를 선택해왔다.
베니스국제영화제보단 북미시장을 겨냥해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토론토국제영화제를 선호하는 것도 경쟁부문 맥이 끊긴 이유 중 하나다. 올해는 경쟁부문에 출품할 만한 작품이 예년보다 상대적으로 없었던 탓도 크다.
국내 국제영화제 한 관계자는 "베니스측이 한국영화에 적잖은 배신감을 갖고 있다. 경쟁부문에 계속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한 한국영화가 없는 탓도 있지만 그런 이유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한편 제68회 베니스국제영화제는 8월31일부터 9월10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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