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어느덧 물러갔다. 가을의 초입, 극장가는 일찌감치 가을영화를 선보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역대 가장 치열했던 여름 시장을 지나 가을 개봉을 앞둔 영화들은 여름 작품들과는 조금 달라진 경향을 보인다. 화려하고 화끈한 100억원대 액션 대작이 주름잡았던 극장가는 9월을 맞아 조금 더 잔잔해지고 촉촉해진다. 가을을 맞은 이유있는 변화다.
올 여름 국내 3대 배급사로 꼽히는 CJ E&M과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스피디한 도심 액션물 '퀵'(감독 조범구)과 괴수 액션물 '7광구'(감독 김지훈), 전쟁영화 '고지전'(감독 장훈), 사극 액션물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 등 저마다 심혈을 기울인 대작들을 선보였다.
최대 배급사인 CJ E&M은 무려 2편의 100억대 영화를 2주 간격으로 개봉했다. 그 결과 '퀵'과 '고지전'이 300만 안팎의 관객을 모았고, 가장 늦게 개봉한 '최종병기 활'이 350만 관객을 넘기며 여름 극장가 최후의 승자를 예약했다.
여름방학 시즌은 설, 추석, 겨울방학과 더불어 극장가의 최대 대목이다. 방학과 휴가가 겹치면서 주 관객층 외에 학생과 중년, 가족 관객이 한꺼번에 극장을 찾기 때문에 사실 1년 중 가장 많은 관객들이 몰리는 때이기도 하다. 7·8월 두 달 동안 극장을 찾는 관객이 3600만명에 이른다.
당연히 주 배급사는 전략적으로 여름마다 기대작을 내놓기 마련. 특히 총 제작비 100억원대의 작품들이 무려 4편 올 여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판을 키웠다.
장르적으로는 액션의 쾌감을 내세운 작품들이 절대 다수. 일단 시원한 여름 액션물에 대한 선호가 높고, 학생, 중년, 가족을 가리지 않고 극장으로 끌어모을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추석이 낀 9월 극장가는 개봉작의 면면만 봐도 여름과 판이하다. 가장 먼저 개봉하는 송강호 신세경 주연의 '푸른소금'(감독 이현승)은 스타일리시한 액션 멜로물에 가깝고, 추석을 한 주 앞두고 개봉하는 세 작품들은 각기 휴먼 드라마와 멜로, 코미디를 내세웠다. '챔프'(감독 이환경), '통증'(감독 곽경택),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감독 정태원)이다. 화려한 스케일과 화끈한 액션을 내세우는 대신 감성에 호소하는 작품들이다. 추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코미디 영화도 함께 자리했다.
올 가을 개봉작을 내놓은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가을을 흔히 멜로의 계절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액션이 구미를 당기는 무더운 여름을 지나 찬바람이 불면 아무래도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작품을 찾는다고 보고 각 투자배급사도 영화의 개봉 시기를 조율하기 마련"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가을에는 감성적인 이야기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가을의 승자는 톡톡 튀는 사랑이야기 '시라노;연애조작단'이었고, 2009년에는 멜로물 '내 사랑 내 곁에', 드라마 '애자'가 사랑을 받았다. 이같은 경향이 올해에도 재확인될 지는 여름 극장가 못잖은 치열한 가을영화 대전의 관전 포인트다. 시리즈 통산 1500만 관객을 모은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이 오랜만에 '추석은 코미디' 공식을 재확인시킬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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