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마 민주화 상징인 아웅산 수지와 관한 영화를 만든 프랑스의 유명감독 뤽 베송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한 영화는 한국 감독이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뤽 베송 감독은 12일 오후4시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영화 '더 레이디'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한국에 훌륭한 많은 감독들이 있다. 그 분의 영화는 한국 감독들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그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기꺼이 볼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질문이 나온 까닭은 뤽 베송이 이번 영화제에 아웅산 수지의 삶과 사랑을 그린 영화를 들고 찾았기 때문이다.
아웅산 수지는 버마 국민영웅인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학자인 남편 마이클, 두 아들과 영국에 살다가 1988년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버마로 귀국한다. 아웅산 수지는 국민들이 민주 운동 지도자로 추대하면서 그 해 8월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섰다가 군부독재에 의해 강제 연금됐다.
뤽 베송은 아웅산 수지 역을 중국의 톱배우 양자경에 부탁해 '더 레이디'를 완성했다. 뤽 베송은 "아웅산 수지는 굉장히 약해보이지만 굉장히 강하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할까 질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왜 이 사람과 사랑에 빠졌냐고 하면 대답할 수 없지 않나. 이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그냥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아웅산 수지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뤽 베송 감독은 "아웅산 여사는 이 영화를 만드는 걸 흔쾌히 허락했지만 일절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이 영화를 (수지 여사가)볼 수 있을지, 또 보려고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마에선 정부에 대해 농담을 한 죄로 코미디언이 65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이게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겠냐"고 한탄했다. 이에 한국 취재진이 최근 그 코미디언이 풀려났다고 하자 뤽 베송은 "정말이냐"며 "정말 기쁜 소식을 전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양자경도 "정말 기쁜 소식이다"며 팔을 휘둘렀다.
뤽 베송은 이 자리에서 "민주화를 위해선 언론이 할 역할이 크다. 그냥 정부에서 불러주는 대로 쓰면 안된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할 때도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정부가 밝힌 대로 쓰지 않았냐"고 했던 터라 그런 소식을 전해 듣고 더욱 기뻐했다.
'더 레이디'는 미국에선 12월, 홍콩에선 내년 2월, 국내에서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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