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물의 비밀'의 이영미 감독이 개봉 첫주부터 개봉관도 없이 교차상영에 들어가야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영미 감독은 21일 취재진에게 보낸 서신에서 "벌써 개봉 3일 후, 돌아가는 상황들을 보다가 너무 마음이 아파 이 글을 쓴다"며 "본 영화의 감독으로서 너무 당황스럽고 억울하여 글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감독은 "입소문과 보고싶어하는 관객분들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가서 볼 극장이 없다는 거다. 그런 얘기를 듣는 제 가슴은 찢어진다"며 "전 주에 22개의, 유례없이 많은 영화들이 몰렸다는 점은 알지만, 개봉 1주 전까지 50~100개관을 배급사와 함께 계획했고 확정적으로 알고 있었던 저희가 개봉날 직전에 20개도 안되는 극장수로, 그나마 '퐁당퐁당'(교차상영)이 되어버려 한 주도 기약할 수 없어졌다는 현실에 경악했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그래도 눈물을 머금고 상영일부터 극장을 돌아보았는데, 그나마 몇개 안되는 서울 변두리 극장들에서조차도 메이저와 마케팅비 많이 쓴 영화의 포스터들만 걸려있고 심지어 전단 배치도 잘 안되어 있었다. 그런 것조차도 작은 영화는 밀린단 말인가"라며 "'독립자본의 상업영화'가 설 길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이러니, 이보다 더 작은 독립영화들은 어떤 조건일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시나리오부터 투자/배급을 받기 힘들어 결국 저 개인이 발로 뛰어 힘겹게 제작했고, P&A도 저희가 힘겹게 뛰어 투자를 끌어오면서 고생했던 모든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옵니다. 결국 영화를 만들고, 열악한 예산에서 최선의 광고홍보를 하였고, 영화제와 여러분들의 평가와 사랑을 받은 기쁨도 잠깐, 이렇게 정정당당히 겨뤄볼 기회조차 박탈당해야 합니까"라며 "저는 피눈물이 납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 감독은 "아무쪼록 양식있는 배급사와 극장들의 현명하신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뺏긴 50개의 극장을 돌려주십시오. '독립자본의 상업영화'와도 함께 공생한다는 믿음을 보여주십시오"라며 "이러한 진정성을 무시함으로써, 모든 걸 다 걸고 영화를 만든, 아무리 힘들어도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꿋꿋이 한국영화계를 지켜온 사람들을 벼랑 끝에 내몰지 말아주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장서희, 정석원이 주연을 맡은 '사물의 비밀'은 마흔살 여교수가 스무살 제자에게 느끼는 애정과 사랑을 사물의 시선에서 포착한 독특한 작품으로 눈길을 모았다. 앞서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는 지난 17일 서울 9개관, 전국 25개관에서 개봉해 3000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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