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영희 감독이 과거 일본에서 진행된 재일교포 북송사업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지난 6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가족의 나라' 기자 간담회에서 양영희 감독은 세 오빠를 평양으로 보내야 했던 과거의 상황을 설명하고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자세를 비판했다.
1959년 12월에 시작된 재일교포 북송사업으로 9만 4000여 명의 재일교포가 북한으로 이주했다. 양영희 감독의 오빠 세 명도 아버지의 권유로 평양으로 이주했다. 양영희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양영희 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 오빠들은 1971년과 1972년에 이주했는데 인생이라는 게 '그때 왜 그랬을까'하는 후회는 항상 따라오지 않나. 북한에 간 사람들의 진짜 비극은 북한에 간 후에 선택권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생각이 틀렸다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던지, 다른 나라로 가던지 하는 선택이 있어야하는데 북한에 간 이후 모든 선택권이 박탈되었다는 것이 아주 큰 비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일본 미디어가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선전을 많이 했고, 북송을 민족의 대 이동이라며 찬미했다"며 "당시 재일교포들은 (일본에서는) 가난하고 차별이 심했고, 불안한 정세와 가난 때문에 남한 쪽을 보고는 살 수 없었다. 하도 선전을 하니 북한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고 과거 상황을 설명했다.
양영희 감독은 "9만 4000명의 인생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는 없다. 일본 정부도, 조총련도 사람들을 보내기만 하고 그 이후는 무시한다. 북한의 어느 시골에서 정치범으로 사라진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도 정세가 달라지면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내기만 하고 내버려두는 건 무책임하다"고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편 양영희 감독의 자전적 영화 '가족의 나라'는 25년 전 북한으로 이주했던 성호(아라타 분)가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돌아와 가족과 재회하면서 겪는 갈등과 가족 간의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17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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