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소노시온 감독 "한일관계악화, 예술엔 영향無"(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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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안이슬 기자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희망의 나라' 소노 시온 감독
소노 시온 감독 ⓒ부산=이기범 기자
소노 시온 감독 ⓒ부산=이기범 기자


아무리 큰 사건이라 해도 사람들은 금세 잊고 생활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재난은 지나간 역사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여전히 진행 중인 문제다.


소노 시온 감독은 바로 이 부분을 지적했다. 원전사고 이후 30Km의 재난 지역, 그 곳을 떠났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과 그 곳에 남았지만 자신들의 행복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희망의 나라'라는 제목으로 담았다.


소소한 재미와 귀여움이 있었던 드라마 '시효경찰'에서 살인과 배신이 난무하는 잔혹한 스릴러 '차가운 열대어'까지 장르와 소재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소노 시온 감독을 영화제가 한창인 부산에서 만났다.


-부산에 온 걸 환영한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부산 영화제는 어떤 인상인가.


▶이번에는 도회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지난번에는 바다 근처에서 신문 펴놓고 술도 마시곤 했었는데 그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시인으로 시작해서 영화감독과 각본 음악 배우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그 중심에는 영화가 있는데 작품을 하면서 그런 경험들이 영화로 모두 집약 되는 건가.


▶굉장히 편리한 일이다. 음악도 배우도 모두 영화 덕분에 할 수 있었다. 사실 그 중에서 영화감독이 가장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이나 시, 시나리오는 개인적인 작업이었는데 영화는 모두 같이 하는 작업이지 않나. 감독은 정말 안될 줄 알았는데 인생은 참 이상한 것 같다.


지금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질리면 내년에라도 그만둘 수도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영화를 찍는 것은 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원전사고 이후 문제를 다룬 '희망의 나라'를 들고 왔다. 재난 이후의 삶을 조명하게 된 계기는 뭔가.


▶쓰나미는 자연재해였지만 원전사고는 인간이 만든 재해다. 두 사건을 함께 다루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만든 재해인 원전 폭발에 집중했다. 원전 사고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소노 시온 감독 ⓒ부산=이기범 기자


-영화 마지막에 '우리가 함께하니까 괜찮다"라는 대사가 반복된다. 그런데 그 대사를 하는 배우의 표정은 너무 슬퍼서 오히려 역설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함께이니까 괜찮아'라는 대사지만 '우리는 죽어서도 함께이니까 괜찮아'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실제로 사고 이후 자살한 분들이 많다. 그래서 자살하는 부분을 넣을지 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제로 자살한 사람이 없었다면 아마 주인공을 살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있으니까 해피엔딩으로 하면 현실을 배반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마무리 했다.


-일본 국민들에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아픈 기억이다. 이를 다루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사고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미지들을 거의 쓰지 않았다. 6개월 간 직접 취재를 해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중심으로 썼다. 어떤 의미에서는 다큐멘터리보다 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일 것이다.


-영화 주인공의 모티프가 된 실존 인물들이 있었나.


▶있었다. 실제로 30Km안에 피난 조치가 내려졌는데 절반은 그 원 안이고 절반은 원 밖에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집을 나눈 다는 게 참 블랙조크 같지 않나? 그 보다 더 아이러니 한 것이 있었는데 집이 반으로 나눠져서 화장실을 못가는 주부도 실제로 있었다. 이건 다음 영화에 쓰려고 남겨 뒀다.


카페에도 요즘은 흡연석이 많지 않나. 위험지역을 보고 흡연석이 떠올랐다. 아무리 막아놔도 결국 흡연석과 금연석 공기도 다 통하는 것처럼 위험 물질들도 그렇게 경계를 둔다고 확산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니까.


-원전 사고가 영화계에 미친 영향도 상당할 것 같은데.


▶오히려 영향이 없다는 게 놀라웠다. 내가 가장 쇼크였던 것은 문학 같은 다른 문화계에서는 원전 사고를 생각하는데 영화계에서는 상업영화만 찍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소노 시온 감독 ⓒ부산=이기범 기자


-'차가운 열대어'와 최근 작품들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원전 사고 이후 찍은 작품이 '두더지'와 '희망의 나라'인데 쓰나미 이전에는 일본인들은 '오체만족', 즉 몸이 건강하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절망을 얘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체만족이 안된 상태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희망을 생각해야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올해 찍으려고 했던 영화 중 '희망의 나라'가 가장 심각한 분위기의 영화다. 다음 영화는 개와 인간과의 관계를 다룬 영화다. 먼저 심각한 부분을 짚어주고 행복해하는 영화는 나중에 찍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한국 관객들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면 영화를 더 잘 느낄 수 있을까.


▶이번 작품은 방사능이 문제인 나라를 다뤘지만 어떤 나라든 분단당하고 원치 않아도 헤어져야 하는 경우가 있다. 국가의 명령이 경계선을 만드는 것들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최근 독도 및 위안부 이슈 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됐다. 이런 문제가 일본 영화계, 넓게는 문화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건 국가차원의 문제지 개인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개인이 생각하는 건 일본 내에서도 굉장히 적다. 외부에서 보면 이런 문제가 커 보이기 쉽다. 뉴스가 되면 작은 것도 커져 보이기 마련이다. 예술적인 부분에서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코미디적인 우연이 있는데 내년에 내 영화 중 일본과 중국이 아주 사소한 것으로 싸우기 시작하는 영화가 개봉한다. '저렇게 바보스럽게 싸우나' 할 정도다. 일본에 살고 있는 내 중국인 친구들이 출연했다. 나도 꼴통 우익으로 나온다. 내 중국인 친구는 중국 민족주의자로 출연해서 둘이 서로 '너희 나라로 가!' '입 닥쳐!'하고 유치하게 싸운다. 중일 관계를 고려하고 만든 것은 아닌데 정말 우연히도 시기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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