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당신은 어디서 눈물 흘리셨습니까②

발행:
김현록 기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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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늑대소년'(감독 조성희)이 개봉 15일만에 400만 관객을 넘어 한국 멜로 영화 흥행사를 새로 썼다. 올 봄 '건축학개론'이 세운 멜로 영화 최고 흥행 기록 411만 기록도 15일 중 넘어설 기세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영화는 어떻게 이 수많은 이들과 공명했을까.


폐병에 걸려 홀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산골로 요양 온 소녀. 소녀 앞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소년. 말도 한 마디 못하고 늑대처럼 으르렁거리는데다 먹을 것에 유난히 집착하는 소년은 우여곡절 끝에 소녀의 집에 얹혀살며 철수란 이름을 얻는다. 애완견 사육법 안내서를 보며 철수를 길들이고 또 가르치는 소녀. 조금씩 둘은 정과 믿음을 쌓아간다. 그러나 곧 비밀은 밝혀진다. 사실 철수는 '정글북'의 모글리가 아니라 괴력의 반인반수 늑대인간이었다.


뽀얗고 말간 화면에 담긴 단순하고도 서정적인 판타지 로맨스. 그러나 '늑대소년'은 보는 관객이 저마다 할 말이 많은 작품이다.


어떤 이들은 소녀와 철수의 모습에서 충직한 애완동물과 주인을 보고, 어떤 이는 어린 시절 동년배의 이성 친구를 떠올리며, 누군가는 아련한 첫사랑를 추억했다. 말 잘 듣는 꽃미남을 조련하고 사육하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는가 하면, 순수하고 따뜻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 애틋한 로맨스에 몇 번이나 펑펑 울고 말았다는 벅찬 소감부터 여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극장을 찾았다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 잠을 청했다는 후기까지, 반응도 다양하다.


제목은 '늑대소년'이지만 초반의 철수는 몸집만 큰 말썽꾸러기 강아지 같다. 밥상 앞에서 도무지 통제가 되지 않는 철수가 소녀의 "기다려"에 움찔, 하고 본능적인 식욕을 참는 순간, 뜨거운 호떡을 덥석 물었다가 입을 크게 벌려 뱉어내고 마는 순간 터지는 웃음. 귀여운 동물은 티 없는 아이처럼 보는 이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법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무슨 소리인 줄 몰라 눈치만 살피던 철수가 그 말을 알아듣고, 소녀의 지시에만 반응해가는 과정도 애완동물을 훈련시키고 길들여가는 과정을 닮았다. 애견을 키워본 이라면 말 한마디 못하는 철수가 온 감각을 집중해 소녀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의 뭉클한 느낌을 이미 경험했으리라. 주인의 보호를 받던 강아지 또한 철수처럼 어느 순간 충직하게 주인을 지키는 친구이자 보호자가 된다.


그 철수가 털난 강아지가 아니라 뽀얀 피부의 미소년이라는 점은 이미 각종 만화나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다뤄진 애완남 판타지를 부채질한다. 그러나 차이는 분명하다. 일본 만화 '너는 펫'이 연상녀의 집에 들어와 애완남을 '연기'하는 미소년을 그렸다면 '늑대소년'의 철수는 애완남 그 자체다. 게다가 훨씬 강인하고 순수하다.


기타를 치며 자신이 지었다는 노래을 부르는 소녀의 모습에 늑대소년 철수는 '뿅' 간다. 사람에게 반하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을 '늑대소년'은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 아래서 기타를 치는 소녀의 얼굴과 손가락, 눈도 깜박이지 않고 그녀를 지켜보는 철수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숨막히게 그려낸다. 가벼운 숨소리같은 박보영의 목소리, 아름다운 어쿠스틱 기타 선율, 홀린 듯 그 모습을 듣고 보는 송중기의 표정이 마치 꿈결같다.


그러나 위기가 찾아온다. 단지 소녀를 지키려고 했던 늑대소년의 본능은 도리어 그를 위협하고, 소녀는 철수를 눈물로 떠나보낸다. 수많은 이들의 눈물도 여기서 터졌다. "안녕"이란 인사가 통할 리 없다. 저만 바라보던 철수를 모진 말로 멈춰 세우고 찰싹 뺨까지 때린 소녀, 처음 말문을 연 소년, 울며 돌아선 소녀의 모습에 엉엉 소리내 우는 관객들도 부지기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늑대소년'은 할머니가 돼 옛 집을 다시 찾은 소녀를 위해 한 가지 선물을 더 준비해둔다. 47년만의 재회 또한 못잖은 눈물을 각오해야 한다. 지극히 소녀적인 판타지에 나오던 눈물을 삼킨 이들도 있지만.


세대에 따라, 지난 경험에 따라, 취향에 따라 '늑대소년'이 주는 느낌은 크게 다를 것이다. 소년과 소녀의 모습에서 유대를 읽어내느냐, 우정 혹은 사랑을 목격하느냐에 따라서도. 이 익숙하고도 서정적인 판타지가 내내 이야기하는 '순수'에 전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그땐 정말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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