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영 "'남영동'으로 충무로 원대복귀..감사할뿐"(인터뷰)

발행:
전형화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이경영이 돌아왔다. 충무로에 온전히 돌아왔다.


이경영은 90년대 한국영화 상징이었다. 당시 한국영화는 이경영 영화와 박중훈 영화로 나뉠 만큼 이경영의 위상은 컸다. 그랬던 이경영이지만 2002년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리면서 활동을 접어야 했다.


이경영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04년 법정 공방 끝에 무혐의로 판명 났지만 만신창이가 됐다.


이경영은 그 뒤 간간히 강한 인상을 주는 조연으로 영화에 출연했지만 배우로서 온전히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다.


22일 개봉하는 '남영동 1985'는 이경영이 온전히 한국영화계에 돌아오게 한 작품이다. '남영동1985'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22일 동안 고문을 받은 실화를 다른 영화. 이경영은 고문기술자 이두한 역할을 맡았다. 고문을 예술이라고 부르던 실존인물 이근안이 모델이다.


이경영은 '남영동 1985'에서 평범한 사람 속에 담긴 괴물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경영이 돌아왔다.


- 그동안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길 꺼려했는데 이번에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하는 이유가 '남영동 1985' 때문인가, 아니면 이제 그럴 때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전자다. '남영동 1985'는 여러 사람들이 뜻을 모아 만든 작품이다. 다들 몸으로 뛰고 발로 뛰어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나 역시 이 영화가 원인이 됐고, 그래야 했다.


-고문을 당하는 역할도 힘들지만 고문을 하는 역할도 쉽지 않았을텐데.


▶고문을 하는 방법에 대한 주저는 1초도 없었다. 정지영 감독님이 알리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울림이 너무 컸다. 또 이 역할을 마다할 배우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다만 작업을 하면서 막막해지더라. 첫 장면부터 박원상을 고문하는데 “안돼, 안돼”라고 진정으로 외치더라. 박원상이 다치치 않도록 고도의 집중이 필요했다.


-차기작인 ‘베를린’ 일정과 ‘남영동 1985’ 일정이 겹쳤었는데.


▶그래서 고문 장면부터 찍었는데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정지영 감독님에게 베를린에 안가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정지영 감독님이 “네가 먼저 한 약속인데 어떻게 그러냐”고 하시더라. 베를린에 다녀온 뒤 마지막 감정신과 에필로그를 찍었다. 오히려 훌훌 털어버리고, 박원상은 박원상대로 영화 일정을 따라왔기에 더 좋았다.


-에필로그에서 이근안이 고 김근태 고문에게 사과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진심으로 사과했을까.


▶정지영 감독님에게 그래서 그 장면을 찍기 전에 물어봤다. 진심으로 빌어야 하냐고. 정지영 감독님이 이 순간 만큼은 진심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 만일 이근안과 김근태로 했다면 진심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지영 감독은 김근태와 이근안 대신 김종태와 이두한으로 만들면서 모든 고문 가해자와 피해자로 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면 그 때 진심이어야 했다.


-오래 작품활동을 쉬다가 재개를 했었는데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컸나, 연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갈망이 컸나.


▶안 믿을지 모르지만 둘 다 아니었다. 세월이 가는대로 놔뒀다. 분노와 부끄러움도 쌓이고, 어느 때는 다 털어버리기도 하고. 그럴 때 정지영 감독님이 많이 불러주셨다. 당신도 많이 힘드셨을 때다. "나 너무 힘들어요"라고 하면 "그냥 사는 거지, 뭐"라고, 그런 말 주고받지 않아도 그렇게 느끼도록 해주셨다. 나, 너 아직 사랑한다라는 느낌을 주셨다.

사진=홍봉진 기자

- 다시 연기를 하니 순수하게 접근하게 됐다고 했는데.


▶앞뒤 계산 없이 순수하게 되더라. 오로지 그 목적만으로 연기를 대하게 됐다. 이 영화와도 맞았다. 내가 이 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배우로서 임무를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남영동 1985'로 이경영이 온전히 한국영화에 복귀한 듯한 느낌이 들던데.


▶VIP 시사회 뒤풀이를 갔는데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영화인들이 일어나서 박수로 나를 맞이해주더라. 권해효가 깊게 포옹해주면서 "형, 충무로 원대복귀 축하해요"라고 하더라. 정지영 감독님이 영화 촬영 전에 보내신 메일에 "네가 이 영화로 충무로 복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처음과 끝이 그렇게 맞아떨어지니 정말 고맙고 미안하더라.


-‘남영동 1985’는 여러모로 배우 이경영에게 남다를 것 같은데. 뭔가 해방 같은 느낌도 들고.


▶다시 돌아온 영화라는 숲에 내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들더라. 해방은 너무 거창하고 체끼가 가신 느낌이 든다. 김대승 감독이 ‘하얀전쟁’ 때 스크립터였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후궁’으로 만났다. 나를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해준 감독들에게 정말 고맙다. ‘남영동1985’는 그런 나를 꽃피우게 해줘셔 감사하고.


-‘남영동 1985’를 한 명에게만 보여준다면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나.


▶돌아가신 어머니다. 막내아들이 다시 동료들에게 박수를 받는 모습을 못 보시고 돌아가셨으니깐.


-‘남영동 1985’를 기점으로 작품활동과 배역이 한층 활발해지는 느낌인데.


▶‘베를린’에서는 하정우 상관으로 나온다. 용산 사태를 다룬 ‘소수의견’에선 아들을 잃은 아버지로 출연하고. 윤종빈 감독의 ‘군도’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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