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건달'의 노란 병아리 윤송이(9)를 보고 많은 관객들이 울고 웃었다. 어쩜 그리 능청스럽게 사투리 연기를 잘하나 했는데 부산에서 살아본 적은 전혀 없단다. 첫 연기 도전에서 큰 역할을 맡았지만 정작 연기는 처음이다.
어린 시절 엄마가 운영하던 인터넷 쇼핑몰 모델로 활동한 것을 계기로 KBS 2TV 어린이 프로그램 '파니파니'에 출연하게 된 송이. 이제는 소속사까지 있는 어엿한 배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랄한 모습이 영화 속 수민과 똑 닮은 윤송이를 만났다.
만나자 마자 사투리를 어쩜 그리 잘하는지 칭찬을 하자 "저 사투리 못써요"라고 또박또박 표준어로 말한다. 창원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잠시 살았을 뿐이라 전혀 기억이 없다. 영화를 촬영하며 사투리 선생님과 3개월 정도 연습을 한 것이 전부다.
"'박수건달'이라고 인터넷에 치면 '윤송이'라고 연관 검색어가 뜨잖아요. 그걸 누르고 블로그에 들어갔는데 '그 애가 부산 출신이 아니라면 사투리 천재'라고 올라온 것도 있었어요. 사투리 잘한다고, 우는 연기 잘한다고들 하세요. 뿌듯해요. 그런데 친구들이 하필이면 지하 주차장 같이 울리는 곳에서 사람들한테 자꾸 얘기를 해요. 부끄럽게."
사투리 연기 못지않게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쏟아내는 눈물 연기였다. 우는 연기를 할 때는 엄마한테 혼나는 생각을 하면서 운다는 윤송이, 우는 연기보다 웃는 연기가 더 어렵단다.
"저는 웃는 게 좀 더 어려워요. 웃는 장면을 연기할 때 가끔은 정말 못해서 다른 아이가 하기도 했어요. 우는 연기를 더 잘해요. 웃는 연기는 아직도 어려워요."
두 시간 내내 영화 '킬빌'의 우마 서먼을 연상시키는 노란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하는 송이. '킬빌'을 본 적이 없지만 태권도도 배우고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면이 여전사 같은 우마 서먼 과도 닮았다.
"'킬빌'은 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영화에서 제 방에 막 도배가 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노란 옷이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았어요. 여름에는 정말 더워서 엄지원 언니랑 둘이 온 몸에 쿨팩을 대고 있었지만요."
가장 맘에 드는 장면을 말해달라고 하니 윤송이는 "아파트에서 큰 소리로 아저씨 놀리는 장면하고 신문지 날리는 장면이요"라고 답하더니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금세 표정이 달라지는 걸 보니 영락없는 아이다.
"친구들이 신문지 날리는 장면이 유치했대요. 애들이 '너 신문지 진짜 네가 날렸어?'하면서 놀려요. 저는 그 장면이 맘에 드는데 애들이 놀리는 건 싫어요."
영화에서도 환상의 콤비였던 박신양과 윤송이, 실제 현장에서 가장 각별하게 챙겨줬던 사람도 박신양이었다. 윤송이는 좋아하는 배우도 박신양을, 가장 잘 해준 사람도 고민 없이 박신양을 꼽았다.
"박신양 삼촌은 정말 자상해요. 태주아저씨(김정태 분)가 아파서 성격이 예민해졌을 때 저한테 짜증을 좀 냈어요. 서러워서 울고 있는데 박신양 삼촌이 진짜 꼭 안아줬어요."
영화의 어느 부분이 재미있는지 묻자 또 한 번 박신양의 이름이 나왔다. "박신양 아저씨가 무당연기 하는 게 재미있다"고 웃으며 말하는 윤송이, 알록달록 화장을 한 박신양의 모습에 웃기도 많이 웃었다.
"박신양 아저씨가 눈에 분홍색칠을 하고 볼도 빨갛게 하고 그랬을 때 저는 막 웃었어요. 아저씨는 그냥 아무 말도 안하더라고요.(웃음)"
아직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 윤송이. 연기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묻자 아이돌, 제빵사, 미용사가 줄줄이 나온다. 욕심이 많다고 농담을 건네자 "그럼 아이돌은 빼고요!"라며 웃었다.
"이건 될지 모르겠는데요. 아침에는 빵을 만들고 낮에는 머리를 자르는 미용사를 하고, 밤에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이제 3학년이 되니 어려워질 공부에 걱정이 많다는 윤송이, 올해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묻자 드라마에 욕심을 보였다.
"저는 사극을 하고 싶어요. 한복 입는 걸 좋아해요. 거지는 말고요! 거지는 낡은 옷만 입잖아요."
드라마 출연 외에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재차 묻자 당차게 '박수건달' 1000만 돌파를 말한다.
"'박수건달'을 많이 봐달라고 하면 안될까요? 1000만 돌파! '도둑들'도 쇼박스에서 했는데 사람들이 '도둑들'도 많이 봤잖아요. 그러니까 '박수건달'도 1000만 명이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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