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존재감' 곽도원이 푸근함을 욕심내는 이유(인터뷰)

발행:
김현록 기자
영화 '분노의 윤리학'의 곽도원 인터뷰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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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참한 죽음을 맞았던 '황해'의 강렬한 등장 이후, 깡패보다 더 깡패같은 검사로 나온 '범죄와의 전쟁'으로 다시 눈을 번쩍 뜨이게 했던 배우 곽도원(39). 꼭 1년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푸근한 얼굴은 여전했지만 지난 1년 사이 많은 게 변했다. '범죄와의 전쟁'이 400만 흥행에 성공한 이래, 관객들이 배우 곽도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주연작도 나왔다. 시청자들 역시 '유령'의 미친소 경감을 일찌감치 확인했다. 작은 표정만으로도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얼굴. '미친 존재감'이란 수식어를 괜히 다는 게 아니다.


그의 새 영화 '분노의 윤리학'(감독 박명랑)은 곽도원의 힘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주조연 할 것 없이 착한 놈이 하나도 없는 이 작품에서 곽도원은 파릇한 여대생과 불륜을 벌이다 졸지에 살인죄를 뒤집어쓴 교수로 등장한다. 연기파 배우들이 서로 맞붙어 폭발하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그러나 곽도원은 카리스마 폭발하는 캐릭터보다 편안하고 푸근한 역할이 욕심난단다. 그 연기를 보고 즐길 이들을 생각하기에.


-실제 보니 다이어트하신 것 같다. 표정도 훨씬 여유롭고.


▶다 '유령' 덕이다. '드라마 다이어트' 했다. 드라마가 힘들긴 하더라. 끝날 때 보니 시작할 때보다 9kg이 빠졌다. 그러고 나서는 지금은 좀 쪘다.(웃음)


-'분노의 윤리학'에선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1대1로 붙어 폭발하는 신들이 인상적이더라.


▶캐릭터가 하나하나 나쁜 놈들이다. 변해가는 세상의 정의의 기준이랄까, 그걸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건데, 캐릭터끼리 맞부딪치는 게 많았다. 문소리씨가 와이프 역할이었는데 워낙 정평이 나 있는 배우라 연기하기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다. 어떻게 집중해야 할까 고민도 하고. 특히 문소리씨와 붙는 장면은 배우 얼굴 앞에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고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찍었는데 너무 힘들더라. 심리적인 불안감을 표현하는 신인데 워낙 긴장이 폭발하는 장면인데다 저는 막 울기까지 하다 보니 더 그랬다.


-강렬하게 터뜨리는 연기를 요하는 캐릭터인데 앞선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쉽지 않았을 텐데.


▶똑같은 걸 하다보니 편한 점도 있다. 따로 캐릭터 분석을 막 하지 않아도 된다. 막 세게 해버리면 되니까. 그런데 이게 함정이 있다. 내가 편하다고 식상하게 하면 다 들킨다. 관객도 식상하게 하는 거다. 계속 노력하는 게 배우의 사명이고 숙명인가보다. 나도 그래야 또 재밌고.


ⓒ구혜정 기자 photonine@


-이번에는 어떻게 그 역을 하게 됐나.


▶시나리오가 왔는데 감독님이 그 중에 뭐 하고 싶냐고 물어보시더라. 조진웅은 깡패를 한다고 하고, 김태훈은 집착남이고, 그럼 나는 이거 한다고 했다. 권위적이긴 하지만 인간 자체가 무너지면서 바닥까지 떨어져서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감정의 기승전결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데 욕심이 났다. 처음 한 키스신이야 뭐, 재밌으시라고 드린 말씀이고.


-'곽도원 첫 키스신'이라고 화제도 됐지만 애정이 묻어나는 진정한 키스신이 아니었다. 멜로가 있어야지.


▶맞다. 이건 사랑이 아니고 욕망을 채우려는 거랄까. 멜로를 물론 하고 싶다. 제가 멜로 하는 걸 관객이 용서해 주시면 그 때.(웃음) '파이란'의 최민식 같은 처절한 사랑이면 좋겠다. 아, 그렇게 떨어져서 못 만나는 것 말고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랑으로다가.


-드라마 '유령'이후 대중적인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돌이켜보면 드라마틱한 1년이었다.


▶'유령' 잘봤다는 분이 지금도 많다. 알아보시는 분도 엄청 많으시고. 드라마의 파급력이 엄청나더라. '범죄와의 전쟁' 할 때만 해도 그다지 알아보시는 분도 없었다. 요즘엔 술 먹고 앉아 있어도 막 오시는 분들이 있다. 하던 얘기가 딱 끊기긴 하지만 사진 한 장 찍는 일이 어려운 건 아니다. 다만 같이 계시는 분들에게 죄송하고 그런 거지.


-가족들이 좋아하시겠다.


▶6년만에 설에 가족들을 만났다. 이번 시사회에 가족들도 처음 초대했고. 설에 조카들한테 해준 사인이 80장 정도 된다. 이 녀석들이 내 본명이 병규니까 '병규삼촌' 하다가도 밖에서 놀 땐 '도원이 삼촌' 그런다. 다른 사람 들으라고(웃음) 연극 할 때 그렇게 행복했었는데도 집안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았는데, 지금은 자랑스럽게 생각해주시니까 그것 참.(웃음)


-역할들도 자랑스러울 법 하다. '황해'에선 교수였고,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검사였다가 다시 교수까지, 엘리트들만 했다.


▶그러게 말이다. 오죽하면 다른 기자한테도 물어봤다. 왜 날 자꾸 엘리트를 시키시는 것 같냐고. 눈이 날카로워서 엘리트 나쁜놈 역할을 많이 주시나. '황해'에서 김승현 교수 역할을 한 게 처음 주목을 받다보니 안전하게 그런 캐릭터로 가는 것 같다. 퉁퉁하기도 하고. 하다보니 그런 역이 너무 몰리는 것 같아서 편안하고 푸근한 역할을 하고 싶기도 하다.


-드라마의 편안한 생활 연기도 욕심이 나나.


▶물론이다. 나는 배우다. 드라마든 영화든 연극이든 상관이 없다. 장르 구분도 없다. 연극할 때는 관객이 없어서 공연 못 한 적이 많았다. 아무리 작품이 좋고 배우가 난리를 해도 관객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된다. 관객이 좋아해야지.


힘들게 일만 하다 지금은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는 시장에서 순대 장사를 하셨다. 우리 어머니가 영화를 보셨겠나 연극을 보셨겠나. 아침 드라마 보시면서 찔끔 눈물 흘리곤 장사하러 갔다 오셔서 드라마 보시고 쓰러져 주무시곤 했다. 드라마 보는 게 그 분들 낙이다. 그런 어머니들한테는 연극 하고 영화해서는 즐거움을 못 드린다. 그냥 우리 어머니라고 생각하고, 그 분들이 보시고 좋아해주시면 참 좋겠다. 배우가 뭐라고, 그냥 보는 분이 즐겁고 행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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