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에반게리온Q..再稼動 人類補完計劃

발행:
김관명 기자
'에반게리온: Q' ⓒkhara
'에반게리온: Q' ⓒkhara

잊고 살았다. 3년4개월이 흘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난 2009년 12월3일 개봉했던 '에반게리온: 파(破)' 이후 일본 개봉소식만 들었던 '에반게리온: Q'가 오는 4월 국내에서 정식 개봉한다. 전편 '에반게리온: 서(序)'가 2008년 1월24일 개봉했으니 신극장판 1편 기준으로는 국내에 무려 5년3개월만에 등장하는 신(新) 에바월드다. 오타쿠스럽게 레이 말투로 물어보자.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해?"


지난해 11월17일 일본 개봉 당시 굳이 일본까지 가서 본 진정한 에바 마니아들은 새로운 내용 별반 없는 이 기사 무시하시라. 이 기사는 오로지 TV판 26부작(1995년 10월~1996년 3월)을 섭렵한 뒤 이어 나온 극장판 2편(데스 앤 리버스 1997년 3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1997년 7월)으로 보충학습을 한 후, 신극장판 서와 파로 에바월드의 균열을 감지했으되 그 이후 일상에 파묻혀 살 수밖에 없었던 변심한 오타쿠들을 위한, 그들의 기억력 재생을 위한 빈약한 요약본 안내서에 불과하다.


바로 '지난 '에반게리온: 서'와 '에반게리온: 파'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가'에 대한. 그리고 다시 '에반게리온: Q'를 맞이하기 위한 선행학습으로서,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질 건데'에 대한.


에반게리온: 서


97년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결말은 해석이 분분했다. 결국 겐도우의 '인류보완계획'은 신지의 변심(혹은 각성)으로 인해 실패로 돌아간 건 분명했다. 하지만 의문점이 너무 많았다. 겐도우의 인류보완계획이란, 말은 고상하지만 결국 인류를 전멸시키는 파국을 거쳐야 달성될 수 있는 것. 군체(群體)로서 인류를 대신해 에바 초호기를 통한 단체(單體)로서 인류를 새로 탄생시키려한 무지막지한 실험(혹은 욕망)이 바로 인류보완계획 아니었나. 그것도 소멸한 아내 유이와 영혼적 합체를 원한 자신을 비롯해, 모든 인류의 영혼이 에바 초호기에 깃들어야 한다는.


그러다 신극장판 4부작이, 다른 사람도 아닌 안노 히데야키 감독 본인에 의해 새로 리빌드(Rebuild)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팬들은 무릎을 쳤다. "그럼 그렇지. 이대로 에바월드가 끝날 순 없지!"


해서 개봉한 '에반게리온: 서'. 하지만 기존 에바월드에 비해 그리 변한 건 없었다. 제5사도 라미엘까지 출몰했으므로 TV판으로 치면 제6화까지 내용. 그래서 에반게리온 이호기 칠드런 아스카가 안나왔다! (제3사도 사키엘, 제4사도 샴시엘은 당연히 등장) 다만 네르프 지오프론트를 공격했던 마지막 인간형 사도(제17사도) 카오루(티브리스)가 TV판이나 극장판에 비해 훨씬 이른 타이밍에 등장한 점이 달랐다. 하긴 카오루가 제1사도 아담을 복제해 태어난 건 세컨드 임팩트가 있었던 2000년 다음해인 2001년이었으니, 14살이 된 2015년 아무 때나 등장해도 에바월드에 큰 위협은 아니었다.


오케이. '에반게리온: 서'는 TV판 1~6화 축약본이라 정리하자, 일단은.


에반게리온: 파


눈요기만 했던 '에반게리온: 서'에 조금은 서운했던 팬들, 기대반 걱정반으로 '에반게리온: 파'를 봤더랬다. 결과는 당시 일본 언론이 호들갑떨며 사용했던 '대파'(大破)라는 단어의 느낌 그대로였다. TV판 8~19화를 기본으로 했다는 팸플릿만 믿고 이 신극장판 2번째 편을 본 팬들은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된' 느낌이 들었다. 마리라는 여자 파일럿은 누구이고 왜 지금에야 등장한 것이며, 또 마리가 조종한 에반게리온 가설 5호기는 또 뭐야? 더욱이 이 에반게리온 가설 5호기가 제3사도 사키엘과 싸운다고? 사키엘은 TV판에서 이미 신지의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폭주해, 결국 자폭하고 말았는데도?


완벽한 에바월드에 조금이라도 균열이나 빈틈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믿는, 결벽증이 있는 오타쿠들은 그래서 이렇게 정리했다.


'TV판과 극장판을 기준으로 하면, 에바는 레이가 타는 영호기, 신지가 타는 초호기, 아스카가 타는 이호기, 미국에서 가동실험중 소멸된 4호기, 미국이 급히 일본으로 후송하다 사도에 전염된 3호기, 극장판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9기의 양산형 에바 5호기뿐이다. '파'에 등장한 가설 5호기는 신지와 맞붙기 전의 제3사도와 미리 싸우다 사라진 것이다. TV판에 등장한 제3사도는 가설 5호기와 맞붙었던 그 놈이 한층 업그레이드돼서 출몰한 것이고...'


그러나 애써 이렇게 '프리퀄' 논리까지 동원하며 에바월드를 수정-보완하려 했던 팬들의 노고는 허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에반게리온: 파'에서는 기존 에바월드와 다른 점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에반게리온 이호기가 상대한 사도를 제7사도로 불렀고(TV판에선 제6사도 가기엘이었다), 에바 영호기와 초호기 이호기가 합심해 무찌른 사도를 제8사도로 불렀다(TV판에선 제10사도 사하퀴엘에 맞붙었었다). 또한 카지가 겐도우에게 전한 가방의 내용물도 TV판에선 태아모습을 한 '제1사도 아담'이었으나, '에반게리온: 파'에서는 '느브갓네살의 열쇠'였다. 그런데도 겐도우는 태연하게 말한다. "인류보완의 문을 열 느브갓네살의 열쇠다."


팬들은 비로소 실감했다. '안노 히데야키가 작정하고 에바월드를 뒤틀고 있구나.' 그리고 '어쩌면 '에반게리온: Q'는 출발만 같을 뿐 아예 기존 에반게리온 세계와는 전혀 다른 내용, 다른 작품일 수 있겠구나.'



에반게리온: Q


철옹성 같았던 에바월드의 균열은 이제 '에반게리온: Q'에서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에반게리온: Q'의 내용은 이렇다.


1. 카오루가 에바 제13호기 파일럿으로 전격 등장, 새로운 스토리를 이끄는 중심인물로 자리잡는다.

2. '에반게리온: 파' 14년 뒤의 이야기다.

3. 니어 서드 임팩트 이후 세계는 네르프와 반(反) 네르프단체 뷔레가 격돌한다.

4. 레이와 카오루는 네르프 소속이다.

5. 아스카와 마리는 뷔레 소속이다.

6. 신지는 14년 동안 수면상태에 빠져 기억이 멈춰 있었다.

7. (6번과 관련) 신지는 초호기와 함께 동결돼 있었다.

8. 드디어 발동하는 (인류)보완계획.

9. 파이널 임팩트 저지를 위해 최후의 결전에 나서는 뷔레.

10. 레이의 새 에반게리온은 마크-9다.


이쯤 되면 소위 '막가는' 정도다. 릴리스를 복제한 레이와 아담을 복제한 사도 카오루가 한 팀? 아스카와 마리는 이미 겐도우 사정권에서 벗어난 건가? 신지는 왜 2015년에 동결돼 2029년에 깨어났나? 에반게리온이 제13호기까지 나온다고? 게다가 그 파일럿이 인간형 사도 카오루라고?(하긴 초호기를 제외한 에반게리온이 전부 아담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같은 출신 카오루와 싱크로율은 걱정 없겠다. 이는 이미 '에반게리온: 파'에서 카오루가 능수능란하게 조종한 에반게리온 마크-6로 입증됐다) 아스카가 한쪽 눈에 안대를 한 것을 보면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엔딩신에서 보여준 아스카 붕대 신과 연결된 것인가? 그건 그렇고 인류보완계획을 또 가동한다고?


이밖에도 공개된 예고편 등에 보면 새 여성 캐릭터가 최소 2명 등장하고, 우주를 배경으로 아스카와 마리가 연속되는 사도들의 공격에 태그매치로 버티는 장면까지 나온다. 한마디로 이 모든 게 기존 에바월드의 틀로는 해석은커녕 이해조차 불가능하다는 것. 기자 입장에선 곧 있을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정식 시사를 한 후, 아니면 그 전에라도 취재가 이뤄지는 범위 내에서 '에반게리온: Q'를 본격 접근해야 한다는 것. 그나마 위안인 것은 예고편만 보더라도 CG나 스케일, 에바와 사도의 메카닉은 TV판, 이전 극장판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것. 그리고 에바를 까맣게 잊고 살던 열혈 팬들이 3년4개월의 긴 동면에서 슬슬 벗어나려 한다는 것.


p.s. 맞습니다. 안노 히데야키, 당신이 아무리 1997년 극장판 말미에서 오타쿠들에 대해 "다른 이와 교감하라"며 점잖은 충고를 던졌지만, 당신은 태생이 오타쿠 대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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