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이 남자가 아빠를 연기하게 됐다. 그것도 고등학생, 한참 반항하는 아들을 뒀다. 그런데 이 아빠, 특이하다. 경찰과 국정원, 킬러에게까지 쫓기면서도 "나 너무 멋있지 않냐"며 싱긋 웃는다. 철이 없다 못해 아들에게 "아빠" 소리 한 번 못 듣고 이름으로 불린다.
신하균. 올해 나이 마흔. 이 남자가 영화 '런닝맨'에서 연기하는 도망자 역할은 다른 배우가 맡았다면 전혀 달랐을 것이다. 절실한 상황에서도 왠지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남자. 신하균이다. 미청년 같았던 그도 이제 나이를 먹고 얼굴엔 주름이 잡힌다. 영화와 작품과 함께 나이를 먹는 배우. 멋있다.
-영화에 한동안 뜸했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2011년 '고지전'을 한 다음 드라마 '브레인'을 했고, 지난해에는 온통 '런닝맨'을 찍었다. 쉰 적이 없다.
-'런닝맨'은 도주 전문가가 무기 판매상들의 음모에 휘말려 살인누명을 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동안 드라마 위주 영화를 하다가 액션 장르를 택한 이유는.
▶액션 장르를 택한 건 안 해 본 것에 대한 도전이다.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더 들어 체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액션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겁을 많이 먹어서 그렇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곳에서 찍는 액션이 좀 힘들었다.
-상당한 철부지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영화에 캐릭터가 잘 보여야 하고, 코미디가 살아야 하니깐 그런 부분을 잘 살리려 했다.
-이제 아빠 역할을 맡게 됐는데.
▶내가 결혼을 한 입장도 아니어서 딱히 부자 관계를 상상하지 못했다. 역으로 나와 우리 아버지 관계를 돌아보고 연기했다.
-결혼이 늦는데.
▶뭐 만나야지 결혼을 하죠. 내가 그런 쪽으론 능동적이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한동안 영화 흥행도 잘 안되고 부침이 있었는데, 초조함이나 긴장감은 없었나.
▶그런 불안함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마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언제 일이 끝날지 모르는 불안함. 그런 긴장감이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 일이 끊길지 안달복달하지는 않는다. 일이 끊긴 적도 없고.
-달리고 떨어지고 매를 맞는 등 액션이 많은데.
▶80% 가량 내가 소화했다. 현장에 가서 대역 연기자분이 하는 걸 보고 상당부분 내가 소화해 냈다.
-기울어진 벽을 타고 달리다 올라가는 장면은 와이어를 쓰지도 않았을텐데.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어진 장면이다. 해볼 수 있겠냐고 해서 해봤더니 되더라. 그래서 카메라 동선을 짜고 찍었다. 영화를 찍다가 갈비뼈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현장의 기운이 워낙 좋았다. 조동오 감독님이 한 번 해보자라는 기운을 불어넣으셔서 계속 그런 분위기였다.
-영화만 하다가 '브레인'을 하고, 이제 이민정과 SBS '내 연애의 모든 것'을 찍고 있는데.
▶TV드라마를 한 것도 새로움을 느끼기 위해서 한 것이다. TV드라마는 체감 반응이 바로 온다는 점에서 느낌이 다르긴 하더라. 항상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 19금 멜로도 하고 싶다. 시켜주고, 나와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민정과 '내 연애의 모든 것'을 하는데. 이민정의 연인 이병헌과 연락은 해봤나.
▶글쎄. 워낙 그 분이 바빠서 만나지는 못했다.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선 국회의원인데.
▶직업이 국회의원이라고 접근하고 있다. 정치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는 않는다. 관심도 별로 없고.
-지난해 대선 투표는 했나.
▶외국에 있어서 못했다.
-'런닝맨'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이십세기폭스가 한국영화를 투자,제작,배급하는 첫 사례인데.
▶제작환경은 한국영화와 똑같다. 미국영화처럼 배우들이 쉬는 트레일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원두커피가 항시 준비돼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투자,배급을 폭스가 하는구나란 느낌. 출연료로 큰 차이가 없다.
-16~17년을 연기생활을 하면서 위기와 반전의 순간들이 있었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글쎄 특별한 위기는 없었던 것 같다. 꾸준히 작품을 하고 있었으니깐. 작은영화, 큰 영화를 계속 해왔다. 각 영화 규모에 맞는 관객들을 만나 왔고. 반전이라고 한다면 '브레인'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점이다.
-'브레인' 때문인지 영화 '런닝맨' 측에서 신하균이 여대에 찾아가는 이벤트를 벌였다. 페이스북에서 4만명이 좋다고 누르면 간다는 것인데 쉽게 넘었던데.
▶어휴, 부끄럽다. '브레인'을 한 뒤로 예전보다 알아보시는 분들이 더 늘긴 했다.
-'런닝맨' 홍보를 위해 SBS '런닝맨'에 출연하자는 제안이 많았을텐데. 마침 SBS 드라마를 하기도 하고.
▶내가 예능 프로그램은 별로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다.
-신하균의 '런닝맨'이 유재석의 '런닝맨'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영화 '런닝맨'이 이름이 같아서 더 홍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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