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의 위력을 등에 업은 아이돌 스타들의 스크린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 아이돌 스타들은 화제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높은 해외 인기 덕에 출연만 성사돼도 해외 선투자가 이뤄지기도 한다.
30일 개봉하는 '뜨거운 안녕'은 올해의 첫 아이돌 주연 영화다. FT아일랜드 이홍기가 주인공을 맡았다. 이밖에 2PM 이준호(준호)가 출연한 '감시자들'이 개봉을 앞뒀고, 빅뱅 최승현(탑)이 주연한 '동창생'이 촬영을 마쳤으며 소녀시대 유리(권유리)는 '노블레싱' 출연 소식을 알렸다. 이들의 활약은 지난해에도 활발해 미쓰에이 수지, JYJ 김재중, 2AM 임슬옹, 유키스의 동호, 제국의아이들 동준이 차례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 즈음에서 한번 짚어보자. 지난 아이돌 영화들을. 아이돌 영화의 올해 전망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들의 지난 성적을, 이미 관객을 만난 영화를 돌아보는 게 먼저다.
흥행 성적, 연기에 대한 평가는 작품마다 희비가 갈렸다. 임슬옹이 출연한 '26년'이 296만, 동호가 출연한 '돈 크라이 마미'가 97만, 동준이 출연한 '회사원'이 110만, 김재중이 출연한 '자칼이 온다'가 21만명이었다. 수지가 출연한 '건축학개론'은 411만명으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다.
물론 이들은 각기 역할이며 비중이 천차만별. 연기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건축학개론'에서 대학시절 만난 첫사랑으로 분해 호연을 펼친 수지는 국민 첫사랑으로 주목받으며 톱스타로 자리매김했고, 임슬옹과 동준은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주연을 맡은 김재중은 코미디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동호의 경우 뻣뻣한 연기로 도리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스크린이 처음인 아이돌 가수들은 종종 밝은 분위기가 가미된 아이돌 기획물에서 실제와 흡사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만큼 부담이 적고 가수의 기존 팬들에게도 쉽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K팝 열풍의 중심인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이 적극적으로 기획된 탓도 크다. '뜨거운 안녕'에서 이홍기는 사고를 치고 사회봉사명령을 받아 호스피스 병원을 찾아 개과천선해 가는 아이돌 가수로 분했다. 주인공인 만큼 클로즈업이 잦지만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를 소화했다. 지난해 개봉한 '자칼이 온다'에서 JYJ 김재중은 킬러를 만난 한류스타가 됐다.
그러나 이들의 선택을 단순히 '쉽다', '안일하다'고 폄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스크린으로 간 아이돌은 연예계의 치부, 감추고 싶은 아이돌의 뒷모습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코믹한 대목에 희석됐지만 두 영화 모두 아이돌의 이면을 꽤 도발적으로 묘사한다.
'자칼이 온다'의 김재중은 침실까지 숨어든 사생팬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면서 동시에 연상의 여성 스폰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맞는 한류스타의 모습을 그렸다. '뜨거운 안녕'에서 이홍기가 맡은 주인공은 연예인병에 걸린 안하무인인데다 동년배 매니저를 마구 부리면서도 스트레스에 수면제 없이는 잠 못 이루는 면모를 지녔다.
가수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 정극에 도전한 다른 아이돌 스타들 역시 위험을 감수하고 소신있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지난해 성폭행한 딸의 죽음에 분노한 어머니의 복수를 담은 '돈 크라이 마미'에서 유키스의 동호가 나쁜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2AM의 임슬옹은 '그 사람'을 처단하겠다며 나선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의 이야기를 담은 '26년'에서 80년 광주에서 누나를 끔찍하게 잃고 만 청년으로 분했다. 진지한 고민 없이는 할 수 없는 선택들이다.
아이돌들이 유명세를 앞세워 연기력에 걸맞지 않은 비중있는 캐릭터를 맞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연기 경험이 일천한 가수들이 단숨에 기획 영화의 주인공을 맡곤 했던 과거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들의 행보에서는 다분히 매끈하고 보기좋은 기획상품에 머물지 않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관객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보인다는 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노력이 이어지다 보면 의미있는 성과도 하나 둘 더 늘어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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