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쫀쫀한 한국식 캐릭터 액션, 속도감과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영화 '감시자들'이 올 여름 빅4의 포문을 연다. '감시자들'(감독 조의석 김병서·제작 영화사 집)은 정체를 감추고 흔적조차 없는 범죄 조직을 쫓는 감시 전문반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액션물. 홍콩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 근종)가 원작이지만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해 바꿨다.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등 영화 한 편을 너끈히 책임질 세 배우가 각기 감시반 주축 황반장, 의문의 범죄자 제임스, 감시반 신참 하윤주로 분해 숨막히는 추적에 뛰어들었다.
이 쟁쟁한 배우들을 데리고 '감시자들'을 제작한 이가 영화사 집 이유진 대표다. 그녀는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제작자 중 한 명이다. 스타의 다른 면모를 발굴하는 제작자로도 이름 높다. 지난해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성공시켰던 그녀가 이 속도감 넘치는 추적 액션물을 내놓게 된 과정이 궁금했다. 여름 빅4 대전을 앞두고 그를 만났다. 새벽 5시에 열린 기술시사회를 다녀왔다는 그녀는 이번엔 누구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두 다"라고 답했다.
-제목이 처음엔 '감시'였다가 '감시자들'로 바뀌었다.
▶한국에 맞게 각색한 제목이다. 원래 여러 제목 후보군 중 '감시'와 '감시자들'이 다 있었다. 그런데 다른 영화 '감기'가 당초 6월 말 개봉한다 하는데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감시자들'로 갔다.
-조의석 김병서, 이례적으로 2명의 감독이 연출을 했다.
▶두 사람은 영상원 1·2기로 10년 전부터 절친한 사이다. 촬영감독인 김병서 감독이 연출 생각이 있다며 조의석 감독이 소개를 했다. 그러다 이번 영화 이야기가 나왔다. 조 감독이 굉장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반면 김병서 감독은 굉장히 감성적이었다. 또 연출 경험이 있는 조의석 감독은 한참 현장을 떠나 있었고, 연출은 처음인 김병서 감독은 현장에 계속 있었으니까, 조의석 감독이 현장감을 얻고 김병서 감독이 연출을 경험하는 협업이 어떨까 제안했고 두 사람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감독이 둘일 순 없기에 총 지휘는 조의석 감독이 했다. 대신 둘이 계속 대화를 하며 프리프로덕션 내내 그림에 대한 합의를 충분히 찾고 촬영에 들어갔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이 30대를 겨냥한 로맨틱 코미디로 차별화를 이뤘다면 범죄 스릴러인 '감시자들'은 어느 지점에서 차별화를 뒀나.
▶추적 액션을 표방했다. 막 대단한 액션보다 긴장감 쫀득한 드라마가 있는 명확한 캐릭터 무비다. 할리우드가 나날이 액션 끝판왕으로 나오는데 거기에 대고 액션만 너무 길게 이어지는 건 나도 힘들다. 찍기도 힘들고. 캐릭터 액션 무비가 될 거다. 또 여자 형사가 등장한다. 감시반의 신참형사가 여러 범죄를 해결해 가면서 성장해가는 게 다른 스릴러나 범죄물과 차별화된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원작도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캐스팅이 돋보인다. 세 주인공을 어떻게 캐스팅했나.
▶맨 처음은 한효주였다. 원작을 샀을 때 소속사 대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한효주가 할 만한 영화까지 이야기가 옮겨졌다. 문득 생각이 났고 '한효주와 어울릴 것 같다' 싶어 아예 처음부터 한효주를 놓고 시나리오를 썼다. 그래서 이름도 하윤주다. 여주인공은 다른 배우에게 가지 않고 그렇게 한효주씨가 하게 됐다.
이후 정우성씨와 다른 일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다음 영화 시나리오를 보여줬다. '모니터 겸 한번 봐 주세요' 했는데 그 다음날 제임스 역을 내가 하면 안 되겠냐고 연락이 와서 냉큼 두 정우성씨까지 캐스팅했다. 한효주와 정우성 두 사람이 정해진 상태에서 출발한 거다.
사실 황반장을 먼저 캐스팅해야 순서가 맞는 건데 두 사람이 결정되면서 가장 맞는 배우를 찾게 됐다. 마침 설경구와는 '그놈 목소리'를 같이 해서 직접 전화를 했다. 이런 영화를 하려 한다, 우성씨 효주씨가 한다 했더니, 심플하게 '이유진이 이상한 걸 주진 않았겠지. 우성이 좋지. 할게' 이렇게 됐다. '그래도 시나리오 좀 읽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했다.(웃음) 사실 설경구씨는 다른 영화로 스케줄 정리가 필요했는데 마침 연기가 되며 문제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정우성이 첫 악역을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는데.
▶정우성씨와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본인이 '비트'라는 영화로 성공을 했을 당시 멋있다며 담배피고 하는 걸 따라하는 청소년이 많았다더라. 내 연기나 행동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범죄자는 응징을 받아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생긴 것 같았다. 본인도 이번에는 한번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아이돌인 2PM 준호를 다른 주요 역할에 캐스팅했다.
▶처음부터 아이돌을 쓰려고 하지는 않았고 좋은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신인 연기자 오디션을 많이 봤다. 그러던 와중에 JYP에서 연락이 왔다. 심지어 누구인가 했다. 오디션을 보겠다고 해서 2번인가 봤다. 그런데 신인 연기자들과 비교해 장점이 있더라. 카메라 앞에서 주눅이 안 든다. 신인을 데려 오면 굳어서 본인의 장점을 잘 발휘하질 못한다. 그런데 준호는 긴장도 하지 않고 유연한데다 몸놀림도 아주 날렵했다. 열정도 컸고. 말 그대로 오디션을 봐서 통과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장에서도 본인이야 속으로 긴장했을지 몰라도 주눅들지 않더라. 그런 모습이 좋았다. 사실 시나리오에서 그 역할 코드네임이 기린이었는데 캐스팅을 하고 나서 다람쥐로 바꿨다.
-스타 캐스팅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속에서 스타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제작자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누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나.
▶제 입장에서는 전부다다.(웃음) 설경구씨는 힘 뺀 자연스러운 연기가 '강철중'이나 다른 영화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러운데도 존재감이 있는 카리스마가 새로우면서도 편안하고 좋더라. 한효주씨는 멜로를 주로 하지 않았나. 처음 보는 모습이다. 정우성씨야 최초의 악역이라니 새로운 모습일 것 같다. 9대1 가르마를 하니 평범해 보이는 것 같아 좋더라. 준호 또한 아이돌이지만 연기는 처음이라 신선하고 괜찮았다.
-겨울에 서울 시내 곳곳에서 촬영을 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서소문로, 테헤란로에서까지 찍었다던데.
▶'초능력자' 때 비가 너무 많이 와 비올 때는 찍지 말자야지 했는데 이번에 찍어보니 눈 보다는 비가 낫더라. 아침 촬영이 있으면 제작부들이 전날부터 눈을 치웠다. 산처럼 쌓인 건 포클레인을 불러야 했다. '레밀리터리블'이 따로 없었다.(웃음)
도심 촬영 할 때도 야단이었다. 서소문 고가는 그나마 서울에 차가 없는 연휴 중 구정 다음날 촬영을 했다. 1분을 막으니 서소문에서 신촌까지 난리가 나더라. 정우성까지 나서서 거리 통제를 했으니 말 다했다. 문제가 그러면 차가 또 안 간다. 정우성 보느라.(웃음) 테헤란로는 주말에 찍었는데 거기도 정말 차가 많더라. 통제 없이 배우를 그냥 풀어 놓고 찍는 도둑 촬영도 많이 했다.
-빅4 첫 주자로서 흥행에 대한 예감은.
▶여름 시장에 들어간다고 하니 걱정이 됐다. 워낙 다른 영화들이 어마어마하게 물량공세를 해서 그 속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일단 의도했던 드라마가 긴장감 있게 잘 나왔고, 캐릭터가 명확하게 잘 산 것 같다. 명확한 캐릭터 무비다. 그런 점에서 확실하게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