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28일 오후8시 전남 구례군 구례읍 구례실내체육관 인근 잔디광장. 금방이라도 장맛비가 쏟아질 것 같은 여름밤, 간이의자 300여개가 가족 단위 관람객으로 꽉 찼다.
몇몇 가족은 조금 떨어진 곳에 아예 돗자리를 깔고 반쯤 드러누워 곧 시작할 '공짜' 영화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영사기가 설치된 한국영상자료원 차량에서는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대형 스크린에 틀어대며 분주히 영상과 음성을 사전 테스트 중이다. 어떻게 알고 왔을까, 아이스크림 파는 아주머니까지 등장했다.
마침내 송해성 감독의 '고령화 가족'이 시작됐다. 이 영화는 지난 5월9일 전국 개봉작으로, '엄마' 윤여정 집에 모여든 문제아 남매들(윤제문 박해일 공효진)의 이야기. 교도소를 수없이 드나든 큰 아들 윤제문, 하는 영화 족족 망하기만 하는 영화감독 박해일, 세번째 결혼을 앞둔 딸 공효진, 그녀의 대책없는 중학생 딸 진지희까지 이 '하자' 많은 남매들과 '엄마'가 빚어내는 여러 에피소드에 관객의 박장대소와 흐믓한 감동이 2시간 내내 끊이질 않았다.
이날 야외 무료 상영은 CJ E&M(대표이사 강석희)이 강원 영월, 국립암센터 소아암병동에 이어 올해 3번째로 문화소외지역에서 연 '시네마투유' 행사. '시네마투유'는 CJ E&M이 자긍심을 갖고 펼쳐온 문화나눔 사업의 하나로, 최신영화를 주변에 극장이 없는 곳에서 상영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해 울릉도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상영, 큰 호응을 얻었던 CJ E&M이 영화콘텐츠, 영상자료원이 상영장비를 각각 준비했고 해당지자체가 행사장 섭외 등을 맡는다.
하지만 도심의 멀티플렉스를 제 집처럼 찾는 요즘 젊은 영화팬들 입장에서는 이런 '소외지역' 자체가 이해가 안갈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지난 3월 주승용 의원(민주통합당. 여수 을)이 영화진흥위원회 보고서를 분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극장은 고사하고 영화DVD라도 상영할 수 있는 문예회관 등의 공공 문화시설이 전혀 없는 '문화 소외지역'이 전국 32곳에 달했다.
특히 전남지역은 곡성, 구례, 보성, 함평, 영광, 장성, 신안 등 7곳에 달했으며, 1년 평균 영화관람 횟수는 서울(4.67회)의 3분의 1인 1.35회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이 곳 구례읍에는 멀티플렉스는커녕 단관 극장도 없다. 야외 상영장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이같은 대형 스크린이 갖춰진 극장에 온 것은 처녀 때 이후 처음"이라며 "구례에서 영화관을 가려면 순천까지 차로 1시간 이상 가야 하기 때문에 그냥 집에서 TV를 보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CJ E&M 전략지원담당 탁용석 상무는 "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과 좋은 콘텐츠를 나누고 희망을 을 전파하는 것이 콘텐츠기업인 CJ E&M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7월부터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화면해설 및 자막이 들어간 영화콘텐츠를 상영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시네마투유'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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