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국적 안 가린 극장가 '대량살상' 테마

발행:
김현록 기자
사진


인류는 과연 위협받고 있는가. 올 여름 개봉한 히트 영화들이 각종 질병과 괴수 등 재난 속에 벌어지는 대량 살상을 담아 눈길을 끈다. 묘사의 방법이나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량살상을 영화에 앞다퉈 담는 데는 할리우드와 한국이 따로 없었다.


여름 극장가가 본격적으로 문을 여는 6월부터 시작이었다. 일단 포문을 연 쪽은 할리우드다.


지난 5월 30일 개봉해 160만 관객을 모은 '스타트렉' 시리즈 2편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영화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대형 우주선이 지구에 추락, 건물 몇 개를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모습을 그려냈다.


돌아온 슈퍼맨 이야기 '맨 오브 스틸'은 한 술 더 떴다. 크립톤 행성에서 온 신적인 존재가 지구에서 자아찾기를 하며 같은 별 출신 악당과 싸우는 동안 뉴욕의 초고층 빌딩 수 채가 폐허로 변했다.


500만 관객을 넘긴 '월드 워 Z'는 대량살상 자체를 스펙터클로 내세웠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좀비가 된 사람들의 전 세계에서 발생하며 인류를 위협했다. 무섭게 올라가는 전광판의 희생자 수는 가볍게 수백만을 넘어선다.


괴수 대 로봇의 대결을 다룬 '퍼시픽 림'도 빼놓을 수 없다. 심해에서 튀어나온 외계 괴물 카이주가 세계 곳곳을 공격하며 나온 희생자 규모는 앞선 '스타트렉', '맨 오브 스틸' 정도를 가뿐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여름이 깊어갈 무렵, 할리우드에 뒤질세라 한국영화도 대량살상 테마에 가세했다.


1000만을 향해 질주 중인 봉준호 감독의 SF '설국열차'는 아예 인류의 종말 직전이 배경이다. 화학물질 살포로 기상이변이 벌어지면서 설국열차에 탄 몇몇 외엔 모든 인류가 사라졌다는 데서 영화가 시작하니 말 다했다. 영화와 별도로 제작된 프리퀄 영상으로 당시의 비극을 짐작할 수 있다.


전화 하나를 사이에 둔 테러범과 앵커의 대결을 담아낸 '더 테러:라이브'도 있다. 마포대교 폭탄테러로 출발하는 '더 테러:라이브'의 피해 규모는 '설국열차'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이야기와 함께 파괴의 스케일도 점점 커 간다.


지난 14일 개봉한 따끈따끈한 재난 블록버스터 '감기'는 올 여름 한국영화의 마지막 대량살상 테마 영화다. 영화는 치사율 100%의 변종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분당을 덮치며 벌어진 지옥도를 담는다.


여름 시즌을 맞아 스펙터클을 앞세운 블록버스터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더 커진 영화 속 파괴의 스케일 앞에 목숨을 잃은 애꿎은 희생자들도 함께 늘어나게 된 셈. 수천, 수만의 죽음을 가정하면서도 피 한 방울 제대로 튀지 않는 말끔한 15세관람가 블록버스터라는 것도 이들 작품의 공통점이다. 뜻하지 않은 거대 재앙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그린 작품은 '감기' 정도에 불과하다.


할리우드야 무지막지한 파괴력 과시 영화의 역사와 전통이 유구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영화들이 이 대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눈길을 모은다. 한국영화의 덩치가 커진 것도 한 몫을 했다.


'설국열차'는 한국영화가 좀처럼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미래 배경의 SF로 인류 종말의 위기를 저변에 깔아놓은 대범한 작품이다.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들었다. '감기'의 경우 지난해 450만 관객을 모은 '연가시'의 괴 기생충 대신 바이러스를 택해 재난영화의 판을 키웠다. 99억 순제작비가 들었다. '더 테러:라이브'는 제목처럼 대형 폭탄 테러를 소재로 삼았다. 제작비를 쏟아 붓진 않았지만 전에 없던 시도로 체감 스펙터클을 높였다.


이같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시도와 신선한 볼거리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 또한 이어지고 있다. '설국열차'는 700만 관객을 훌쩍 넘겨 흥행 몰이를 이어가고 있고, '더 테러:라이브'도 이미 450만 관객을 모았다. 지난 14일 개봉한 '감기' 역시 선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아이브 '파리에서 만나요!'
아이유 '빛나는 매력'
빅뱅 지드래곤 '손끝부터 시선집중'
변우석 '팬들에게 스윗한 인사'

인기 급상승

핫이슈

연예

민희진 vs 하이브

이슈 보러가기
스포츠

'손-김-이' 유럽 3총사 이적설 본격 점화

이슈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