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일 간의 영화축제를 마감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프로그래밍과 마켓, 영화제 운영 등 전체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졌다.
변수도 많았다. 영화제 초반 강동원과 CGV, 부산영화제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GV불참에 대한 진실공방이 이어졌고, 후반에는 태풍 다나스가 부산을 덮쳤다.
각종 사건사고를 딛고 여전히 변모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축제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올해 총 관객 수는 역대 최고 관객을 기록한 작년과 비슷하다. 올해는 한글날인 9일이 공휴일로 지정됐고, 후반에 태풍이 부는 등 작년과 다른 변수들이 있었는데.
▶태풍이 아니었으면 관객이 더 늘었을 것이다. 태풍 때문에 야외상영 등이 취소되고 유동 인구 자체가 줄었다. 그래도 대체적으로 작년 수준의 관객을 유지했다.
-태풍 예보 후 곧바로 야외 시설물을 철거하고, 이벤트 장소를 옮기는 등 대처가 빨랐던 것 같다.
▶잘했다고 자찬하기 보다는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 이번에 보람 있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시스템이 굴러갔다는 것이다. 위기 대응능력이 생겼다는 점이 기분이 좋다. 올해는 확실히 조직이 시스템화가 이뤄졌구나 느꼈다.
-올해도 해운대 비프빌리지에는 스폰서 부스 등이 더 생기면서 활기가 넘쳤다. 상대적으로 남포동은 침체된 분위기였는데.
▶남포동을 유지할지는 내년에 결정될 것 같다. 내부에서 남포동에 대한 논의가 있다.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그걸 아직 찾지 못했다. 내년에도 남포동에서 행사를 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올해 남동철 프로그래머가 새로 한국영화를 담당하게 됐다. 외부 평가와 내부적인 평가는 어떤가?
▶만족스럽다.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이 많으면서 바라보는 눈이 예리하다. 절제와 애정을 겸비한 사람이다. 올해 강동원 때문에 어려운 데뷔를 치렀지만 약이 된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 폐막작을 한국영화로 정한 것도 있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모처럼의 기회였다. 아시아와 한국영화의 저력을 확실하게 보였다고 생각한다. 영화제 프로그래밍 중에서도 한국영화 섹션이 특히 안정적이고 신선한 것들을 찾은 것 같다.
-초반 강동원의 영화제 참석 관련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었다.
▶이건 영화계가 변화하면서 우리 영화제가 적응력이 떨어진 것이거나, 어렵게 영화계의 도움을 받아서 만들고 있는 영화제의 전통을 잘못 오해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부산영화제가 18년 만에 처음으로 초기 대응을 했다. 이 일을 빨리 종식 시켜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좋은 한국영화들이 있는데 그것이 가려지는 것이 안타까웠고, 남 프로그래머가 할 일이 많은데 이 사태에 매달려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올해 한국영화 만큼이나 변화가 있었던 것이 마켓이다. 조직도 개편됐고 성과도 작년보다 좋았다.
▶마켓을 유지할 것이냐 그것부터가 고민이었다. 이왕 할 것이면 조직을 슬림화해서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중요한 것은 한국영화와 아시아영화가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필름마켓보다 부산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전양준 위원장과 전찬일 부위원장이 호흡이 잘 맞으니 마켓을 키우기에 적합했다. 조직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부산으로 완전히 이전한다. 내년 영화제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
▶ 영화진흥위원회와는 구체적인 협의를 마쳤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진위에서 마켓을 맡아줬으면 한다. 마켓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화제 힘만으로는 안 된다. 영진위가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가 내려오면 교육에 대한 것들을 확대 심화 할까 한다. 부산영화제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안고 있었는데 역할 분담을 해준다면 대단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올해는 임권택 감독 회고전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내년 회고전 계획은?
▶ 올해 회고전은 정말 깜짝 놀랐다. 영화제가 전용관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나타났다. 임권택 감독도 굉장히 놀라서 기뻐했고, 관객들 반응도 뜨거웠다. 영화제가 영화인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재발견'이라는 측면이다. 고생한 영화인들에 대한 일종의 추대와 재발견의 의미인데 우리끼리의 의미가 아니라 관객들까지 받아들여주시니 모두 고무되어 있다.
내년에는 정진우 감독 회고전을 연다. 그분이 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영화계에 세운 공이 있으니 그분을 조명하려고 한다. 의외의 인물이다 보니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내년 영화제의 방향이 궁금하다.
▶ 간단하다. 올해는 많은 시도를 했고 상당부분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폐막 후 결산을 통해 성과가 확실하다면 이제 영화제의 길을 공고히 하는 것이 내년의 목표가 될 것이다. 우리 영화제가 진짜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내년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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