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토록 선량한 '로키'라니…. 검은 염색을 지우고 치렁치렁한 코스튬을 벗어던지고 만난 톰 히들스턴(32)은 말쑥한 영국 신사였다. 곱슬거리는 금발머리를 찰랑이며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고 웃는 톰 히들스턴을 두고 취재진들도 "러블리하다"며 수군거렸다. 영화 '토르:천둥의 신'(2011)과 '어벤져스'(2013)에서 질투심 많고 탐욕스런 토르의 동생 로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그는 이미 한국은 물론 영미권에서도 수많은 팬을 모은 스타. 30일 개봉을 앞둔 '토르:다크 월드' 홍보를 위해 마블 스튜디오의 케빈 파이기 대표와 함께 3년만에 한국땅을 밟은 그는 "3년 전과 큰 차이를 실감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다크 포스 따윈 없었다.
-3년만의 한국 방문이다. '토르'와 '어벤져스' 이후 달라진 인기를 실감했나.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번에 다시 한국에 와 달라진 인기를 실감했음은 물론이다. 한국에 대한 큰 신비감이나 기대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3년 전 부산영화제도 이때쯤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 당시엔 공항에서 500명이 저를 환영해 주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큰 차이를 실감했다.(웃음)
(-제작자인 케빈 파이기는 왜 악당인 로키가 큰 인기를 얻는다고 생각하나.
▶(케빈 파이기) 첫번째 이유는 톰이 그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2번째는, '토르' 1편에 보면 로키가 자신이 아스가르드 왕족의 혈통이 아니며 입양됐다는 출생의 비밀을 듣는 장면이 있다. 심지어 아스가르드에서 무시하는 종족 출신이란 이야기를 들으며 고통스러워하고 또 분노한다. 그런 부분에서 관객이 상당한 매력을 느끼지 않았나 한다. 간사하면서도 장난기 있는 부분이 관객에게 매력이 있는 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데, 직접 제안을 받으면 출연할 의향이 있나.
▶한국 영화들을 사랑한다. 개봉을 앞둔 '설국열차'는 크게 기대하고 있다. '설국열차'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 존 허트와 '온리 러버즈 레프트 어라이브'(감독 짐 자무쉬)를 같이 찍었는데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 극찬을 하더라.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 한국 작품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학생 시절엔 '올드보이'를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고 영감을 받아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이 더 큰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에 출연한 미아 와시코브스카 역시 박찬욱 감독 칭찬을 많이 했다. 불행히도 아직 한국 영화에 출연 제안을 받지 않았다. 미래에 그런 일이 있기를 기대하며 기다려보겠다.
-지난 7월 코믹콘에서 로키 분장을 하고 등장해 한껏 캐릭터에 취한 모습으로 청중을 휘어잡아 화제가 됐다. 직접 제안한 부분도 있다던데.
▶코믹콘은 너무나 재밌는 행사였다. 이만큼 내가 재밌는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였다. 왜 그렇게 재밌게 감정 몰입을 했나 생각해 보니 관객이 로키에게 애정과 사랑을 보내준 데 대해 내가 로키 분장을 하고 감사를 전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 아닐가 싶었다. 인기곡을 연주하러 가는 헤비메탈 스타처럼 무대에 올라갔다. 어떻게 할 지 대략적 계획만 있었는데, 긴장했지만 상당히 흥분도 됐다. 객석의 에너지가 상당했다. '내 이름이 뭐지?'라고 외치려고 했는데 등장하고 5초도 안 돼 관중들이 '로키'를 연호하더라. '조용히 해', '무릎 꿇고 나를 숭배해' 하면서 장난을 쳤다. 그렇게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을 만큼 관객의 리액션이 좋았다. 그 호흡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블록버스터와 작은 규모 예술 영화를 오가면서 활동한다. 어떤 매력이 있나. 본인은 또 각기 어떤 매력을 느끼나.
▶관객들이 실제로 블록버스터와 예술 영화를 구분해 생각하는 게 흥미롭다. 내게는 둘 다 '영화'일 뿐이다. 어렸을 적엔 블록버스터를 사랑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룬, 조지 루카스의 영화를 보며 성장했다. 그런데 청소년기가 되며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사랑하게 됐다. 미국, 유럽, 아시아 모두 서로 다른 섬세함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걸 봐 왔다. 난니 모레티, 라스 폰 트리에, 왕가위, 장 뤽 고다르, 프랑스와 트뤼포 등등. 결론적으로 느끼는 건 블록버스터나 예술영화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거다. 얼마나 감정의 진정성을 잘 전달하고 그걸 캐릭터를 통해 재밌게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다. 예술영화나 저예산영화 감독이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얼마나 많나. 마틴 스콜세지, 대니 보일…. 스티븐 스필버그도 '죠스' 전엔 블록버스터 감독이 아니었다. 연기하는 건 블록버스터와 예술영화를 가리지 않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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