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가수의 스크린 진출.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는 아이돌 출신들이 이미 20대 배우들을 대체하는 스크린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올해 가을은 특히 이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수영을 매개로 한 청춘 드라마 '노브레싱'에는 Mnet '슈퍼스타K' 출신의 서인국과 소녀시대의 권유리가 있고, 이준은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신연식 감독의 '배우는 배우다'에서 주연 신고식을 치렀다. 빅뱅의 최승현(탑)은 두 번째 영화이자 첫 번째 원톱 영화인 '동창생'의 개봉을 앞뒀으며, 2PM의 옥택연이 로맨틱코미디 '결혼전야'로 스크린에 발을 디뎠다. 이미 가수로서 큰 사랑을 받았던 아이돌 스타들, 배우로의 변신 혹은 겸업을 선언한 이들을 과연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액션!
댄스로 단련돼 몸짓 언어에 익숙한 아이돌 스타들은 긴 대사로 절절한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몸을 쓰는 액션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액션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과시할 기회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액션을 소화하면서 캐릭터까지 능숙하게 그려낸다면 금상첨화.
수능을 앞두고 다음달 6일 개봉하는 최승현의 '동창생'은 주인공 탑의 매력에 크게 기댄 영화다. 그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남파간첩이 된 소년으로 분했다. 6.25전쟁 학도병이었던 첫 영화 '포화속으로'에서 성공적으로 배우 신고식을 치렀던 그는 액션 스타의 가능성을 보인다. 총격, 격투 등 강도높은 액션을 능숙하게 소화했다. 고뇌하는 소년의 표정이 담긴 깊은 눈 또한 인상적이다.
지난 여름 개봉해 500만 관객을 넘긴 '감시자들'로 스크린에 데뷔한 2PM 준호 역시 다람쥐처럼 날랜 몸과 돋보이는 존재감을 과시하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아이돌 스타의 모습 그대로를 차용해 자연스러움을 뽑아내는 것도 방법이다.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아이돌들이라면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는 묘사인데다, 안전하기까지 하다.
'노브레싱'의 권유리는 발랄하고 유쾌한 여대생으로 분해 '소녀시대 유리'의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그녀는 수영부원이 돼 수영복을 입고 몸매를 과시하는 대신 친구들과 밴드를 하는 설정으로 등장해 가수로서 고운 목소리를 선보였다. 물론 새침한 여신 아이돌 이미지를 벗고 털털한 아가씨로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노브레싱'의 실질적 주인공인 서인국 역시 마찬가지.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경호원으로 잔뜩 무게를 실었던 그는 이번엔 먹는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수영선수로 분했다. 잔뜩 들떠 능청을 떠는 모습은 연기자로서 그를 자리매김하게 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연상시킨다.
◆반전 캐릭터
기존 아이돌로서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아이돌 은퇴를 선언한 유키스의 동호가 '돈 크라이 마미'에서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등장하거나 2AM 임슬옹이 정치색 짙은 영화 '26년'에 등장해 분위기를 환기한 일이 대표적 사례다.
엠블랙의 이준은 첫 스크린 주연작인 '배우는 배우다'에서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는 단역에서 시작해 톱스타까지 올랐다 다시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한 남자의 롤러코스터같은 이야기를 그렸다. 이 과정에서 연예계의 추악한 면모가 드러나고 이준은 강렬하고 폭력적인 베드신까지 금치 않았다. 소녀팬의 열광적 지지를 얻는 아이돌 스타로서 쉽지 않았던 선택이다.
드라마에 이어 스크린에 도전하는 옥택연은 다른 의미의 변신을 꾀했다. 결혼을 앞둔 네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결혼전야'에서 미남 셰프 역할을 맡았다. 다만 7년 된 애인과 결혼을 앞뒀다가 또 다른 매력남에게 예비신부를 뺏길 위기에 처한다는 게 함정이다. 무대 위에서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로 여심을 잡고, 드라마에선 남주인공만 도맡던 2PM 옥택연의 반전인 셈이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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