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공개된 논란의 화제작 '님포매니악'의 절반은 섹스가 세상의 전부인 여자의 천일야화였다. 섹스가 넘쳐났지만, 섹시하지는 않았다. 불편한데 웃겼다.
지난 9일 오후 8시 서울 용산CGV에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1'의 시사회가 열렸다. 전체 4시간에 이르는 '님포매니악'의 앞부분 절반이다. 날짜도 야릇한 6월 9일에 맞춰 '6|9 님포매니악의 날'이라며 진행된 시사회. 앞서 이날 낮 언론시사회가 영사사고로 취소된 터라 한국에서 처음 '님포매니악 볼륨1'이 공개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영화는 길거리에서 피를 흘리며 발견된 여성 색정광(色情狂)인 조(샤를로트 갱스부르)가 한 중년 남자 샐리그먼(스텔란 스카스가드)의 보살핌을 받으며 털어놓은 자신의 남다른 성적 경험을 그려낸다. 스스로 "죄"가 많다며 이어지는 조의 고백은 남 얘기 하듯 담담한 말투와는 달리 파란만장하기 그지없다. 남달랐던 어린 시절을 시작으로 제롬(샤이아 라보프)과의 치욕스런 첫 경험, 열차에서의 섹스 내기, 이후 수많은 남자와의 만남 이야기가 이어진다.
'밝히는 여자의 고백'에 정사신을 곁들이는 에로틱 무비의 익숙한 구성을 빌려왔음에도 느낌은 사뭇 다르다. 영화문법과 금기의 파괴에 도전하다 못해 나치 옹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물의를 빚었던 문제적 감독이 아닌가. '님포매니악' 역시 불편한 묘사와 예기치 않은 유머로 관객을 시험에 빠뜨린다.
감독은 로맨스를 걷어낸 섹스 이야기를 노골적이고도 무심한 베드신으로 표현했다. 알몸, 음모 노출은 기본이다. 심지어 남성 성기를 클로즈업한 정지 화면이 1분 넘게 이어지기도 한다. 베드신 중 성기가 노출되는 장면은 모두 희미하게 블러(Blur) 처리됐지만, 실제 정사 논란까지 일으킨 수위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섹스를 통해 세상과 사람을 이해해 온 여자의 고백은 책으로 세상을 배운 게 틀림없는 남자의 뜬금없는 인터셉트로 뚝뚝 끊기며 이어진다. 재밌는 점은 간간이 웃음과 실소가 터진다는 것. 섹스로 남자를 이용하게 된 조의 모습, '날개가 있는데 날면 안되나' 식의 진지한 위로, 애들까지 데리고 쳐들어온 유부녀의 반응까지 곳곳에 블랙코미디가 가득하다. 오묘한 분위기로 젊은 조를 그려낸 스테이시 마틴, '트랜스포머' 이미지를 완전히 지운 샤이아 라보프가 돋보인다.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이 뻔뻔하고도 발칙한 문제작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섹스버스터'라는 후끈한 포장에 반해 생긴 헛된 기대는 버리는 게 나을 듯.
'님포매니악 볼륨1'은 앞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으나 무삭제 블러 처리를 통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오는 19일 개봉을 앞뒀다. '님포매니악 볼륨2'는 심의 결과가 나온 뒤 오는 7월 초 개봉 예정이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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