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사랑을 얻은 우체부 '일 포스티노'

발행:
문준하 KBS 드라마국 PD
[문PD 와 임감독의 음악속의 영화 영화속의 음악]⑤
사진


“전 사랑에 빠졌어요.

치료약은 없어요.

치료되고 싶지 않아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


영화 <일 포스티노 : The Postman, 1994>의 주인공 마리오가 사랑에 빠진 후 저명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찾아와 하는 대사다. 누구나에게 이런 사랑이 인생에 한번쯤은 찾아 온다. 하지만 그 사랑이 시가 되는 경험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영화는 네루다를 만나 자신 안의 감성을 찾아내어 시인이 되어가는 한 우편 배달부의 삶을 한편의 시 같은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엮어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칠레정부의 탄압을 피해 이탈리아의 작고 한적한 섬 마을에 망명해 온다. 네루다가 머물기 시작하자 그를 찬양하는 사람들의 편지로 인해 갑자기 많아진 우편물량을 감당 할 수 없게 되어 우체국은 어부의 아들 마리오를 우체부로 고용한다. 마리오는 네루다와 그의 시 세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자신이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베아트리체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마리오는 시를 쓰기 시작한다. 네루다의 도움 끝에 마리오는 사랑의 감정을 시로 만들어 베아트리체에게 바치고 그녀의 사랑을 얻는다. 네루다는 정부의 탄압이 잦아들자 칠레로 돌아가고 베아트리체와 결혼한 마리오는 계속 시를 쓴다. 노동자 집회에서 네루다에게 바치는 시를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마리오. 마침내 “시인”이 된다. 네루다가 돌아왔을 때 마리오는 세상을 떠났고 그의 시가 네루다를 맞는다. (마리오 역할을 연기한 마시모 트로이시씨는 영화 촬영을 마치고 고인이 되었다. 영화 속 마리오에게 시가 찾아왔듯이 80년대 한 두편의 영화에 조연을 했던 경험이 다 였던 그에게는 <일 포스티노>가 찾아 왔다.)




이 영화의 주제 음악은 한 줄의 멜로디를 다양하게 변주하여 영화 전반에 고요히 깔린다. 시처럼 간결하게... 어느 감옥이나 자신의 영화에 어떤 음악이 어울리는 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한다. 영화의 장르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경우 다수의 주제곡을 편곡하여 인물의 감정에 맞게 사용하거나 장면의 정서적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코드 요소가 많은 여러 곡들을 덧붙여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 이 영화의 감독 마이클 래드포드와 음악감독 루이스 바깔로프는 좀 다른 방법으로 관객에게 접근했다. 귀에 쏘옥 들어오는 한 줄의 멜로디를 별다른 계산 없이 주욱 밀어붙이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행복하거나 아프거나 그저 이 멜로디가 길게 길게 흐를 뿐이다. 보고 있는 관객들은 그 멜로디에 젖어 서서히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영화가 마치 몇단어 안되는 시 한 구절이 시를 읽는 이를 사로잡듯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루이스 바깔로프의 한 줄 멜로디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광과 하나가 되어 관객의 정서를 감싸 안는다.

바깔로프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정규 교육을 받지도 않고 클래식과 팝을 오가며 많은 곡들을 남겼다. 60년대부터 이탈리아의 여러 영화에 음악을 만들었고 70년대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과도 콜라보하여 명곡들을 남긴바 있다. 우리 나라 음악 애호가들은 뉴트롤스의 “아다지오”, 영화 “섬머타임 킬러", 마카로니 웨스턴의 걸작 “장고" 등으로 그를 기억한다. 인연일까? 마치 <일 포스티노>의 마리오처럼 그도 음악 교육이라는 틀 없이도 좋은 멜로디를 만들어냈고 그 음악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적셨다.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고 며칠 후 화이트데이다. 마음이 아플 정도로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초콜릿이나 사탕보다 그에게 느끼는 진실한 감정을 한 줄 시어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혹 그에 감동받은 그녀가 마음을 열 수 있지 않을까? 또 그녀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어떤가 아플 정도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인 것을....


문준하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현 KBS 드라마국 PD.

KBS 드라마스페셜 단막 프로듀서.

2014년 웹드라마 '간서치 열전' 프로듀싱.

twitter : @bowie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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