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이 안 돼도 볼만하다.' 100만 관객을 훌쩍 넘어 흥행 질주 중인 '분노의 질주:더 세븐'(Fast & Furious 7, 이하 '분노의 질주7)은 2001년 1편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The Furious)가 나온 이래 15년을 이어가고 있는 시리즈의 최신판이다. 요란하게 개조한 슈퍼카들을 앞세운 액션영화는 매회 시원한 볼거리를 선사하며 자동차 액션물의 대표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영화 촬영기간 중 발생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폴 워커의 유작이 된 '분노의 질주7'은 역대 최고 제작비 2억5000만 달러를 들였다. 미국의 LA, 일본 도쿄, 중동 아부다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넘나들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빠지면 서운한 카체이싱을 비롯해 '분노의 질주' 특유의 과감한 밀어부치기 액션이 가득하다. 슈퍼차를 타고 감행하는 스카이다이빙, 자동차를 탄 채 초고층 빌딩을 뚫고 감행하는 점프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론 한껏 힘을 준 액션보다 자동차 마니아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따로 있다. 입 떡 벌어지는 머신 카, 슈퍼 카들의 향연이다. 자동차-레이싱 영화보다 액션 블록버스터에 가까워진 시리즈에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도 있지만, 볼거리만은 확실하다.
50줄에 가까워진 나이에도 여전한 에너지를 과시하는 빈 디젤은 여전히 닷지 차저를 몬다. 아메리칸 머슬카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마초의 자동차와 그는 역시 최고의 조합이다. 극중 빈 디젤이 맡은 도미닉 토레토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1970년식 검정 닷지 차저는 고풍스런 외관에 듬직한 독립 스로틀을 장착한 모습으로 거리를 질주하며 시선을 붙든다. 빈 디젤은 '분노의 질주7'에 등장하는 자동차 가운 데 이 검정 닷지 차저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망가져도 또 망가져도 계속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닷지 차저는 그의 상징이라 할 만 하다.
폴 워커의 고집 역시 여전하다. 파워풀한 도미닉 토레토에 비해 정교하고 현란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폴 워커의 브라이언 오코너는 변함없이 닛산의 GT-R과 도요타의 수프라를 타고 거리를 누비며 팬들을 더욱 아련한 감상에 젖게 만든다. 스바루 임프레자에 올라 비행기에서 고공 다이빙을 하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 팬들은 1편부터 도요타 수프라에 몸을 실었던 폴 워커에 대한 추모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포르쉐의 카레라 GT에서 생을 마감한 그에게 '분노의 질주7'은 추모와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 출신 악당 데카드 쇼로 등장하는 제이슨 스타뎀은 전통적인 유럽의 명차들을 택했다. 마세라티 기블리는 물론이고 재규어, 애스턴 마틴이 줄줄이 등장한다. 물론 어느 하나 고운 자태를 유지하는 법이 없어 그저 아까울 따름. 폐차 지경에 놓인 애스턴 마틴을 뒤로 하고 빈 디젤과 싸움을 벌이는 대목은 망가진 차 때문에 더 열 받겠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이번 '분노의 질주7'에는 이들 외에도 부가티 베아론과 페라리 이탈리아 등 자동차 마니아들의 로망이 줄줄이 등장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통해 잘 알려진 쉐보레 카마로를 비롯해 쉐보레 서브어반, 아우디 A8, 닷지 바이퍼와 닷지 첼린저 등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 화려한 붉은 자태를 과시하는 라이칸 하이퍼스포트. 매회 스케일을 업그레이드하다보니 웬만한 명차는 그만 우스워져버린 '분노의 질주7' 제작진이 내놓은 회심의 카드다. 아랍의 대부호가 아니면 가지기 어렵다는 슈퍼카 중의 슈퍼카로 알려진 모델로 가격이 3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의 질주7'은 이 어마어마한 자동차를 아낌없이 제대로 날려 버린다. 느릿한 슬로우 화면에 마치 자동차 마니아들의 안타까운 탄성이 입혀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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