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히말라야' 고사? 산악인 열정 이해 못했죠"(인터뷰)

발행:
윤상근 기자
배우 김인권 /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김인권 /사진=이동훈 기자


배우 김인권(37)에게도 히말라야는 너무나도 멀고 험한 곳이었다. 등산은커녕 레저 스포츠에 대한 관심조차 많지 않았던 김인권은 "다시 히말라야에 갈 기회가 생기더라도 다시 돌아오지는 않았으면"이라고 답할 정도였다.


분명 산악인 또는 등산 애호가들에게 "산을 왜 오를까?"라고 질문하는 건 사실 어리석은 질문이다. 하지만, 산은 바라보는 것이라 여기는 이들에게 이 질문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질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김인권도 영화 '히말라야'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그리고 '히말라야' 등정 도중 세상을 떠난 인물의 모티브가 된 박정복이 동료인 고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상황을 이석훈 감독에게 설명들었을 때 선뜻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김인권은 '히말라야'를 선택했다.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다룬 영화 '히말라야'에서 김인권은 히말라야 등정 도중 세상을 떠난 고 박무택(정우 분) 대원의 동료이자 끈끈한 우애를 보인 박정복 대원을 연기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인권의 '히말라야' 합류 이유가 출연진 및 윤제균 감독과의 의리도 출연의 계기가 됐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사람을 이야기하는 '히말라야'였기에 김인권도 마음을 움직였다.


15일 서울 삼청동 모 카페에서 김인권을 만났다.


배우 김인권 /사진=이동훈 기자


최근 '히말라야' 이석훈 감독이 "김인권이 '히말라야' 출연을 한 번 고사한 적이 있다"고 말한 이야기를 김인권에게 먼저 꺼냈다. 김인권은 "고사를 했다기보다 박정복이라는 인물이 취한 행동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아 감독님께 여러 질문을 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좀 삐딱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과 산악인들의 전반적인 마인드에 대해 많은 것들을 물어봤었는데 제 개인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고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찾으러 직접 가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참 무모한 등반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평소에 산 타는 걸 즐기는 편도 아니긴 했지만요. 그러고 나서 관련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제가 알지 못했던 끈끈한 무언가를 느꼈고 이 작품에 열심히 참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죠."


김인권은 "죽음이 오가는 히말라야의 험준한 산지에서 대원들을 고생시키는 부분이나 더 남아있는 가족들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부분 등 산에 대해 이해 없는 질문을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히말라야' 출연을 결심하고 난 이후부터 김인권은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며 영화를 준비했다. 높은 곳에서 적응하기 위한 훈련부터 빙벽 훈련까지 다양했다.


촬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바로 고산병이었다. 현지 공항이 해발 2000m에 위치한 것부터 녹록지 않았고, 매연과 먼지로 가득했다. 김인권은 "도착하자마자 고산병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인권이 고산병으로 생겼던 이상 행동은 좀 특이했다.


"고산병이 여러 가지 체질로 다가오는 데 전 오히려 활발해졌어요. 잠을 못 자기도 하고 가만히 있질 못하겠더라고요. 마치 죽기 직전에 잠이 오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정말 피곤을 넘어선 상태였어요. 쉬는 시간보다 산행할 때가 오히려 더 편했을 정도예요."


김인권은 "일부러 혼자 생각하면서 걸어가기도 하고, '여기가 히말라야였지' 하며 혼자서 울기도 하고 했다. 가족들도 생각나도 도시에서의 내 모습도 생각나고 그랬다"고 덧붙였다.


힘든 촬영이었지만, 산을 내려온 이후 김인권이 느낀 건 있었다.


"정말 도시에 돌아가면 바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도시에서 아둥바둥하며 살았던 제 모습이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집에서 TV만 보며 뒹굴거리지 말고 밖에 나가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이랄까요. 제가 사실 부지런한 스타일도 아니고 촬영이 아니면 무언가를 직접 찾아서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거든요. '히말라야' 촬영 끝나고 나서 조성하 선배님이랑 분당에서 크루즈 보드도 직접 사서 탈 정도로 활발하게 지냈죠."


배우 김인권 /사진=이동훈 기자


박정복 대원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히말라야'에서 박정복 대원은 고 박무택 대원의 동료이자 역시 히말라야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인물이었다. 김인권은 "생각해보니 박정복이라는 캐릭터와 내가 비슷한 부분이 별로 많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그럼에도 이내 비슷한 모습을 언급했다.


"그래도 좀 남성적인 부분이라고 할까요, 계산적이지 않고 마음이 움직이면 그대로 행동으로 실행하는 면에 있어서는 제 모습과 많이 비슷했죠."


김인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박정복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인 고 백준호 대원의 유족과의 만남은 김인권에게 더없이 조심스러웠다.


"VIP 시사회 때 만났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고인의) 형과 가족들도 함께 왔었는데 제게 '성격이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 질문에 많은 것들이 담겨 있더라고요. 제가 고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걱정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됐죠. 저도 '(고인의) 위대한 산행 덕분에 좋은 역할 만나게 돼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렸고 이에 유족 분들도 얼굴이 붉어지셨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친 김인권에게 '히말라야' 촬영은 어떤 의미였을까. 김인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경험담?"이라는 농담 섞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래도, 도시에서의 생활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김인권에게 '히말라야'에서의 일들이 무의미하진 않았던 산행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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